협동로봇 시장의 폭발적 성장세
2025년 12월 현재, 협동로봇(collaborative robot, cobot) 시장이 역사상 가장 강력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로봇연맹(IFR)이 발표한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글로벌 협동로봇 시장 규모는 42억 달러에 달하며 전년 대비 28% 증가했다. 이는 전체 산업용 로봇 시장 성장률 12%의 두 배를 넘는 수치로, 협동로봇이 제조업 자동화의 새로운 중심축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주목할 점은 2020년 8억 달러에 불과했던 협동로봇 시장이 5년 만에 5배 이상 성장했다는 사실이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MarketsandMarkets)은 2030년까지 협동로봇 시장이 연평균 31.5%씩 성장해 139억 달러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급성장의 배경에는 협동로봇의 독특한 특성이 있다. 전통적인 산업용 로봇이 안전 펜스로 격리된 환경에서 단독으로 작업하는 것과 달리, 협동로봇은 인간 작업자와 같은 공간에서 안전하게 협업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덴마크의 유니버설 로봇(Universal Robots)이 2008년 최초로 상용화한 이 기술은 현재 전 세계 제조업체들이 가장 주목하는 자동화 솔루션으로 자리잡았다. 유니버설 로봇의 CEO 킴 포브센(Kim Povlsen)은 최근 인터뷰에서 “2025년 상반기에만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한 주문을 기록했으며, 특히 아시아 시장에서의 성장이 두드러진다”고 밝혔다. 실제로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시장은 전체 협동로봇 수요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협동로봇의 기술적 진보도 시장 성장을 견인하는 핵심 요인이다. 최신 협동로봇들은 고도화된 센서 기술과 AI 기반 학습 알고리즘을 탑재하여 복잡한 작업 환경에서도 안전하고 정확한 작업이 가능하다. 독일의 KUKA가 2025년 출시한 LBR iisy 시리즈는 토크 센서와 비전 시스템을 통합하여 0.1mm 수준의 정밀도로 부품 조립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또한 충돌 감지 시간을 기존 100ms에서 50ms로 단축하여 인간과의 협업 안전성을 크게 향상시켰다. 스위스의 ABB는 2025년 하반기 출시한 GoFa 5 협동로봇에서 최대 5kg의 페이로드를 처리하면서도 ISO 10218 및 ISO/TS 15066 안전 표준을 완벽하게 충족한다고 발표했다.
중소기업 도입 확산과 시장 민주화
협동로봇 시장의 가장 중요한 변화 중 하나는 중소 제조업체들의 적극적인 도입이다. 전통적으로 산업용 로봇은 높은 초기 투자비용과 복잡한 프로그래밍으로 인해 대기업 중심으로 도입되었지만, 협동로봇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과 직관적인 사용법으로 중소기업까지 자동화의 혜택을 확산시키고 있다. 한국로봇산업협회가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2025년 국내 협동로봇 도입 기업 중 종업원 수 300명 미만의 중소기업이 72%를 차지했다. 이는 2020년 43%에서 크게 증가한 수치다.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협동로봇은 기존 산업용 로봇 대비 상당한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유니버설 로봇의 UR3e 모델은 약 3만 5천 달러에 판매되고 있으며, 이는 동급 성능의 전통적인 산업용 로봇 시스템 구축 비용의 절반 수준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협동로봇의 투자회수기간(ROI)이 평균 8-12개월로 단축되었다는 점이다. 경기도 안산의 중소 자동차 부품업체인 ㈜테크윈은 2025년 초 현대로보틱스의 협동로봇 2대를 도입한 후 생산성이 45% 향상되었으며, 불량률도 기존 2.3%에서 0.8%로 감소했다고 보고했다. 이 업체의 생산관리팀장 김성호 씨는 “기존에는 숙련 작업자가 필요했던 정밀 조립 작업을 협동로봇이 담당하면서 인력을 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업무에 배치할 수 있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프로그래밍과 설정의 간소화도 중소기업 확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현대로보틱스가 개발한 ‘Hi6’ 협동로봇은 드래그 앤 드롭 방식의 그래픽 인터페이스를 제공하여 별도의 프로그래밍 교육 없이도 작업자가 직접 로봇을 설정할 수 있다. 실제로 Hi6의 평균 설정 시간은 30분 이내로, 기존 산업용 로봇의 2-3일과 비교해 획기적으로 단축되었다. 일본의 FANUC이 2025년 출시한 CRX-5iA 모델 역시 ‘Hand Guidance’ 기능을 통해 작업자가 로봇 팔을 직접 움직여 동작을 학습시킬 수 있어 직관적인 티칭이 가능하다.
글로벌 협동로봇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의 약진도 주목할 만하다. 현대로보틱스는 2025년 3분기 기준으로 국내 협동로봇 시장 점유율 23%를 기록하며 2위를 차지했고, 테크로스는 15%의 점유율로 4위에 올랐다. 현대로보틱스의 매출은 2025년 예상 기준 1,240억 원으로 전년 대비 67%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현대로보틱스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제조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 품질 관리와 글로벌 서비스 네트워크를 강점으로 내세우며 북미와 유럽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테크로스 역시 독자 개발한 관절 감속기 기술을 바탕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산업별 적용 확산과 기술 혁신
협동로봇의 적용 분야는 기존의 자동차와 전자 산업을 넘어 식품, 의료, 물류 등 다양한 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식품 산업에서의 성장이 두드러지는데, 식품의약품안전처(FDA) 승인을 받은 식품용 협동로봇의 출하량이 2025년 전년 대비 78% 증가했다. 덴마크의 오덴세 로보틱스(Odense Robotics)가 개발한 식품 포장용 협동로봇은 HACCP 기준을 완벽하게 충족하면서도 시간당 1,200개의 제품을 포장할 수 있어 중소 식품업체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CJ제일제당이 김치 포장 라인에 현대로보틱스의 협동로봇을 도입하여 위생 수준을 크게 향상시키면서도 생산 효율성을 30% 개선했다고 발표했다.
의료 분야에서도 협동로봇의 활용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비대면 의료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의료용 협동로봇 시장이 연평균 45%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덴마크의 유니버설 로봇과 독일의 프라운호퍼 연구소가 공동 개발한 의료용 협동로봇은 수술실에서 의료진을 보조하여 수술 도구를 정확히 전달하고 환자 상태를 모니터링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서울대병원이 2025년 하반기부터 병실 내 약물 분배와 환자 케어에 협동로봇을 시범 도입하여 의료진의 업무 부담을 줄이고 감염 위험을 최소화하고 있다.
물류 산업에서의 협동로봇 도입도 가속화되고 있다. 아마존, 쿠팡 같은 전자상거래 기업들이 창고 자동화에 적극 투자하면서 피킹(picking)과 패킹(packing) 작업에 특화된 협동로봇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쿠팡은 2025년 김포 물류센터에 테크로스의 협동로봇 50대를 도입하여 소형 상품 피킹 작업의 정확도를 99.2%까지 향상시켰다. 이 시스템은 인공지능 비전 시스템과 결합되어 다양한 형태와 크기의 상품을 자동으로 인식하고 분류할 수 있다. 쿠팡의 물류기술팀 이정훈 부사장은 “협동로봇 도입으로 피킹 속도가 시간당 120개에서 180개로 50% 향상되었으며, 작업자의 근골격계 부담도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기술적 측면에서 2025년 협동로봇의 가장 큰 혁신은 AI와 머신러닝 기술의 통합이다. 유니버설 로봇이 2025년 출시한 UR20은 딥러닝 기반의 적응형 제어 시스템을 탑재하여 작업 환경의 변화에 실시간으로 대응할 수 있다. 이 로봇은 작업 중 발생하는 예상치 못한 상황을 학습하여 다음 작업에서 더욱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수행한다. FANUC의 최신 CRX 시리즈는 ‘제로 티칭’ 기능을 통해 기존 작업 데이터를 분석하여 새로운 작업을 자동으로 학습할 수 있어 설정 시간을 90% 단축했다. ABB의 YuMi 차세대 모델은 양팔 협동로봇으로서 인간의 손놀림을 모방한 정교한 조립 작업이 가능하며, 0.02mm 수준의 정밀도로 시계나 스마트폰 같은 정밀 기기 조립에 활용되고 있다.
센서 기술의 발전도 협동로봇의 성능 향상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최신 협동로봇들은 토크 센서, 비전 센서, 근접 센서를 통합한 멀티 센싱 시스템을 통해 주변 환경을 360도로 인식하고 안전한 협업을 보장한다. 현대로보틱스의 Hi6 A시리즈는 라이다(LiDAR) 센서를 탑재하여 작업 공간 내 인간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충돌 위험이 감지되면 0.05초 이내에 동작을 중단한다. 이러한 안전 기능의 향상으로 협동로봇의 산업 현장 도입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으며, 국제안전표준 ISO/TS 15066을 만족하는 제품들이 지속적으로 출시되고 있다.
협동로봇 시장의 성장과 함께 관련 생태계도 급속히 확장되고 있다. 엔드 이펙터(end effector), 비전 시스템, 소프트웨어 플랫폼 등 주변 산업의 시장 규모가 2025년 15억 달러에 달하며 전년 대비 42% 성장했다. 특히 그리퍼(gripper) 시장은 다양한 형태의 물체를 안전하게 파지할 수 있는 적응형 그리퍼 기술 발전으로 연평균 38% 성장하고 있다. 독일의 쇼운크(Schunk)와 덴마크의 온로봇(OnRobot)이 이 분야를 선도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뉴로메카와 도구로봇이 경쟁력 있는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그러나 협동로봇 시장의 급성장과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존재한다. 가장 큰 문제는 숙련된 로봇 엔지니어의 부족이다. 한국로봇산업협회에 따르면 2025년 현재 국내 협동로봇 관련 전문 인력 수요는 3,200명이지만 공급은 1,800명에 그치고 있어 44%의 인력 부족 상황이다. 이로 인해 협동로봇을 도입한 기업들이 효과적인 운영과 유지보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와 업계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동로봇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으며, 현대로보틱스와 테크로스 등 주요 기업들은 고객사 대상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사이버 보안 문제도 중요한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네트워크에 연결된 협동로봇이 증가하면서 해킹이나 악성코드 공격의 위험이 커지고 있어, 로봇 제조사들은 보안 기능 강화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다.
2025년 하반기 들어 협동로봇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트렌드는 ‘로봇 서비스형(Robot-as-a-Service, RaaS)’ 비즈니스 모델의 확산이다. 초기 투자 부담을 줄이고자 하는 중소기업들의 요구에 부응하여 월 구독료를 지불하고 협동로봇을 임대하는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유니버설 로봇은 2025년 ‘UR+ 서비스’를 통해 월 1,500달러부터 협동로봇을 제공하고 있으며, 이 서비스에는 설치, 교육, 유지보수가 모두 포함된다. 국내에서는 현대로보틱스가 ‘스마트팩토리 구독 서비스’를 출시하여 월 200만 원부터 협동로봇과 주변 시스템을 패키지로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RaaS 모델은 2025년 전체 협동로봇 시장의 18%를 차지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협동로봇 시장의 미래 전망은 매우 밝다. 글로벌 제조업체들이 인력 부족과 임금 상승 압박에 직면하면서 협동로봇을 통한 자동화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특히 한국, 일본, 독일 등 고령화가 진행된 선진국에서는 협동로봇이 제조업 경쟁력 유지의 핵심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 투자 관점에서 협동로봇 관련 기업들은 지속적인 성장 모멘텀을 보유하고 있으며, 특히 기술 경쟁력을 확보한 현대로보틱스, 테크로스 등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진출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치열한 가격 경쟁과 기술 발전 속도를 고려할 때, 지속적인 R&D 투자와 고객 맞춤형 솔루션 개발 능력이 기업들의 장기적 성공을 좌우할 핵심 요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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