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14일 현재, 암호화폐 시장에서 또 하나의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팝캣(POPCAT)이 하루 만에 30% 폭락하면서 하이퍼리퀴드(Hyperliquid)의 가격 조작 의혹이 불거진 것입니다. 익명의 트레이더가 3천만 달러 규모의 롱 포지션을 구축한 후 순간 청산을 통해 LP(유동성 공급자)들에게 막대한 손실을 입혔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탈중앙화 파생상품 시장의 구조적 문제가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사실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닙니다. 암호화폐 시장, 특히 파생상품 거래에서는 대형 트레이더들의 시장 조작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죠. 하지만 이번 사건이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하이퍼리퀴드가 탈중앙화를 표방하는 플랫폼임에도 불구하고 입출금을 중단하는 중앙화된 조치를 취했다는 점입니다. 이는 탈중앙화 금융(DeFi)의 근본적인 철학과 모순되는 행동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하이퍼리퀴드는 2021년 설립된 미국 기반의 탈중앙화 파생상품 거래소로, 기존의 중앙화 거래소와 달리 사용자가 자신의 자산을 직접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왔습니다. 플랫폼은 현재까지 약 50억 달러의 누적 거래량을 기록하며 빠른 성장세를 보여왔는데, 이번 사건으로 인해 그 성장 동력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경쟁사인 dYdX나 GMX 같은 다른 탈중앙화 파생상품 거래소들과 비교했을 때, 하이퍼리퀴드의 대응 방식은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 많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사건에서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은 LP들이 입은 손실입니다. 유동성 공급자들은 거래소의 안정성을 믿고 자금을 예치했는데, 대형 트레이더의 조작적 거래로 인해 예상치 못한 손실을 입게 된 것이죠. 이는 단순히 시장 변동성에 따른 손실이 아니라, 시스템의 허점을 악용한 인위적 조작에 의한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심각합니다. 하이퍼리퀴드 측에서는 “탈중앙 파생상품 시장이 더 성숙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지만, 이런 식의 대응으로는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 탈중앙화의 딜레마: 자율성 vs 안정성
이번 사건은 탈중앙화 금융 시장이 직면한 근본적인 딜레마를 보여줍니다. 한편으로는 중앙 기관의 개입 없이 자유로운 거래를 지향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시장 조작이나 악의적 행위에 대한 대응 메커니즘이 부족하다는 것이죠. 전통적인 금융 시장에서는 규제 기관이 이런 상황에 개입할 수 있지만, 탈중앙화 시장에서는 그런 안전장치가 제한적입니다.
실제로 미국의 전통적인 파생상품 시장을 보면, CFTC(상품선물거래위원회)가 시장 조작 행위를 엄격히 감시하고 처벌합니다. 2020년에는 JP모건이 귀금속 선물 시장에서 스푸핑(가짜 주문) 행위를 한 것에 대해 9억 2천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받기도 했죠. 하지만 암호화폐 파생상품 시장에서는 이런 규제 체계가 아직 완전히 확립되지 않았고, 특히 탈중앙화 플랫폼들은 더욱 회색지대에 있습니다.
근데 생각해보면, 이런 문제는 비단 하이퍼리퀴드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다른 주요 탈중앙화 거래소들도 비슷한 취약점을 가지고 있거든요. 예를 들어, dYdX의 경우 2022년에 YGG 토큰 조작 사건이 있었고, GMX도 대형 트레이더들의 차익거래로 인한 LP 손실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습니다. 이는 현재의 탈중앙화 파생상품 시장 구조 자체가 가진 한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한국 시장에서 이런 사건들을 바라보는 시각은 더욱 복잡합니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금융당국의 엄격한 감시 하에 있어서 이런 대규모 조작 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지만, 해외 플랫폼을 이용하는 국내 투자자들은 이런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죠. 업비트나 빗썸 같은 국내 거래소들이 해외 파생상품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이런 규제적 리스크 때문입니다.
이번 팝캣 사건에서 주목할 점은 조작 규모입니다. 3천만 달러라는 금액은 개인 트레이더가 쉽게 동원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죠. 이는 기관 투자자나 대형 헤지펀드 수준의 자금력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점프 트레이딩(Jump Trading)이나 알라메다 리서치(Alameda Research) 같은 대형 트레이딩 회사들이 시장에 큰 영향을 미쳐왔습니다. 알라메다의 경우 FTX 파산 사태와 함께 문을 닫았지만, 여전히 많은 대형 트레이딩 회사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 시장 구조의 근본적 문제점
하이퍼리퀴드의 이번 사태를 분석해보면, 탈중앙화 파생상품 시장의 구조적 문제점들이 명확히 드러납니다. 먼저 유동성 풀(Liquidity Pool) 구조의 취약성입니다. 대부분의 탈중앙화 파생상품 거래소들은 AMM(Automated Market Maker) 방식을 사용하는데, 이는 대형 거래에 취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3천만 달러 규모의 포지션이 순간적으로 청산되면, 슬리피지(slippage)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LP들이 예상치 못한 손실을 입게 됩니다.
전통적인 중앙화 거래소라면 이런 상황에서 서킷브레이커나 거래 중단 같은 보호 조치를 취할 수 있지만, 탈중앙화 시스템에서는 그런 메커니즘이 제한적입니다. 하이퍼리퀴드가 입출금을 중단한 것도 결국 중앙화된 개입이었던 셈이죠. 이는 탈중앙화를 표방하면서도 실제로는 중앙화된 통제가 필요한 순간이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또 다른 문제는 오라클(Oracle) 시스템의 한계입니다. 탈중앙화 거래소들은 외부 가격 정보를 가져오기 위해 체인링크(Chainlink)나 피드(Pyth) 같은 오라클을 사용하는데, 이들도 완벽하지 않습니다. 특히 급격한 가격 변동 상황에서는 오라클 지연이나 부정확한 가격 정보로 인해 청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팝캣 같은 상대적으로 유동성이 낮은 토큰의 경우 이런 문제가 더욱 심각해집니다.
경쟁사들과 비교해보면, dYdX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체 체인을 구축하고 검증인(validator)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또한 보험 기금을 운영해서 극단적인 상황에서 LP들의 손실을 보전하려고 노력하고 있죠. GMX의 경우에는 GLP(GMX Liquidity Provider) 토큰을 통해 위험을 분산시키고, 수수료 수익으로 손실을 상쇄하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조치들도 완벽한 해결책은 아닙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사건이 탈중앙화 파생상품 시장의 성숙도를 보여주는 지표라고 생각합니다. 아직까지는 전통적인 파생상품 시장의 안정성과 보호 장치들을 완전히 대체할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는 것이죠. 하지만 동시에 이런 사건들을 통해 시장이 학습하고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도 봅니다. 실제로 2022년 테라 루나 사태나 FTX 파산 이후에도 암호화폐 시장은 더욱 견고해졌으니까요.
한국의 상황을 보면, 이런 해외 플랫폼 리스크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금융당국도 해외 무허가 거래소 이용에 대한 경고를 지속적으로 발표하고 있고, 투자자들도 점차 신중해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높은 수익률에 이끌려 해외 플랫폼을 이용하는 투자자들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특히 국내에서는 파생상품 거래가 제한적이다 보니, 레버리지 거래를 원하는 투자자들이 해외 플랫폼으로 몰리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탈중앙화 파생상품 시장이 건전하게 발전하려면 몇 가지 개선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먼저 더 정교한 리스크 관리 시스템의 도입이 필요합니다. 대형 포지션에 대한 모니터링과 점진적 청산 메커니즘, 그리고 LP 보호를 위한 보험 기금 확대 등이 그것이죠. 또한 투명성 강화도 중요합니다. 현재처럼 익명의 트레이더가 대규모 조작을 할 수 있는 구조에서는 시장 신뢰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이번 하이퍼리퀴드 사건은 탈중앙화 금융의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완전한 탈중앙화를 추구하면서도 시장 안정성을 확보해야 하는 딜레마, 그리고 혁신과 규제 사이의 균형점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죠. 앞으로 이런 사건들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려면, 업계 전체의 노력과 함께 적절한 규제 프레임워크의 마련이 필요할 것입니다.
이 글은 팝캣, 하이퍼리퀴드 ‘가격 조작’ 의혹에 30% 폭락[특징코인] 기사를 읽고, 개인적인 의견과 분석을 더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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