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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옥시아 쇼크와 함께 본 2025년 반도체 시장의 현실 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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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 14일, 아시아 증시에 또 한 번의 ‘반도체 쇼크’가 찾아왔습니다. 이번 진원지는 일본의 낸드플래시 메모리 회사인 키옥시아홀딩스였는데요, 이 회사가 전년 대비 60% 줄어든 순이익을 발표하자마자 아시아 전체 반도체 시장이 도미노처럼 무너져 내렸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코스피에서는 외국인들이 SK하이닉스를 1조2578억원, 삼성전자를 5894억원어치나 순매도하며 시장을 뒤흔들었죠.

키옥시아 쇼크와 함께 본 2025년 반도체 시장의 현실 체크
Photo by Maxence Pira on Unsplash

사실 키옥시아라는 회사 이름이 생소할 수도 있는데, 이 회사는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세계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전문업체입니다. 도시바의 메모리 사업부가 분사되어 만들어진 회사로, 2018년 베인캐피털이 주도한 컨소시엄에 SK하이닉스도 약 3조9000억원을 투자하며 참여했습니다. 현재 SK하이닉스는 키옥시아 지분의 약 19%를 보유하고 있고, 전환사채까지 포함하면 최대 14.4%의 추가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왜 키옥시아 하나의 실적 부진이 이렇게 큰 파장을 일으킨 걸까요? 개인적으로는 이번 사건이 단순한 실적 발표를 넘어서 현재 반도체 시장, 특히 AI 관련 반도체 시장의 과열 양상에 대한 경고등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키옥시아는 올해 들어 무려 510%나 상승했던 주식이었거든요. 하지만 실제 비즈니스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이것이 투자자들에게 ‘AI 버블’ 우려를 다시 한 번 상기시킨 것 같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키옥시아와 우리나라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 간의 비즈니스 모델 차이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D램과 낸드플래시를 모두 생산하는 종합 메모리 업체인 반면, 키옥시아는 낸드플래시만 전문으로 제조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제품 포트폴리오의 차이인데요, 최근 데이터센터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데, 키옥시아는 이런 고부가가치 제품보다는 일반 모바일용 제품 판매 비중이 더 높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구조적 차이 때문에 업계 전문가들은 키옥시아의 실적 부진이 메모리 시장 전반의 버블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2025년 현재 eSSD 시장은 AI 데이터센터 구축 붐과 함께 연간 30%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거든요. 삼성전자의 경우 3분기 실적에서 eSSD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증가했다고 발표했고, SK하이닉스도 HBM(고대역폭 메모리) 매출이 전체 매출의 30% 이상을 차지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미국발 AI 주식 조정과 아시아 시장 연쇄반응

하지만 키옥시아 쇼크가 이렇게 큰 파급력을 가진 배경에는 미국 시장에서의 AI 관련 주식들의 고평가 논란이 있습니다. 키옥시아 실적 발표 이후 미국 시장에서는 엔비디아가 3.58%, AMD가 5.67%, 팰런티어가 6.53% 급락했고,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3.72% 하락했습니다. 이런 미국 시장의 조정이 아시아 개장과 함께 그대로 전이된 것이죠.

근데 생각해보면 이런 패턴이 2025년 들어 반복되고 있습니다. AI 관련 주식들의 밸류에이션이 워낙 높다 보니, 작은 악재에도 큰 폭의 조정을 받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어요. 엔비디아의 경우 현재 PER이 60배를 넘나들고 있고, AMD도 40배 이상의 높은 밸류에이션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실제 수요나 실적이 기대에 조금이라도 못 미치면 주가가 크게 요동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인 것 같습니다.

특히 아시아 시장의 반응이 더 민감한 이유는 대부분의 아시아 반도체 업체들이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공급망에 깊숙이 편입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AMD, 인텔 등에 메모리 반도체를 공급하고 있고, 대만의 TSMC는 이들 업체의 핵심 파운드리 파트너입니다. 따라서 미국 AI 시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 자연스럽게 아시아 공급업체들의 주가도 함께 하락하는 구조가 형성되어 있어요.

실제로 이날 코스피에서 외국인들의 순매도 규모는 총 2조3667억원에 달했는데, 이 중 대부분이 반도체와 AI 밸류체인에 집중되었습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하루에만 1조2578억원이라는 엄청난 규모의 순매도를 기록했는데, 이는 키옥시아 지분 보유로 인한 직접적 영향과 함께 전반적인 메모리 시장 우려가 겹친 결과로 보입니다.

금융시장 전반의 ‘에브리싱 패닉’ 현상

이번 사태에서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주식시장뿐만 아니라 채권, 외환시장까지 동반 급락하는 ‘에브리싱 패닉’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일 대비 0.012%포인트 상승한 2.944%로 연고점을 경신했고, 10년물도 3.317%까지 올라 지난 12일 기록한 최고치를 다시 돌파했습니다. 특히 3년물은 장중 2.99%대까지 오르며 3% 선을 위협하기도 했죠.

외국인들이 국채선물 시장에서도 3년 국채선물 7467계약, 10년 선물 1440계약을 순매도하며 금리 상승을 주도했는데, 이는 단순히 주식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채권으로 피난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한국 시장 전체에서 자금을 회수하는 움직임으로 해석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구두 개입을 통해 금리 상승을 억제하려 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원화 약세도 심각한 수준입니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개장과 함께 1474.9원까지 하락했다가 외환당국의 구두 개입으로 장중 20원 넘게 급등하는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습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가 “국민연금, 수출업체와 긴밀히 논의해 환율 안정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발언한 것도 시장의 주목을 받았는데, 이는 통상적인 수출 기업들의 달러 매도 물량이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정책적 개입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흥미로운 점은 최근 수출 기업들이 대미 투자 준비 등을 이유로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지 않고 보유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이는 트럼프 재집권 이후 미국 내 제조업 투자 확대 압박이 커지면서 한국 기업들이 미리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단기적으로는 원화 약세 압력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은행권에서도 유동성 방어를 위해 은행채를 대거 발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25년 3분기 은행채 순발행액은 11조8092억원으로 1분기 대비 급증했고, 10~11월에만 벌써 8조6036억원이 순발행되었습니다. 이는 전체 채권 발행 시장 규모의 31%에 해당하는 수준이에요. 원화 약세로 외화 조달 비용이 늘어나면서 은행들의 유동성비율과 BIS 자기자본비율에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에브리싱 패닉’ 현상이 단순히 키옥시아 한 회사의 실적 부진으로 설명되기에는 너무 광범위하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글로벌 유동성 축소, 미국 금리 상승 기대, 지정학적 리스크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키옥시아 사태가 방아쇠 역할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2025년 하반기 들어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 변화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신흥국 시장에서 자금 이탈 압력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죠.

하지만 LS증권의 황산해 연구원이 지적한 것처럼, 미국과 한국의 경기 사이클이 다르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것 같습니다. 미국은 최근 경기 전망이 악화되고 있는 반면, 한국은 경기 회복 흐름에 있다는 분석인데요, 이런 펀더멘털 차이가 중장기적으로는 한국 시장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당분간은 글로벌 리스크 회피 심리가 지속되면서 변동성이 클 것으로 예상되고, 이런 상황에서는 개별 기업의 펀더멘털보다는 시장 전체의 센티먼트가 주가를 좌우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이번 키옥시아 쇼크는 2025년 반도체 시장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AI 붐으로 인한 과도한 기대와 높은 밸류에이션, 그리고 실제 비즈니스 성과 간의 괴리가 점점 커지고 있고, 작은 악재에도 시장 전체가 크게 흔들리는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낸 것이죠. 앞으로 몇 개월간은 이런 변동성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투자자들은 개별 기업의 실질적 경쟁력과 장기적 성장 가능성에 더욱 주목해야 할 시점인 것 같습니다.


이 글은 매일경제 기사를 읽고, 개인적인 의견과 분석을 더해 작성했습니다.

면책 조항: 이 블로그는 뉴스 매체가 아니며, 작성된 내용은 저자의 개인적인 견해입니다. 투자 결정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으며, 이 글의 내용을 근거로 한 투자 손실에 대해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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