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19일, 이재명 대통령의 UAE 방문에서 나온 한국-UAE 간 반도체 및 AI 협력 발표가 업계의 큰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특히 고대역폭메모리(HBM) 기술을 중심으로 한 협력과 AI 데이터센터 구축 계획은 한국 반도체 업계에게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협력이 단순한 외교적 수사가 아닌 실질적인 비즈니스 기회로 이어질 수 있을지, 그리고 한국 기업들이 중동 시장에서 어떤 포지션을 확보할 수 있을지 살펴보겠습니다.

UAE는 현재 AI와 디지털 전환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 국가입니다. 2071년까지 세계 최고 수준 국가로 도약하겠다는 비전 2071을 발표한 바 있고, 이를 위해 AI 기술 도입에 연간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습니다. 특히 아부다비의 G42와 같은 AI 기업들이 급성장하면서 데이터센터 인프라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배경에서 한국의 HBM 기술과 EPC(설계·조달·시공) 역량이 UAE의 니즈와 정확히 맞아떨어진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HBM 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은 절대적입니다. SK하이닉스가 전 세계 HBM 시장의 약 95% 이상을 점유하고 있고, 삼성전자도 HBM3E 양산을 통해 점유율 확대에 나서고 있습니다. 2024년 기준 HBM 시장 규모는 약 150억 달러로 추정되며, 2025년에는 25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됩니다. AI 데이터센터의 핵심 부품인 HBM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한국 기업들에게는 절호의 기회가 열린 셈입니다.
이번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한 기업 라인업을 보면 협력의 진정성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등 한국의 주요 재벌 총수들이 직접 참석했다는 것은 이번 협력이 단순한 정치적 쇼가 아닌 실질적인 비즈니스 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신호입니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최근 중동 지역 반도체 파운드리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있었는데, 이번 협력이 구체화의 발판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중동 AI 시장의 급성장과 한국의 기회
중동 지역의 AI 시장 성장세는 정말 놀랍습니다.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중동 지역의 AI 시장은 2023년 약 20억 달러에서 2030년 320억 달러로, 연평균 45%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UAE는 이 중 4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이런 성장의 배경에는 석유 수입으로 축적된 자본을 미래 산업에 투자하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있습니다.
UAE의 대표적인 AI 기업인 G42는 2024년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15억 달러 투자를 받으며 기업가치 100억 달러를 달성했습니다. 이 회사는 현재 아부다비에 대규모 AI 데이터센터를 구축 중이며, 여기에 들어가는 GPU와 HBM의 규모만 수십억 달러에 달한다고 합니다. 문제는 현재 엔비디아의 H100, H200 GPU와 여기에 탑재되는 HBM이 공급 부족 상태라는 점입니다. SK하이닉스의 HBM 대기 주문량이 2025년 상반기까지 이미 풀로 차 있는 상황에서, UAE와의 직접적인 협력 관계 구축은 공급 우선권 확보라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큽니다.
한국 기업들에게 UAE는 단순한 수출 시장이 아닌 중동·아프리카 전체 시장 진출의 관문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UAE는 지리적으로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를 잇는 허브 역할을 하고 있고, 특히 두바이와 아부다비는 중동 지역 비즈니스의 중심지입니다. 한국 기업들이 UAE에서 성공적인 레퍼런스를 만들면,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쿠웨이트 등 다른 걸프 국가들로의 확장도 훨씬 수월해질 것입니다.
실제로 사우디아라비아는 2030년 비전의 일환으로 네옴시티 프로젝트에 5000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고, 여기에도 대규모 AI 인프라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카타르 역시 2030년까지 디지털 전환에 500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UAE에서의 성공 사례는 한국 기업들에게 중동 전체 시장 진출의 발판이 될 수 있습니다.
청정에너지와 방산 협력의 시너지 효과
이번 협력에서 주목할 점은 AI·반도체뿐만 아니라 청정에너지와 방산 분야까지 포괄한다는 것입니다. UAE는 세계 최대 태양광 발전소 중 하나인 누르 아부다비를 운영하고 있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한국의 배터리 기술과 UAE의 태양광 발전을 결합하면 상당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미 중동 지역에서 ESS(에너지저장시스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고, 2024년 기준 약 30GWh 규모의 주문을 확보한 상태입니다. 삼성SDI 역시 중동 지역 ESS 시장 진출을 위해 현지 파트너십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ESS 시장이 2023년 120억 달러에서 2030년 460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중동 지역이 이 중 15%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방산 분야 협력도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한국은 이미 폴란드, 호주 등에 K-9 자주포와 FA-50 경전투기를 수출하며 방산 수출 강국으로 부상했습니다. 2024년 한국의 방산 수출액은 약 170억 달러로 세계 4위를 기록했습니다. UAE는 지역 안보 환경의 변화로 인해 방산 장비 현대화에 적극적이며, 특히 현지 생산을 통한 기술 이전에 관심이 높습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개발 중인 KF-21 전투기나 한화시스템의 각종 방산 장비들이 UAE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제3국 공동 진출”이라는 표현입니다. 이는 한국과 UAE가 함께 아프리카나 다른 중동 국가 시장에 진출한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UAE의 자본력과 지역 네트워크, 그리고 한국의 기술력이 결합되면 상당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UAE는 아프리카 여러 국가에 개발 원조를 제공하고 있고, 이런 프로젝트에 한국 기업들이 참여할 기회가 늘어날 수 있습니다.
한우의 할랄 시장 진출 언급도 흥미롭습니다. 전 세계 할랄 식품 시장은 2023년 약 2조 4천억 달러 규모이며, 연평균 6% 이상 성장하고 있습니다. 한국 농식품의 할랄 인증 획득과 중동 시장 진출은 K-푸드 확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한국 라면과 김치 등이 중동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데, 한우까지 더해지면 K-푸드의 중동 시장 점유율이 더욱 높아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이번 협력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기까지는 여러 과제들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HBM과 AI 칩의 공급 부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가 관건입니다. 현재 SK하이닉스의 HBM 생산능력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고, 삼성전자도 HBM3E 양산 초기 단계입니다. UAE의 대규모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생산능력 확충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또한 미국의 대중국 기술 수출 규제가 한국 기업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에서, UAE와의 협력이 어떤 제약을 받을지도 지켜봐야 할 부분입니다. 특히 AI 칩과 관련 기술의 수출에는 여전히 미국의 승인이 필요한 경우가 많아서, 이 부분에서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한-UAE 협력은 한국 기업들에게 상당한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반도체, 배터리, 방산 분야에서 한국이 가진 기술적 우위와 UAE의 자본력, 그리고 중동 지역의 네트워크가 결합되면 상당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입니다. 2025년 하반기부터 구체적인 프로젝트들이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관련 기업들의 중동 진출 전략과 성과를 주목해서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 글은 매일 경제 기사를 읽고, 개인적인 의견과 분석을 더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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