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ergy

한국 에너지 저장 시장의 급성장과 글로벌 경쟁 구도 변화

Editor
9 min read

2025년 11월 현재, 글로벌 에너지 저장 시장은 전례 없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한국이 이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 에너지 저장 시스템 설치 용량은 2024년 42GWh에서 2025년 62GWh로 47%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성장의 중심에는 한국 기업들이 있으며, LG에너지솔루션(경기도 용인)과 삼성SDI(경기도 수원)가 글로벌 시장 점유율 25%를 차지하며 선두를 달리고 있다. 한국 에너지 저장 시장 자체도 2024년 3.2조원에서 2025년 4.3조원으로 34% 성장할 것으로 한국에너지공단이 전망했다.

한국 에너지 저장 시장의 급성장과 글로벌 경쟁 구도 변화
Photo by DALL-E 3 on OpenAI DALL-E

이러한 급성장의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먼저 한국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과 K-배터리 벨트 전략이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25년까지 에너지 저장 분야에 15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으며, 이 중 60%가 배터리 기술 개발과 생산 시설 확충에 집중되고 있다. 특히 전남 나주와 충북 청주를 중심으로 한 ESS 클러스터 조성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관련 기업들의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 동시에 재생에너지 확산 정책도 에너지 저장 수요를 크게 늘리고 있는데, 2025년 현재 한국의 태양광 및 풍력 발전 설치 용량이 25GW를 넘어서면서 전력 계통 안정성을 위한 ESS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기술적 관점에서 보면, 한국 기업들은 특히 리튬이온 배터리 기술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2025년 3분기 기준으로 에너지 밀도 300Wh/kg을 달성한 차세대 배터리를 상용화했으며, 이는 중국 CATL(푸젠성 닝더)의 280Wh/kg, 미국 테슬라(캘리포니아주 팰로 알토)의 260Wh/kg보다 높은 수치다. 삼성SDI 역시 고체 전해질 배터리 기술에서 돌파구를 마련했는데, 2025년 하반기부터 시범 생산에 들어간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 대비 40% 높은 에너지 밀도와 50% 향상된 안전성을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시장 경쟁 구도를 살펴보면, 한국 기업들은 중국과 미국 경쟁사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의 CATL은 2024년 글로벌 ESS 배터리 시장에서 37%의 점유율을 기록했으나, 2025년 들어 한국 기업들의 추격이 거세지면서 34%로 하락했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은 18%에서 22%로, 삼성SDI는 7%에서 11%로 점유율을 확대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프리미엄 시장에서의 한국 기업들의 강세인데, 1MWh 이상 대용량 ESS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이 45%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높은 기술력과 품질 신뢰성에 기반한 것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한국 기업들의 전략적 대응

2025년 현재 글로벌 에너지 저장 산업은 공급망 재편이라는 중대한 변화를 겪고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유럽연합의 그린딜 산업계획이 본격 시행되면서, 각국이 자국 내 배터리 공급망 구축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여 한국 기업들은 적극적인 해외 투자 전략을 펼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 상반기에 미국 미시간주에 18억 달러 규모의 ESS 전용 공장 건설을 시작했으며, 2027년 완공 시 연간 20GWh 생산 능력을 갖출 예정이다. 삼성SDI 역시 헝가리 괴드에 12억 유로를 투자하여 유럽 최대 규모의 ESS 생산 기지를 구축하고 있으며, 2026년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간다.

이러한 해외 투자 확대는 단순한 생산 기지 이전이 아닌 전략적 포지셔닝의 의미가 크다. 한국 기업들은 현지 생산을 통해 관세 장벽을 우회하는 동시에, 현지 고객사와의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는 테슬라, 플루언스 에너지(버지니아주 알링턴), 워츠일라 에너지 스토리지(핀란드 헬싱키) 등 주요 ESS 통합업체들과의 장기 공급 계약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2025년 체결한 계약만으로 향후 5년간 220억 달러의 매출을 보장받았으며, 이는 전년 대비 180% 증가한 수치다.

원자재 확보 측면에서도 한국 기업들의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리튬, 니켈, 코발트 등 핵심 원자재의 가격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은 상류 공급망 통합에 적극 나서고 있다. 포스코홀딩스(경상북도 포항)는 아르헨티나 살라르 데 오옴브레 리튬 광산에 8억 달러를 투자하여 2026년부터 연간 2만 5천 톤의 리튬을 생산할 예정이며, 이는 배터리 50GWh 생산에 필요한 물량이다. SK온(서울)도 인도네시아 니켈 제련 사업에 30억 달러를 투자하여 수직 통합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원자재 확보 노력의 결과로 한국 기업들의 배터리 원가 경쟁력이 크게 향상되었는데, 2025년 기준 kWh당 생산 원가가 85달러로 중국 기업들의 78달러에 근접한 수준까지 개선되었다.

기술 혁신 측면에서는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특히 전고체 배터리, 나트륨이온 배터리, 리튬메탈 배터리 등 포스트 리튬이온 기술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삼성SDI는 2025년 10월 전고체 배터리의 시험 생산라인을 가동하기 시작했으며, 초기 수율 70%를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업계 예상보다 2년 앞선 성과로 평가된다. LG에너지솔루션도 실리콘 나노와이어 음극재 기술을 적용한 차세대 배터리를 개발하여 2026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기술이 적용될 경우 현재 대비 에너지 밀도가 30% 향상되고 충전 시간은 절반으로 단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세분화와 새로운 성장 동력

에너지 저장 시장의 성숙화와 함께 용도별 세분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2025년 현재 글로벌 ESS 시장은 유틸리티 스케일(대규모 전력 계통용), 상업·산업용(C&I), 가정용(residential)으로 구분되며, 각 세그먼트마다 서로 다른 기술 요구사항과 시장 특성을 보이고 있다. 유틸리티 스케일 시장이 전체의 65%를 차지하며 가장 큰 비중을 보이고 있는데, 이 분야에서는 대용량, 장수명, 안전성이 핵심 요구사항이다. 한국 기업들은 이 시장에서 특히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호주 빅토리아 주의 300MW/450MWh 규모 빅토리안 빅 배터리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료하여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상업·산업용 ESS 시장은 2025년 들어 급성장하고 있는 분야로, 전체 시장의 25%를 차지하며 전년 대비 52% 성장했다. 이 시장의 성장 동력은 전력 요금 상승과 전력 품질 문제, 그리고 ESG 경영 확산에 있다. 특히 데이터센터, 제조업체, 병원 등에서 무정전 전원 공급과 피크 전력 관리를 위한 ESS 도입이 급증하고 있다. 삼성SDI는 이 시장을 겨냥하여 모듈러 설계의 컨테이너형 ESS를 출시했으며, 2025년 3분기에만 1,200억원의 수주를 기록했다. 이 제품은 기존 대비 설치 기간을 50% 단축하고 유지보수 비용을 30%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가정용 ESS 시장은 상대적으로 작지만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25년 기준 전체 시장의 10%를 차지하지만, 연간 성장률은 78%에 달한다. 이 시장의 성장은 주로 태양광 발전 시설을 보유한 가정에서 자가 소비율을 높이고 전력 요금을 절약하려는 수요에 기인한다. 한국에서도 2025년 하반기부터 가정용 ESS 보조금 정책이 확대되면서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현재 가정용 ESS 설치 가구는 15만 가구를 넘어섰으며, 2026년에는 30만 가구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 시장을 겨냥하여 10kWh 용량의 가정용 ESS를 출시했으며, 기존 제품 대비 40% 소형화하고 가격은 25% 인하했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와 연계된 ESS 시장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2025년 현재 전 세계 전기차 충전소는 280만 개에 달하며, 이 중 급속 충전기가 설치된 충전소의 70%가 ESS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이는 전력망 부하 분산과 충전 효율성 향상을 위한 것으로, 특히 도시 지역에서 필수적인 요소가 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현대자동차(서울)와 기아(서울)가 주도하는 E-pit 충전 네트워크에 SK온이 ESS를 공급하고 있으며, 2025년 말까지 1,000개소에 총 2GWh 규모의 ESS가 설치될 예정이다. 이러한 충전 인프라 연계 ESS 시장은 2024년 12억 달러에서 2030년 85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블룸버그 뉴 에너지 파이낸스가 전망했다.

한편, 산업별 맞춤형 ESS 솔루션 개발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반도체 제조업체들은 순간 정전에도 민감한 생산 공정을 보호하기 위해 밀리초 단위의 빠른 응답 속도를 가진 ESS를 요구하고 있으며, 삼성SDI가 개발한 울트라 캐패시터 하이브리드 ESS가 이러한 요구를 충족하고 있다. 석유화학 업체들은 공정 부산물인 수소를 활용한 연료전지와 ESS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에너지 자립도를 90% 이상 달성하고 있다. 이러한 산업별 특화 솔루션 시장은 2025년 현재 35억 달러 규모로 추산되며, 연간 25% 성장하고 있다.

2025년 하반기 들어 에너지 저장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트렌드는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기술의 접목이다. 한국 기업들은 ESS의 운영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AI 기반 에너지 관리 시스템(EMS)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개발한 AI-EMS는 기상 예보, 전력 수요 패턴, 전력 시장 가격 등 다양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여 최적의 충방전 스케줄을 자동으로 수립한다. 이 시스템을 적용한 ESS는 기존 대비 운영 수익이 평균 18%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SDI도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한 예측 정비 시스템을 개발하여 ESS의 가동률을 95% 이상으로 끌어올렸으며, 이는 업계 평균인 87%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글로벌 에너지 저장 시장의 미래 전망을 종합해보면, 2025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28%의 성장률을 유지하며 2030년 시장 규모가 1,2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성장의 중심에서 한국 기업들은 기술 혁신,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 구축, 원자재 수직 통합을 통해 경쟁 우위를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차세대 배터리 기술의 상용화 시점이 다가오면서, 기술 선도 기업들의 시장 지배력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중국 기업들의 저가 공세와 미국·유럽의 자국 기업 보호 정책 강화 등 불확실성 요인도 상존하고 있어, 한국 기업들의 전략적 대응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Editor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