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제조업의 새로운 전환점
2026년 들어 합성생물학(Synthetic Biology) 분야가 실험실에서 상업적 현실로의 전환을 본격화하면서, 전통적인 제조업 패러다임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글로벌 합성생물학 시장은 2025년 208억 달러에서 2026년 280억 달러로 34.6% 성장했으며, 이는 팬데믹 이후 바이오제조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결과다. 특히 주목할 점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이 전체 시장의 42%를 차지하며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 정부가 발표한 ‘바이오미래 비전 2030’에 따라 2026년까지 바이오경제 규모를 300조원으로 확대하겠다는 목표 하에, 합성생물학 분야에 대한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

이러한 성장의 핵심 동력은 바로 ‘바이오제조(Biomanufacturing)’의 상용화다. 전통적으로 석유화학 공정을 통해 생산되던 화학물질들을 미생물을 이용해 생산하는 기술이 경제적 타당성을 확보하기 시작한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 캘리포니아 기반 Amyris(AMRS)는 2025년 4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7% 증가한 1억 2,300만 달러를 기록했으며, 이는 합성 바닐린과 스쿠알렌 등의 바이오제조 제품 판매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가 2025년 연간 매출 3조 4,000억원을 달성하며 전년 대비 28% 성장을 기록했는데, 이 중 상당 부분이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사업에서 나온 것이다.
합성생물학의 핵심은 생명체를 ‘프로그래밍 가능한 제조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DNA를 마치 컴퓨터 코드처럼 설계하여 미생물이 특정 화학물질을 생산하도록 만든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메타볼릭 엔지니어링(Metabolic Engineering)’ 기술로, 미생물의 대사 경로를 인위적으로 조작하여 원하는 물질을 효율적으로 생산하게 하는 것이다. 보스턴 기반 Ginkgo Bioworks(DNA)는 이러한 접근법을 자동화한 ‘생물학적 파운드리(Biological Foundry)’ 플랫폼을 구축했으며, 2025년 말 기준으로 150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이 회사의 2025년 4분기 매출은 1억 8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5% 증가했다.
시장 분석가들은 합성생물학이 화학, 제약, 농업, 식품 등 다양한 산업에서 기존 생산 방식을 대체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맥킨지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까지 합성생물학을 통해 생산 가능한 물리적 투입물의 경제적 가치는 연간 1조 2,000억 달러에서 3조 6,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현재 전 세계 화학산업 규모인 4조 달러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수준이다. 특히 바이오연료, 바이오플라스틱, 바이오화학 원료 등의 분야에서 급속한 성장이 예상된다.
한국 기업들의 전략적 포지셔닝과 글로벌 경쟁
한국 기업들은 합성생물학 분야에서 독특한 포지셔닝을 취하고 있다. LG화학(051910)의 경우 2025년 바이오소재 사업부문에서 8,5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이는 전체 매출의 약 15%에 해당한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LG화학이 개발한 바이오 기반 폴리올 기술로, 이는 기존 석유화학 기반 제품 대비 탄소 배출량을 40% 줄일 수 있다. 회사는 2026년까지 바이오소재 분야에 1조 5,000억원을 추가 투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러한 투자는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행에 대비한 전략적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SK바이오팜(326030)은 다른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 이 회사는 합성생물학을 활용한 신약 개발에 집중하고 있으며, 2025년 FDA 승인을 받은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의 글로벌 판매가 본격화되면서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2025년 연간 매출은 4,200억원으로 전년 대비 78% 증가했다. 회사는 합성생물학 플랫폼을 활용해 기존 화학 합성으로는 어려웠던 복잡한 구조의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하고 있으며, 현재 파이프라인에 12개의 신약 후보가 있다.
글로벌 경쟁 구도에서 보면, 미국과 중국 기업들이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한국 기업들도 특정 분야에서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BGI Genomics는 2025년 합성생물학 관련 매출이 15억 달러를 기록했으며, 특히 농업용 미생물 제품 분야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미국의 Synthetic Biologics(SYN)는 의료용 프로바이오틱스 분야에 특화되어 있으며, 2025년 임상 3상을 완료한 C. difficile 감염 예방 치료제가 2026년 상반기 FDA 승인을 앞두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각국의 규제 환경이 기업들의 전략에 미치는 영향이다. 유럽연합은 2025년 말 합성생물학 제품에 대한 새로운 규제 프레임워크를 발표했으며, 이는 환경 안전성과 윤리적 고려사항을 강화한 것이다. 반면 싱가포르는 ‘바이오제조 허브’ 전략의 일환으로 규제 샌드박스를 확대 운영하고 있어, 많은 기업들이 아시아 진출의 교두보로 활용하고 있다. 한국 정부도 2026년 1월 ‘합성생물학 진흥법’ 제정을 추진한다고 발표했으며, 이는 국내 기업들에게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 측면에서 보면, 2025년 글로벌 합성생물학 분야 벤처 투자는 총 87억 달러로 전년 대비 23% 증가했다. 이 중 아시아 기업들이 유치한 투자는 28억 달러로, 전체의 32%를 차지했다. 특히 한국 스타트업들도 주목받고 있는데, 바이오제조 플랫폼을 개발하는 바이오스펙트럼이 2025년 12월 시리즈 B 라운드에서 450억원을 유치했고, 합성생물학 기반 화장품 원료를 개발하는 바이오테크노는 30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이러한 투자 증가는 한국이 합성생물학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된다.
기술적 관점에서 보면, 현재 합성생물학의 가장 큰 도전과제는 ‘스케일업(Scale-up)’이다. 실험실에서 성공한 기술을 상업적 규모로 확대하는 과정에서 많은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예를 들어, Zymergen(ZY)은 2022년 Ginkgo Bioworks에 인수되기 전까지 스케일업 문제로 고전했다. 반면 성공 사례도 있다. 덴마크의 Novozymes는 합성생물학을 활용한 효소 생산에서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2025년 매출 23억 달러 중 60% 이상이 바이오제조 관련 제품에서 나왔다.
앞으로의 전망을 보면, 합성생물학 시장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28%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주로 바이오연료, 바이오화학, 바이오의약품 분야의 수요 증가에 기인한다. 특히 탄소 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각국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시장 성장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경우 2030년까지 바이오경제 비중을 GDP의 25%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 하에, 합성생물학 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지원이 예상된다. 이러한 환경에서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어떤 포지션을 확보할지가 향후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이 글은 정보 제공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투자 권유나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은 개인의 판단과 책임 하에 이루어져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