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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 시장 판도 바뀌는 중 – 삼성SDI가 LG에너지솔루션 제치고 1위 차지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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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에서 예상치 못한 반전이 일어났습니다. 많은 업계 전문가들이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로 무장한 LG에너지솔루션이 우세할 것으로 예상했던 1차 중앙계약시장에서, 정작 승자는 삼성SDI였거든요. 선정된 8개 사업자 중 6곳에 배터리를 공급하며 사실상 시장을 석권했습니다. 이게 단순한 우연일까요? 아니면 ESS 시장의 경쟁 구도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는 건 아닐까요?

ESS 시장 판도 바뀌는 중 - 삼성SDI가 LG에너지솔루션 제치고 1위 차지한 이유
Photo by Sam Grozyan on Unsplash

이번 결과를 보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가격 경쟁력만으로는 더 이상 시장을 장악할 수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전력거래소가 1차 입찰에서 가격과 비가격 점수를 6대4로 설정했는데도, 삼성SDI가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배터리로 LFP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승리를 거뒀거든요. 이는 비가격 요소, 특히 국내 생산과 소재 국산화가 얼마나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되었는지를 보여줍니다.

삼성SDI의 승리 요인을 자세히 살펴보면 전략의 차이가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울산 공장을 통한 국내 ESS 셀 생산 계획과 함께 셀 구성 소재 대부분을 국내 기업 제품으로 활용했다는 점이 결정적이었습니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중국 생산 비중이 높아 비가격 점수에서 상당한 불이익을 받았다고 전해집니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은 LFP 양극재를 중국 상주리원에서, 음극재를 BTR과 샨샨에서 조달해 난징과 미국 미시간 홀랜드 공장에서 생산해왔는데, 이런 글로벌 공급망 구조가 오히려 발목을 잡은 셈이죠.

2025년 11월 27일 발표된 2차 입찰 공고를 보면 이런 트렌드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총 540MW, 약 1조원 규모의 이번 입찰에서 전력거래소는 가격과 비가격 점수 비중을 5대5로 조정했거든요. 비가격 점수의 영향력이 더욱 커진 거죠. 더 주목할 점은 계통 연계, 산업경제 기여도, 화재 및 설비 안전성 배점을 높이고 상대적으로 변별력이 낮았던 기술 능력이나 주민수용성 점수는 줄였다는 것입니다.

국산화 경쟁 본격화 – 중국 의존도 탈피가 관건

이런 변화에 대응해 LG에너지솔루션이 취한 조치들을 보면 얼마나 절박한 상황인지 알 수 있습니다. 오창 공장에 LFP ESS 생산라인을 구축해 2027년까지 연산 1GWh 규모의 생산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하는데요, 이는 명백히 국내 생산 비중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대응입니다. 동시에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등 주요 소재에 대한 국산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하니, 중국 의존도를 줄이려는 의지가 상당히 강해 보입니다.

SK온도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1차 입찰 때 사용했던 중국 양극재 업체 대신 엘앤에프 양극재를 적용해 서산 공장에서 테스트를 진행 중이라고 하거든요. 엘앤에프는 국내 대표적인 양극재 업체 중 하나로, 2025년 현재 시가총액이 약 15조원에 달하는 대형 소재 기업입니다. 이런 움직임은 단순히 ESS 입찰 대응을 넘어서 전체적인 공급망 다변화 전략의 일환으로 보입니다.

근데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LFP 배터리의 딜레마입니다. LFP는 가격 경쟁력과 안전성에서 장점이 있지만, 소재 공급망이 중국에 집중되어 있다는 구조적 문제가 있어요. 전 세계 LFP 양극재 시장에서 중국 기업들이 9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거든요. 대표적으로 BYD의 자회사인 핀드림(FinDreams)과 CATL 계열의 상주리원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산화를 추진한다는 것은 기술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상당한 도전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삼성SDI의 NCA 배터리 전략은 이런 측면에서 상당히 영리해 보입니다. NCA 배터리의 주요 소재인 니켈, 코발트, 알루미늄은 상대적으로 공급망이 다변화되어 있고, 국내에도 포스코케미칼, 에코프로비엠 같은 경쟁력 있는 업체들이 있거든요. 실제로 포스코케미칼은 2025년 현재 연간 양극재 생산능력이 약 20만톤에 달하며, 에코프로비엠은 하이니켈 양극재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안전성 논쟁 – 소재 vs 폼팩터의 대결

2차 입찰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변수는 안전성 평가 기준의 변화입니다. 화재 및 설비 안전성 배점이 22점에서 25점으로 높아졌는데, 이게 단순한 3점 증가가 아니라 전체 경쟁 구도를 바꿀 수 있는 중요한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몇 년간 국내외에서 ESS 화재 사고가 빈발하면서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졌거든요. 2019년부터 2021년까지 국내에서만 30건 이상의 ESS 화재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정부와 전력거래소가 안전성 기준을 대폭 강화한 상황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기술적 논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소재 측면에서는 분명히 LFP가 삼원계 배터리보다 안전합니다. LFP는 열폭주 온도가 약 270℃로 NCA의 150-200℃보다 훨씬 높고, 산소 방출량도 적어 화재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아요. 하지만 폼팩터 측면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각형 배터리는 파우치형 대비 열 배출과 가스 배출 특성이 우수하고, 열전이 방지(NP) 기능도 더 뛰어나거든요.

이런 상황에서 전력거래소가 어떤 기준으로 안전성을 평가할지가 핵심입니다. 만약 소재 자체의 안전성에 더 높은 가중치를 둔다면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의 LFP 파우치 배터리가 유리할 것이고, 폼팩터와 시스템 레벨의 안전성을 중시한다면 삼성SDI의 NCA 각형 배터리가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최근의 화재 사고들이 대부분 BMS(배터리관리시스템) 결함이나 시스템 레벨 문제에서 기인한 점을 고려할 때, 종합적인 안전성 평가에서는 삼성SDI가 여전히 강점을 보일 것으로 예상합니다.

실제로 삼성SDI는 ESS 분야에서 상당한 기술적 노하우를 축적해왔습니다. 2012년부터 ESS 사업을 시작해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6GWh 이상의 ESS를 공급했고, 특히 화재 방지 기술에서는 업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받습니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 배터리에서는 압도적인 기술력을 보이지만, ESS 분야에서는 상대적으로 경험이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근데 여기서 놓치면 안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전고체 배터리 기술 개발 경쟁이에요. LG에너지솔루션이 오창 에너지플랜트에 전고체 파일럿 라인을 구축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는 2028년 양산 목표를 향한 중요한 진전입니다.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 액체 전해질의 인화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차세대 기술이거든요. 만약 LG에너지솔루션이 계획대로 2028년에 전고체 배터리 양산에 성공한다면, ESS 시장의 안전성 논쟁 자체가 완전히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삼성SDI도 2023년부터 수원사업장에서 전고체 파일럿 라인을 운영하고 있어 이 분야에서의 경쟁도 치열합니다. 두 회사 모두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시점을 2028년으로 잡고 있는데, 이는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 기술적 성숙도와 시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현실적인 목표로 보입니다. 전고체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를 기존 대비 30-50% 향상시킬 수 있고, 안전성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어 ESS뿐만 아니라 전기차 시장에서도 게임 체인저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2차 입찰 결과가 나오는 내년 2월이 정말 기대됩니다. 1차에서 예상을 뒤엎고 승리한 삼성SDI가 연승 행진을 이어갈지, 아니면 국산화 전략을 강화한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이 반격에 나설지 지켜볼 일이에요. 하지만 확실한 것은 이번 경쟁을 통해 국내 ESS 산업의 기술력과 공급망 안정성이 한 단계 더 발전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특히 소재 국산화가 본격화되면서 엘앤에프, 포스코케미칼, 에코프로비엠 같은 소재 기업들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이런 변화는 단순히 국내 시장만의 이슈가 아닙니다. 전 세계적으로 공급망 안정성과 에너지 안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보여주는 이런 국산화 노력은 다른 국가들에게도 중요한 벤치마크가 될 수 있거든요. 특히 미국과 유럽에서도 중국 의존도를 줄이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어, 한국 기업들의 이번 경험이 향후 해외 시장 진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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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뉴스 기사를 읽고, 개인적인 의견과 분석을 더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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