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기사를 읽었습니다.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회장이 한국을 방문해서 LG그룹 주요 계열사 CEO들과 일제히 만난다는 소식인데요. 조주완 LG전자 CEO,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CEO, 정철동 LG디스플레이 CEO, 문혁수 LG이노텍 CEO까지 총출동한다고 합니다. 이런 고위급 회동이 단순한 부품 공급 계약을 위한 것일까요? 저는 이 만남이 자율주행과 AI 기술이 융합되는 차세대 모빌리티 생태계를 놓고 벌어지는 글로벌 경쟁의 한 단면이라고 봅니다.
기사에 따르면 이번 회동의 핵심 의제는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 분야에서의 협력입니다. 배터리, 디스플레이, 센서 등 전장용 핵심 부품 공급이 주요 논의 사항이라고 하는데, 이는 단순히 하드웨어 공급을 넘어서는 의미를 갖습니다. 현재 글로벌 자동차 산업은 전통적인 기계 중심에서 소프트웨어와 AI가 핵심인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급격히 전환되고 있거든요. 테슬라가 2022년 기준 전체 매출의 약 15%를 소프트웨어 서비스에서 창출하고 있다는 점이 이런 변화를 잘 보여줍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이미 2021년부터 ‘Electric First’ 전략을 발표하며 2030년까지 전기차 전용 플랫폼으로 완전 전환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전기차를 만드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AI 기반 자율주행과 개인화된 디지털 서비스가 통합된 ‘움직이는 컴퓨터’를 구현하려는 것 같습니다. 칼레니우스 회장이 작년에 “고객에게 탁월한 디지털 제품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죠.
그런데 왜 하필 LG그룹일까요? 개인적으로는 LG그룹이 자율주행 시대에 필요한 거의 모든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LG전자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텔레매틱스 분야에서 이미 GM, 포드 등과 협력하고 있고, 2023년 기준 차량용 전자부품 매출이 약 8조원에 달합니다. LG디스플레이는 차량용 OLED 패널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죠. 특히 곡면 디스플레이와 투명 디스플레이 기술은 미래 자율주행차의 실내 공간 혁신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 같습니다.
AI와 자율주행 관점에서 본 LG그룹의 역할
자율주행 기술의 핵심은 결국 AI입니다. 차량이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상황을 판단하며, 최적의 경로를 결정하는 모든 과정에 AI 알고리즘이 작동하거든요. 현재 레벨 4 자율주행을 위해서는 초당 수 테라바이트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막대한 연산을 위해서는 고성능 반도체뿐만 아니라 효율적인 열 관리, 안정적인 전력 공급, 정확한 센서 데이터가 모두 필요합니다.
LG이노텍의 경우 카메라 모듈과 라이다(LiDAR) 센서 기술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습니다. 2023년 기준 차량용 카메라 모듈 시장에서 약 12%의 점유율을 기록했는데, 이는 보쉬(독일), 콘티넨털(독일) 다음으로 높은 수준입니다. 특히 AI 기반 객체 인식 정확도를 높이는 HDR(High Dynamic Range) 기술과 야간 촬영 성능에서 경쟁우위를 갖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어요. 자율주행차가 사람의 눈 역할을 하는 카메라와 센서의 품질이 곧 안전성과 직결되는 만큼, 이 분야의 기술력은 매우 중요합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또 다른 핵심 요소입니다. 자율주행차는 기존 차량보다 훨씬 많은 전력을 소비합니다. AI 프로세서, 다중 센서, 고해상도 디스플레이 등이 동시에 작동하기 때문이죠. 테슬라 모델 S의 경우 자율주행 모드에서 일반 주행 대비 약 15-20% 더 많은 전력을 소비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3년 기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27.1%의 점유율로 2위를 기록했고, 특히 고용량 배터리 팩 기술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습니다.
근데 정말 흥미로운 건 LG전자의 역할입니다. 단순히 부품을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차량 전체를 하나의 통합된 AI 시스템으로 만드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거든요. LG전자는 2022년부터 ‘Vehicle as a Service(VaaS)’ 전략을 추진하며 차량용 OS부터 클라우드 연결, 개인화 서비스까지 전방위적인 솔루션을 제공하려고 합니다. 이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나 애플의 카플레이와는 다른 접근 방식이에요.
글로벌 경쟁 구도 속에서의 전략적 의미
이번 회동이 더욱 의미 있는 이유는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경쟁 구도 때문입니다. 현재 자율주행 기술 분야에서는 미국의 테슬라, 웨이모(구글), 중국의 바이두, 독일의 BMW와 메르세데스-벤츠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 업체들의 성장이 눈에 띄는데, 바이두의 아폴로 플랫폼은 이미 중국 내 30개 이상 도시에서 상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요.
메르세데스-벤츠 입장에서는 이런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신뢰할 수 있는 기술 파트너가 필요합니다. 기사에서 언급한 대로 칼레니우스 회장이 작년에도 독일에서 LG그룹 CEO들과 비공개 ‘테크데이’를 가졌다는 것은 이미 상당한 수준의 기술 검증과 신뢰 관계가 구축되어 있다는 의미로 보입니다. 실제로 메르세데스-벤츠는 2023년 말부터 EQS 모델에 LG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을 적용하기 시작했고, 사용자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삼성그룹과의 경쟁도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기사에 따르면 칼레니우스 회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도 만날 예정이라고 하네요. 현재 삼성은 BMW, 아우디와 협력하고 있지만 메르세데스-벤츠와는 아직 본격적인 협업이 없다고 합니다. 이는 곧 한국의 두 대기업 그룹이 메르세데스-벤츠라는 프리미엄 브랜드를 놓고 경쟁하게 된다는 의미죠. 삼성은 반도체와 메모리 기술에서 강점을 갖고 있고, LG는 디스플레이와 배터리, 전장 부품에서 경쟁력을 보이고 있어서 각자 다른 영역에서 어필할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LG그룹이 더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봅니다. 자율주행차에서는 개별 부품의 성능보다는 전체 시스템의 통합과 최적화가 더 중요하거든요. LG그룹은 배터리부터 센서, 디스플레이, 소프트웨어까지 전 영역을 아우르는 원스톱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어요. 이는 차량 제조사 입장에서 개발 비용과 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는 장점이 됩니다. 실제로 폭스바겐이 2022년부터 ‘Software First’ 전략을 추진하면서 부품 공급업체 수를 기존 5000개에서 1000개로 줄이겠다고 발표한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시장 규모 측면에서도 매력적입니다. 글로벌 자율주행차 시장은 2023년 약 70억 달러에서 2030년 1650억 달러로 연평균 57% 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특히 레벨 3 이상의 고도 자율주행 기능이 포함된 차량의 비중이 2030년까지 전체 신차 판매의 25%에 달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어요. LG그룹이 메르세데스-벤츠와의 협력을 통해 이 시장에서 주요 플레이어로 자리잡을 수 있다면, 향후 10년간 수십조원 규모의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몇 가지 우려사항도 있습니다. 첫째는 기술 종속성 문제입니다. 자율주행의 핵심인 AI 알고리즘과 반도체 기술은 여전히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고 있어요. LG그룹이 아무리 우수한 하드웨어를 제공해도 소프트웨어 플랫폼에서 주도권을 잃으면 결국 부품 공급업체에 머물 수밖에 없습니다. 둘째는 중국 업체들의 급속한 추격입니다. BYD, CATL 같은 중국 기업들이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회동은 LG그룹에게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 같습니다. 단순한 B2B 부품 공급에서 벗어나 최종 소비자가 체감하는 차량 경험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파트너로 도약할 기회니까요. 특히 메르세데스-벤츠가 추진하는 ‘MBUX(Mercedes-Benz User Experience)’ 플랫폼에 LG의 기술들이 통합된다면, 향후 다른 프리미엄 브랜드들과의 협력 확대에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앞으로 자율주행과 AI 기술이 더욱 발전하면서 자동차 산업의 가치사슬 전체가 재편될 것으로 보입니다. 전통적인 완성차 업체와 부품 공급업체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소프트웨어와 서비스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될 거예요. 이런 변화 속에서 LG그룹이 메르세데스-벤츠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어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낼지 정말 기대됩니다. 14일 인천에서 열리는 ‘미래 전략 콘퍼런스’에서 칼레니우스 회장이 발표할 한국 시장 전략도 주목해볼 만할 것 같네요.
이 글은 산업 기사를 읽고, 개인적인 의견과 분석을 더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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