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제조 혁명의 임계점 도달
2026년 초 현재, 합성생물학 기반 바이오제조 산업이 실험실에서 상업적 생산으로의 전환점을 맞고 있다. 글로벌 바이오제조 시장 규모는 2025년 1,840억 달러에서 2026년 2,470억 달러로 34.3%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전통적인 화학 제조업의 연평균 성장률 2.8%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특히 미생물 발효를 통한 고부가가치 화합물 생산이 상용화 단계에 진입하면서, 석유화학 기반 제조공정을 대체하는 사례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핵심 동력은 CRISPR-Cas9을 비롯한 유전자 편집 기술의 발전과 AI 기반 단백질 설계 기술의 결합이다. 2025년 말 기준으로 전 세계적으로 승인된 바이오제조 시설은 전년 대비 67% 증가한 340개소에 달하며, 이 중 45%가 아시아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한국의 경우 정부의 K-바이오 정책 지원 하에 판교-송도 바이오클러스터를 중심으로 바이오제조 인프라가 급속히 확장되고 있으며,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을 필두로 한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바이오제조 시장에서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바이오제조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단순한 시장 규모 확장을 넘어서고 있다. 전통적인 화학 공정 대비 에너지 소비량을 평균 30-50% 절감하고, 탄소 배출량을 최대 80%까지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ESG 경영을 추진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2025년 12월 발표된 EU의 새로운 탄소국경조정메커니즘(CBAM) 확대 방안에 따라, 2027년부터 화학 제품에도 탄소세가 적용될 예정이어서 바이오제조로의 전환 압력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
현재 바이오제조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술은 ‘프로그래머블 바이올로지(Programmable Biology)’로 불리는 접근법이다. 이는 생명체의 대사 경로를 소프트웨어처럼 프로그래밍하여 원하는 화합물을 생산하는 기술로, 2025년 하반기부터 상업적 적용이 본격화되었다. 미국의 Ginkgo Bioworks(NYSE: DNA)가 개발한 자동화 플랫폼은 미생물 균주 개발 시간을 기존 18개월에서 3개월로 단축시켰으며, 이로 인해 신제품 출시 주기가 획기적으로 단축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LG화학이 2025년 11월 충남 당진에 연산 5만 톤 규모의 바이오 기반 화학물질 생산공장 건설을 발표하며, 전통적인 석유화학 기업들의 바이오제조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제약 바이오제조의 패러다임 전환
제약 산업에서 바이오제조의 영향은 특히 두드러진다. 2026년 현재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시장에서 바이오제조 기반 생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68%에 달하며, 이는 2020년 42%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한 수치다. 특히 mRNA 백신과 세포·유전자 치료제(CGT) 분야에서 바이오제조 기술의 중요성이 급격히 부각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mRNA 플랫폼 기술이 다양한 질병 치료제 개발에 활용되면서, 관련 바이오제조 시설에 대한 투자가 폭증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5년 12월 인천 송도에 4공장 건설을 완료하며, 총 생산 용량 62만 리터를 달성했다. 이는 전 세계 CDMO(위탁개발생산) 시장에서 단일 기업으로는 최대 규모로, 2026년 예상 매출액은 전년 대비 28% 증가한 3조 2천억 원에 달할 전망이다. 특히 ADC(항체-약물 접합체) 제조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확보하며, 글로벌 제약사들과의 장기 계약을 잇달아 체결하고 있다. 셀트리온 역시 바이오시밀러 생산 경험을 바탕으로 차세대 바이오의약품 제조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으며, 2025년 4분기 기준 수주잔고가 8조 5천억 원을 기록했다.
글로벌 제약사들의 바이오제조 전략도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Johnson & Johnson은 2025년 벨기에 베이스에 15억 달러를 투자하여 차세대 바이오제조 시설을 구축했으며, 이 시설은 연속 제조(Continuous Manufacturing) 기술을 적용하여 기존 대비 생산성을 40% 향상시켰다. Roche는 2026년 1월 발표한 새로운 10년 전략에서 바이오제조 역량을 핵심 경쟁력으로 설정하고, 향후 5년간 80억 달러를 관련 분야에 투자할 계획을 밝혔다. 특히 개인맞춤형 치료제 생산을 위한 분산형 바이오제조(Distributed Biomanufacturing) 모델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바이오제조 기술의 발전은 제약 산업의 공급망 구조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전통적으로 대규모 중앙집중식 생산에 의존했던 제약 제조가 소규모 분산형 생산으로 전환되면서, 지역별 공급망 리스크가 크게 감소하고 있다. 2025년 하반기 발생한 수에즈 운하 봉쇄 사태 당시에도 바이오제조 기반 의약품들은 공급 중단 없이 정상적으로 생산될 수 있었다는 점이 이를 입증한다. 이러한 변화는 각국 정부의 바이오안보 정책과도 맞물리면서, 바이오제조 시설의 국내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AI와 바이오제조의 융합이다. 2025년 말 기준으로 주요 바이오제조 기업들의 93%가 AI 기반 공정 최적화 시스템을 도입했으며, 이를 통해 생산 수율이 평균 15-25% 향상되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개발한 ‘Bio-AI’ 플랫폼은 실시간 생산 데이터를 분석하여 최적 배양 조건을 자동으로 조절하며, 이를 통해 배치별 품질 편차를 90% 이상 줄였다. 이러한 기술 혁신은 바이오의약품의 생산 비용 절감과 품질 향상을 동시에 달성하며, 환자 접근성 개선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화학 산업의 바이오 전환과 투자 동향
화학 산업에서의 바이오제조 도입은 2026년 들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글로벌 화학 기업들이 탄소중립 목표 달성과 원료 다변화를 위해 바이오 기반 생산으로의 전환을 적극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BASF는 2025년 12월 중국 난징에 연산 10만 톤 규모의 바이오 기반 아크릴산 생산시설 가동을 시작했으며, 이는 전통적인 프로필렌 산화 공정을 미생물 발효로 완전 대체한 첫 번째 상업적 사례다. 해당 시설은 기존 공정 대비 CO2 배출량을 75% 줄이면서도 생산 비용을 12% 절감하는 성과를 달성했다.
DSM(현 DSM-Firmenich)은 바이오제조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확보하고 있다. 2025년 매출액 중 바이오 기반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84%에 달하며, 특히 바이오 기반 비타민과 효소 생산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동사는 2026년 1월 네덜란드 델프트에 차세대 바이오리파이너리 시설 건설 계획을 발표했으며, 이 시설은 농업 폐기물을 원료로 하여 다양한 고부가가치 화학물질을 생산할 예정이다. 예상 투자 규모는 8억 유로로, 2028년 상업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시아 지역에서도 화학 기업들의 바이오제조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 일본의 미츠비시케미칼은 2025년 11월 태국 라용에 바이오 플라스틱 생산 공장을 준공했으며, 연산 3만 톤 규모로 동남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중국의 시노펙은 2026년 바이오제조 분야에 50억 달러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기존 석유화학 사업 포트폴리오의 30%를 바이오 기반으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이러한 투자 확대는 중국 정부의 ’14차 5개년 계획’에서 바이오제조를 전략 신흥 산업으로 지정한 정책적 지원에 힘입은 것으로 분석된다.
벤처캐피털과 사모펀드의 바이오제조 분야 투자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2025년 전 세계 바이오제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액은 187억 달러로, 전년 대비 89% 증가했다. 특히 합성생물학 플랫폼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고 있으며, 미국의 Zymergen 인수 이후 관련 기업들의 기업가치가 급상승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바이오제조 분야 투자가 활발해지고 있으며, 2025년 하반기에만 총 1조 2천억 원의 투자가 집행되었다. 이 중 60%는 해외 투자자들이 참여했으며, 특히 일본과 싱가포르 펀드들의 관심이 높다.
바이오제조 기술의 상용화가 진전되면서 관련 지적재산권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2025년 바이오제조 관련 특허 출원 건수는 전 세계적으로 1만 5천 건을 넘어섰으며, 이는 2020년 대비 340% 증가한 수치다. 특히 미생물 균주 개발과 발효 공정 최적화 분야에서 특허 출원이 집중되고 있으며, 한국 기업들도 핵심 기술 확보를 위한 특허 포트폴리오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5년 한 해 동안 바이오제조 관련 특허 87건을 출원했으며, 이 중 70%가 해외 출원이다.
그러나 바이오제조 산업의 급속한 성장과 함께 새로운 도전과제들도 부각되고 있다. 숙련된 바이오엔지니어 부족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으며, 2026년 현재 전 세계적으로 약 25만 명의 바이오제조 전문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교육 프로그램 확대와 재교육 과정 개설에 나서고 있지만, 단기간 내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바이오제조 시설의 표준화와 규제 체계 정립도 시급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현재 각국마다 상이한 규제 기준으로 인해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 구축에 어려움이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적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2026년 바이오제조 산업은 기술적 성숙도와 상업적 실현 가능성이 동시에 임계점에 도달한 상태다. 향후 3-5년간 이 분야에 대한 투자와 기술 개발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전통 제조업의 미래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 기업들이 현재까지 구축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바이오제조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ESG 경영과 탄소중립 목표 달성이 기업 경영의 핵심 과제로 자리잡은 현재, 바이오제조 기술은 단순한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