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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성생물학이 의료산업을 재편하다: 2025년 바이오테크 혁신의 최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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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 현재, 합성생물학(Synthetic Biology) 시장이 전례 없는 성장세를 보이며 전통적인 바이오테크 산업의 경계를 재정의하고 있다. 글로벌 합성생물학 시장 규모는 2024년 350억 달러에서 2030년까지 850억 달러로 연평균 15.8%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며, 이는 전통적인 제약 산업 성장률 6-8%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특히 한국의 경우, 정부의 K-바이오 벨트 프로젝트와 함께 합성생물학 분야에 2027년까지 총 2조 5천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하며, 이 분야에서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본사를 둔 Ginkgo Bioworks는 2025년 3분기 기준 시가총액 45억 달러를 기록하며 업계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캘리포니아주 에메리빌의 Zymergen(현재 Ginkgo에 인수됨)과 함께 ‘생물학적 제조업’이라는 새로운 산업 카테고리를 만들어가고 있다.

합성생물학이 의료산업을 재편하다: 2025년 바이오테크 혁신의 최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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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성생물학의 핵심은 생명체의 DNA를 마치 컴퓨터 코드처럼 설계하고 편집하여 원하는 화합물이나 단백질을 생산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기존의 화학 합성이나 천연물 추출 방식과 달리, 미생물이나 효모를 ‘살아있는 공장’으로 활용해 의약품 원료부터 바이오 연료, 식품 첨가물까지 다양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덴마크 코펜하겐에 본사를 둔 Novozymes(현재 Novonesis로 합병)는 이미 30년 전부터 산업용 효소를 생산해왔지만, 최근의 CRISPR-Cas9 기술과 AI 기반 단백질 설계 기술의 결합으로 개발 속도가 기존 대비 10배 이상 빨라졌다고 보고하고 있다. 실제로 전통적인 신약 개발에 평균 10-15년이 소요되는 반면, 합성생물학을 활용한 바이오의약품 개발은 3-5년으로 단축되고 있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영역 중 하나는 개인맞춤형 의학(Personalized Medicine) 분야다. 캘리포니아주 사우스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Genentech(스위스 로슈의 자회사)는 2025년 상반기에 합성생물학 기반의 CAR-T 세포치료제 개발에 15억 달러를 추가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환자의 면역세포를 추출해 유전자를 편집한 후 다시 체내에 주입하는 치료법으로, 기존 항암제 대비 치료 성공률이 70-80%에 달한다. 한국의 셀트리온(인천 송도 본사)도 2024년 4분기부터 합성생물학 플랫폼을 활용한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본격 착수했으며, 기존 대비 개발비용을 40%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특히 주목할 점은 한국 정부가 2025년 하반기부터 합성생물학 기반 치료제에 대한 별도의 허가 심사 트랙을 운영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으로, 이는 미국 FDA와 유럽 EMA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다.

산업용 바이오제조업의 부상과 경쟁 구도

합성생물학의 상업적 활용에서 가장 성숙한 분야는 산업용 바이오제조업이다.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 본사를 둔 Archer Daniels Midland(ADM)은 2025년 초부터 합성생물학으로 설계된 미생물을 활용해 바이오 플라스틱 원료를 대량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 공정을 통해 생산된 PLA(Polylactic Acid)는 기존 석유화학 기반 플라스틱 대비 탄소 배출량을 65% 줄일 수 있으며, 생산비용도 톤당 200달러 절감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네덜란드 델프트에 본사를 둔 DSM-Firmenich는 합성생물학을 활용한 비타민 생산에서 글로벌 시장점유율 35%를 차지하고 있으며, 2024년 연간 매출 125억 유로 중 약 30%가 합성생물학 관련 제품에서 나오고 있다.

경쟁 구도를 살펴보면, 미국과 유럽 기업들이 기술 개발을 주도하는 가운데 아시아 기업들이 상업화와 대량생산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중국 베이징에 본사를 둔 BGI Genomics는 2025년 상반기에 합성생물학 전용 제조 시설에 50억 위안(약 7억 달러)을 투자한다고 발표했으며, 이는 단일 투자 규모로는 업계 최대 규모다. 일본의 아지노모토(도쿄 본사)는 아미노산 생산에 합성생물학을 적용해 기존 대비 생산성을 3배 향상시켰으며, 2024년 기준 글로벌 산업용 아미노산 시장에서 점유율 28%를 기록했다. 한국에서는 CJ제일제당(서울 본사)이 합성생물학 기반 아미노산 생산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특히 라이신과 트립토판 분야에서 세계 2위의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투자 동향을 분석해보면, 2025년 들어 합성생물학 스타트업들에 대한 벤처캐피털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Andreessen Horowitz는 합성생물학 전문 펀드 ‘a16z bio fund III’를 통해 7억 5천만 달러를 조성했으며, 이 중 60%를 2025년 하반기까지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주목받는 분야는 ‘바이오 컴퓨팅’으로, DNA를 데이터 저장 매체로 활용하는 기술이다. 워싱턴주 시애틀에 본사를 둔 Microsoft는 DNA 데이터 저장 기술 개발에 2억 달러를 투자했으며, 2030년까지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엑사바이트급 데이터를 설탕 한 덩어리 크기의 DNA에 저장할 수 있어, 기존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소비량을 90% 이상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규제 환경과 윤리적 고려사항

합성생물학의 급속한 발전과 함께 규제 프레임워크 구축이 중요한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 FDA는 2025년 9월에 합성생물학 제품에 대한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으며, 특히 유전자 변형 미생물(GMO)을 활용한 제품의 안전성 평가 기준을 강화했다. 유럽연합은 더욱 엄격한 접근을 취하고 있는데, 2025년 7월부터 시행된 새로운 바이오안전성 규정에 따라 합성생물학 제품의 환경 영향 평가가 의무화됐다. 이로 인해 유럽 시장 진출을 위한 승인 과정이 평균 18개월 연장되고 있어, 일부 기업들이 유럽 진출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윤리적 측면에서는 ‘생명 창조’ 기술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드라이브’ 기술을 활용해 야생 모기 개체군을 조절하려는 시도들이 논란이 되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에 본사를 둔 Oxitec은 유전자 변형 모기를 야생에 방출해 말라리아를 매개하는 모기 개체수를 줄이는 실험을 진행 중이지만, 환경단체들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하고 있다. 2025년 10월 브라질에서 실시된 파일럿 프로그램에서는 대상 지역의 모기 개체수가 85% 감소하는 성과를 보였지만, 생태계에 대한 장기적 영향은 여전히 불분명한 상태다. 이러한 우려를 반영해 세계보건기구(WHO)는 2025년 말까지 합성생물학 기술의 글로벌 가이드라인을 제정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산업계에서는 자율 규제를 통한 신뢰 구축에도 나서고 있다.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의 Broad Institute는 2025년 초에 ‘합성생물학 윤리 위원회’를 설립했으며, 연구 과정에서의 윤리적 가이드라인을 수립하고 있다. 또한 업계 주요 기업들이 참여하는 ‘합성생물학 산업 연합(SynBio Industrial Consortium)’은 2025년 하반기부터 회원사들에게 공통된 안전성 기준을 적용하기로 합의했다. 이러한 노력은 소비자와 규제 당국의 신뢰를 얻기 위한 전략적 접근으로 분석된다. 특히 한국 정부는 2025년 12월부터 합성생물학 제품에 대한 ‘안전성 인증제’를 도입할 예정이며, 인증을 받은 제품에 대해서는 세제 혜택과 정부 조달 우선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시장 전망을 종합해보면, 합성생물학은 2025년을 기점으로 연구개발 단계에서 본격적인 상업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합성생물학 시장이 2030년까지 3조 달러 규모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으며, 이는 현재 전체 바이오테크 시장 규모와 맞먹는 수준이다. 특히 의료, 화학, 농업, 에너지 분야에서의 활용도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어, 기존 산업 구조의 근본적 변화가 예상된다. 투자자들 역시 이러한 변화에 주목하고 있으며, 2025년 상반기 합성생물학 관련 IPO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340% 증가한 85억 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기술의 복잡성과 규제 불확실성, 윤리적 논란 등이 여전히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 장기적 관점에서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상황이다.

면책조항: 본 분석은 공개된 정보와 업계 동향을 바탕으로 한 전문가 의견이며, 투자 결정의 근거로 사용되어서는 안 됩니다. 합성생물학 관련 투자는 높은 기술적 위험과 규제 변화 가능성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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