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프라이즈 블록체인의 성숙화와 시장 확산
2026년 초 현재 글로벌 블록체인 시장은 예상보다 빠른 성숙화 단계에 진입하며 엔터프라이즈 도입이 급격히 가속화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Gartner)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2026년 글로벌 블록체인 시장 규모는 1,630억 달러에 달해 전년 대비 73% 성장했으며, 이는 2024년 예측치인 940억 달러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전체 블록체인 투자의 68%가 암호화폐 거래가 아닌 실제 비즈니스 솔루션 구축에 집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블록체인이 단순한 투기적 기술에서 핵심 엔터프라이즈 인프라로 전환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미국의 경우 포춘 500 기업 중 47%가 이미 블록체인 기반 솔루션을 운영 중이거나 파일럿 단계에 있으며, 이는 2024년 31%에서 크게 증가한 수치다. 캘리포니아 기반 오라클(Oracle)은 2025년 4분기 자사의 블록체인 플랫폼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24% 증가했다고 발표했으며, 특히 공급망 추적 솔루션이 전체 매출의 42%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뉴욕 소재 IBM은 하이퍼레저 패브릭(Hyperledger Fabric) 기반 엔터프라이즈 솔루션을 통해 2025년 블록체인 관련 매출 18억 달러를 기록했으며, 이는 전년 대비 89% 성장한 수치다. 월마트, 네슬레, 유니레버 등 글로벌 소매유통업체들이 식품 안전성 추적을 위해 IBM의 Food Trust 플랫폼을 적극 도입하면서 실질적 비즈니스 가치가 입증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엔터프라이즈 블록체인 도입이 가속화되고 있다. 삼성SDS는 2025년 블록체인 사업 매출 4,20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56%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정부와 공공기관 대상 블록체인 기반 신원인증 서비스 ‘넥스레저(Nexledger)’가 주요 성장동력이 되고 있으며, 현재 17개 중앙부처와 112개 지자체가 이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다. SK텔레콤 역시 자체 개발한 블록체인 플랫폼 ‘이프랜드 체인(Ifland Chain)’을 통해 메타버스 내 디지털 자산 거래와 NFT 서비스를 제공하며 2025년 관련 매출 890억원을 달성했다. 이는 국내 통신사 중 블록체인 기반 신사업 매출 1위 기록이다.
공급망 관리 영역에서 블록체인 도입이 특히 두드러진다. 딜로이트(Deloitte)의 2026년 글로벌 공급망 블록체인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제조업체의 34%가 공급망 투명성 확보를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했으며, 이로 인해 평균 17%의 운영비용 절감 효과를 얻고 있다. 특히 자동차, 전자제품, 의약품 업계에서 부품 및 원자재 추적을 위한 블록체인 활용이 급증하고 있다. 독일 BMW는 2025년부터 전 세계 공급업체와 블록체인 기반 부품 이력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으며, 이를 통해 리콜 대응 시간을 기존 45일에서 7일로 단축시켰다고 발표했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규제 환경의 구조적 변화
2026년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도입이 본격화되는 전환점이 되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의 최신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중앙은행의 86%가 CBDC 연구개발에 참여하고 있으며, 이 중 24개국이 파일럿 테스트 단계에 진입했다. 중국 인민은행의 디지털 위안화(DC/EP)는 2025년 말 기준 누적 거래액 8,700억 위안(약 1,340억 달러)을 돌파했으며, 일일 평균 거래건수가 280만 건에 달한다. 특히 베이징, 상하이, 선전 등 주요 도시에서 디지털 위안화 수용률이 67%에 달해 현금 사용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디지털 유로 프로젝트도 2025년 10월 실증실험 단계에 돌입했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4개국에서 진행된 6개월간의 파일럿 테스트 결과, 디지털 유로를 통한 소액결제 처리 속도가 기존 카드결제 대비 평균 78% 빨라졌으며, 거래수수료는 45%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ECB는 2026년 하반기 정식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미 27개 유로존 국가의 중앙은행과 기술적 통합 작업을 완료했다. 일본은행 역시 2025년 4월부터 디지털 엔 파일럿 프로그램을 시작했으며, 미쓰비시UFJ은행, 미즈호은행, 스미토모미쓰이은행 등 메가뱅크 3곳이 참여해 기업간 결제 시스템을 테스트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디지털 원화 연구도 상당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 2025년 8월부터 시작된 2단계 파일럿 테스트에는 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과 삼성페이,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등 핀테크 업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현재까지 누적 테스트 거래건수는 47만 건을 넘어섰으며, 평균 거래 처리 시간은 1.3초로 기존 계좌이체(평균 4.7초) 대비 크게 단축됐다. 한국은행은 2026년 말 디지털 원화 도입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며, 글로벌 CBDC 경쟁에서 앞서나가기 위한 기술적 준비를 완료한 상태다.
규제 환경 측면에서도 구조적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미국은 2025년 7월 ‘디지털 자산 시장 구조 및 투자자 보호법(Digital Asset Market Structure and Investor Protection Act)’을 통과시키며 블록체인 기반 금융 서비스에 대한 명확한 법적 프레임워크를 제시했다. 이 법안에 따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규제 권한이 명확히 구분됐으며,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연방 차원의 통일된 규제 기준이 마련됐다. 캘리포니아 기반 코인베이스(Coinbase)는 새로운 규제 환경 하에서 2025년 4분기 기관투자자 거래량이 전년 동기 대비 234% 증가했다고 발표했으며, 특히 연기금과 보험회사의 디지털 자산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럽연합의 ‘암호자산 규제(Markets in Crypto-Assets Regulation, MiCA)’ 역시 2024년 12월 완전 시행에 들어가며 블록체인 업계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MiCA 규제 하에서 유럽 내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고객자산 분리보관, 자기자본 요건, 운영 리스크 관리 등 전통 금융기관 수준의 규제 준수를 요구받고 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본사를 둔 바이낸스 유럽(Binance Europe)은 MiCA 요건 충족을 위해 2025년 규제준수 부문에만 1억 2,000만 유로를 투자했으며, 현재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등 12개국에서 정식 라이선스를 취득한 상태다.
기술적 혁신과 차세대 블록체인 플랫폼의 경쟁 구도
블록체인 기술 자체도 지속적인 진화를 거듭하며 확장성과 에너지 효율성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다. 이더리움의 ‘더 머지(The Merge)’ 이후 지분증명(Proof-of-Stake) 방식으로 전환이 완료되면서 에너지 소비량이 99.95% 감소했으며, 2025년 ‘더 서지(The Surge)’ 업데이트를 통해 샤딩(Sharding) 기술이 도입되면서 초당 처리 가능한 거래수가 기존 15건에서 10만 건으로 대폭 증가했다. 이더리움 재단은 2026년 상반기 최종 업데이트인 ‘더 스플러지(The Splurge)’를 통해 거래 수수료를 현재 대비 평균 87% 절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솔라나(Solana) 생태계 역시 급속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 2025년 솔라나 네트워크의 일일 활성 지갑 수는 평균 280만 개로 전년 대비 156% 증가했으며, 탈중앙화 금융(DeFi) 프로토콜에 예치된 자산 규모(TVL)는 87억 달러를 넘어섰다. 특히 솔라나 기반 분산형 거래소(DEX)들의 월간 거래량은 2,400억 달러에 달해 이더리움 기반 DEX 거래량(1,890억 달러)을 처음으로 추월했다. 솔라나의 핵심 기술인 ‘히스토리 증명(Proof-of-History)’과 ‘타워 비잔틴 장애 허용(Tower Byzantine Fault Tolerance)’ 알고리즘 조합이 초당 65,000건의 거래 처리를 가능하게 하면서 고빈도 거래와 게임 애플리케이션 분야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하고 있다.
기업용 블록체인 플랫폼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하이퍼레저 패브릭(Hyperledger Fabric)은 2025년 기준 전 세계 2,400개 이상의 기업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특히 금융권에서 신뢰할 수 있는 프라이빗 블록체인 솔루션으로 자리잡았다. JP모건체이스가 개발한 JPM코인은 2025년 기관간 결제 거래량 3,450억 달러를 기록하며 기업용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 클라우드 플랫폼 애저(Azure)를 통해 ‘블록체인-as-a-서비스(BaaS)’ 모델을 제공하며 2025년 관련 매출 24억 달러를 달성했다. 이는 전년 대비 78% 성장한 수치로, 중소기업들이 복잡한 블록체인 인프라 구축 없이도 관련 서비스를 쉽게 도입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주요 성장동력이다.
버지니아주 기반 마이크로스트래티지(MicroStrategy)는 기업 차원에서 비트코인을 전략적 자산으로 보유하는 대표적 사례가 되고 있다. 2026년 1월 현재 동사가 보유한 비트코인은 약 20만 BTC(시가 기준 약 180억 달러)에 달하며, 이는 전체 비트코인 공급량의 0.95%에 해당한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주가는 2025년 한 해 동안 347% 상승하며 비트코인 가격 상승률(89%)을 크게 상회했다. 이러한 성과는 기업들이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디지털 자산을 활용하는 새로운 트렌드를 보여준다.
차세대 블록체인 기술 중에서도 ‘영지식 증명(Zero-Knowledge Proof)’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폴리곤(Polygon)의 zkEVM과 스타크웨어(StarkWare)의 스타크넷(StarkNet) 등 영지식 롤업 솔루션들이 이더리움의 확장성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 기술로 부상하고 있다. 2025년 영지식 롤업을 통한 거래량은 전체 이더리움 레이어2 거래량의 73%를 차지했으며, 평균 거래 수수료는 메인넷 대비 95% 저렴한 수준이다. 특히 게임과 소셜미디어 애플리케이션에서 대량의 마이크로 트랜잭션을 처리하는 데 영지식 증명 기술이 필수적인 인프라로 자리잡고 있다.
인공지능과 블록체인의 융합도 새로운 혁신 영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NVIDIA는 2025년 ‘Omniverse Cloud’를 통해 AI 모델 훈련과 추론 과정을 블록체인으로 검증하는 서비스를 출시했으며, 이를 통해 AI 모델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보장하고 있다. 특히 의료용 AI 진단 시스템과 자율주행 알고리즘 분야에서 블록체인 기반 AI 거버넌스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오픈AI(OpenAI)와 앤스로픽(Anthropic) 등 주요 AI 기업들도 모델 훈련 데이터의 출처와 사용 권한을 블록체인으로 추적하는 시스템 도입을 검토하고 있어, 향후 AI와 블록체인의 결합이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2026년 블록체인 산업은 기술적 성숙화와 규제 명확화, 그리고 실질적 비즈니스 가치 창출이라는 세 축을 중심으로 새로운 성장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투기적 자산에서 핵심 디지털 인프라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기업들은 운영 효율성 제고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창출을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향후 3-5년간 블록체인 시장은 연평균 68% 성장을 지속하며 2030년 4,800억 달러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 과정에서 기술 혁신과 규제 준수 역량을 겸비한 기업들이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