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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시대의 전력 혁명: 차세대 배터리가 휴머노이드 상용화의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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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산업 성장이 촉발하는 배터리 혁신 필요성

2025년 12월 현재, 글로벌 로봇 산업은 전례 없는 전환점을 맞고 있다. 테슬라(Tesla, 미국 텍사스주)의 옵티머스부터 보스턴 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아틀라스까지,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단순한 전시용 기계를 넘어 실제 노동 현장 투입을 목표로 하는 상황에서 가장 큰 기술적 장벽이 드러나고 있다. 바로 에너지원의 근본적 한계다. 삼성SDI(Samsung SDI, 한국 수원)가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로봇 시장 규모는 2025년 2만대 수준에서 2030년 60만대 이상으로 30배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연평균 95% 이상의 폭발적 성장률을 의미하며, 이러한 성장을 뒷받침할 핵심 인프라로서 차세대 배터리 기술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로봇 시대의 전력 혁명: 차세대 배터리가 휴머노이드 상용화의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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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리튬이온 배터리 체제의 한계는 명확하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인간과 함께 8-10시간 연속 작업하려면 에너지 밀도가 현재 대비 최소 2-3배 향상되어야 하지만,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는 무게 대비 에너지 밀도가 250-300Wh/kg 수준에 머물러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안전성이다. 화재 위험이 있는 배터리를 탑재한 100kg 이상의 휴머노이드가 인간 곁에서 장시간 작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테슬라의 옵티머스 로봇에 탑재된 4680 원통형 배터리만 해도 약 15-20kg의 무게를 차지하며, 이는 로봇의 기동성과 작업 효율성을 크게 제약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업계 전문가들은 차세대 배터리 기술로 전고체 배터리, 리튬메탈 배터리, 그리고 실리콘 나노와이어 기반 배터리를 주목하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의 경우 에너지 밀도를 500Wh/kg 이상으로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화재 위험을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어 휴머노이드 로봇의 상용화에 필수적인 기술로 평가받는다. 삼성SDI는 컨퍼런스콜에서 “휴머노이드용 배터리는 탑재 공간이 좁은 반면 동작을 위해 높은 출력과 강한 내구성을 요구한다”며 “다수의 로봇 기업과 추가적인 협력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로봇 산업의 성장 궤적을 보면 배터리 기술의 혁신 필요성이 더욱 분명해진다. 국제로봇연맹(IFR) 데이터에 따르면, 2024년 글로벌 서비스 로봇 시장은 약 240억 달러 규모에서 2030년 1,030억 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는 현재 시장 규모가 미미하지만, 아마존(Amazon, 미국 시애틀)이 창고 자동화용 휴머노이드 로봇 도입을 검토하고, 혼다(Honda, 일본 도쿄)가 아시모(ASIMO) 프로젝트를 재시동하는 등 글로벌 대기업들의 투자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러한 시장 확장은 필연적으로 고성능, 고안전성 배터리에 대한 수요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CES 2026: 차세대 배터리 기술 공개의 무대

내년 1월 개최될 CES 2026이 차세대 배터리 기술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과거 CES 행사에서 배터리 기술이 받은 관심도를 살펴보면 이러한 전망이 더욱 설득력을 갖는다. CES 2023에서는 배터리 전문 매체들이 “올해 CES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은 분야 중 하나가 배터리 관련 기술이었다”고 평가했으며, 특히 전기차용 배터리의 로봇 응용 가능성이 주목받았다. CES 2024에서는 삼성전기(Samsung Electro-Mechanics, 한국 수원)가 웨어러블용 소형 전고체 배터리를 ‘드림 배터리’라는 명칭으로 공개하며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SK온(SK On, 한국 서울)은 3년 연속 CES에 참가하며 전기차 배터리 기술을 전면에 내세웠는데, 2024년에는 특히 로봇 응용 가능성을 시사하는 고출력 배터리 기술을 선보였다. CES 2025에서는 배터리 전문 매체가 “CES 2025의 핵심은 배터리 혁신”이라며, 전고체 배터리를 비롯한 8가지 차세대 배터리 기술을 별도로 모아 리뷰할 정도로 업계 관심이 집중되었다. 이러한 추세를 고려할 때, CES 2026에서는 단순한 로봇 기술의 나열을 넘어 이를 구동할 차세대 배터리 기술의 구체적인 로드맵과 상용화 일정이 공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삼성SDI가 CES 2026에서 초고출력 배터리 ‘SDI 25U-Power’로 최고혁신상을 수상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이 배터리는 기존 배터리 대비 출력이 2배 향상된 18650 원통형 배터리로, 무게는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 에너지 밀도 기준으로는 약 400Wh/kg 수준으로,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 대비 60% 이상 향상된 성능을 보인다. 더 중요한 것은 이 배터리가 휴머노이드 로봇의 관절 구동에 필요한 순간 고출력(20C 이상)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러한 기술 발전이 휴머노이드 로봇의 상용화 시기를 2-3년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CES 2026에서 주목받을 또 다른 기술은 고체 전해질을 활용한 전고체 배터리다. 도요타(Toyota, 일본 도요타시)가 2027년 양산을 목표로 개발 중인 전고체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 500Wh/kg, 10분 충전으로 1,200km 주행이 가능한 혁신적 성능을 보여준다. 이를 휴머노이드 로봇에 적용할 경우, 현재 2-3시간 연속 작업이 한계인 로봇을 8-10시간 연속 가동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CATL(Contemporary Amperex Technology, 중국 닝더)도 2026년 상반기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발표했으며, 이들 기술이 CES 2026에서 로봇 응용 사례와 함께 공개될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배터리 기업들의 로봇 시장 진출 전략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에 탑재된 4680 원통형 배터리는 현재 파나소닉(Panasonic Holdings, 일본 오사카)과 LG에너지솔루션(LG Energy Solution, 한국 서울)이 주요 공급업체로 참여하고 있다. 파나소닉의 4680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 300Wh/kg, 출력 밀도 4,000W/kg 수준으로 기존 2170 배터리 대비 에너지는 5배, 출력은 6배 향상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휴머노이드 로봇의 장시간 가동에는 한계가 있어, 테슬라는 2026년부터 차세대 배터리 기술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비전 2028’ 전략에서 전기차 의존도를 낮추고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김동명 사장은 기업 비전 공유회에서 “로봇, UAM(도심항공모빌리티), 선박 등을 신규 먹거리로 육성하겠다”고 밝혔으며, 특히 로봇용 배터리 시장 규모를 2030년 150억 달러로 전망한다고 발표했다. 동사는 현재 NCM(니켈-코발트-망간) 811 기반의 고에너지 밀도 배터리를 로봇 업체들에 공급하고 있으며, 2026년부터는 실리콘 나노와이어 음극재를 적용한 차세대 배터리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중국 시장에서는 CATL과 BYD(Build Your Dreams, 중국 선전)가 로봇용 배터리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CATL의 ‘기린(Qilin)’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 255Wh/kg에서 10분 충전으로 80% 용량 충전이 가능한 초고속 충전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휴머노이드 로봇의 운영 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BYD는 LFP(리튬인산철) 기반의 ‘블레이드’ 배터리로 안전성을 극대화하면서도 비용 경쟁력을 확보했으며, 중국 내 로봇 제조업체들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BYD의 블레이드 배터리는 못 관통 테스트에서도 발화하지 않는 안전성을 입증해 휴머노이드 로봇 적용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일본에서는 파나소닉 외에도 무라타제작소(Murata Manufacturing, 일본 교토)가 소형 로봇용 배터리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동사는 웨어러블 로봇과 협동 로봇용 소형 고출력 배터리 개발에 투자를 늘리고 있으며, 2025년 매출 목표를 전년 대비 40% 증가한 1,200억 엔으로 설정했다. 도시바(Toshiba, 일본 도쿄)도 SCiB(Super Charge ion Battery) 기술을 기반으로 6분 충전으로 90% 용량 충전이 가능한 고속 충전 배터리를 로봇 업체들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유럽에서는 노스볼트(Northvolt, 스웨덴 스톡홀름)가 2026년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목표로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으며, 독일의 바스프(BASF, 독일 루트비히스하펜)는 배터리 소재 기술로 로봇용 배터리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노스볼트는 볼보(Volvo, 스웨덴 예테보리)와의 협력을 통해 자율주행 로봇과 휴머노이드 로봇용 배터리 기술 개발에 투자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로봇용 배터리 시장에서 20% 점유율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경쟁 구도에서 한국 기업들의 기술 경쟁력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 배터리에서 축적한 대용량, 고출력 배터리 기술을 로봇 시장에 적용하는 데 유리한 위치에 있으며, 특히 안전성과 내구성 면에서 경쟁 우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중국 기업들의 공격적인 가격 경쟁과 일본 기업들의 기술 혁신이 지속되고 있어,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과 상용화 속도가 시장 지배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로봇 산업의 성장은 필연적으로 차세대 배터리 수요의 확대를 유도하고 있다. 현재는 기술 개발 초기 단계이지만, 2026-2027년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상용화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배터리 산업 전체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다. 특히 CES 2026에서 공개될 차세대 배터리 기술들이 휴머노이드 로봇의 상용화 시기와 시장 확산 속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차세대 배터리 밸류체인을 면밀히 점검하고, 관련 기업들의 기술 개발 동향과 시장 진출 전략에 선제적 관심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본 분석은 공개된 정보를 바탕으로 한 시장 분석이며, 투자 결정 시 추가적인 실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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