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SS 시장의 폭발적 성장과 에너지 전환의 가속화
2025년 12월 현재, 글로벌 배터리 에너지 저장 시스템(BESS) 시장이 전례 없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 NEF(New Energy Finance)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BESS 시장 규모는 1,2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전년 대비 32% 증가한 수치다. 특히 유틸리티 규모 BESS 설치 용량이 올해 85GWh를 넘어서며, 2024년 대비 40% 이상 급증했다. 이러한 성장의 배경에는 재생에너지 발전량의 급격한 증가와 전력망 안정성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분석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30%를 넘어서면서 간헐적 전력 공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에너지 저장 솔루션의 필요성이 크게 증대되었다. 특히 태양광과 풍력 발전의 변동성을 보완하고 전력망의 주파수 조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BESS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2025년 상반기에만 15GWh 규모의 BESS 프로젝트가 완공되었으며, 중국은 연간 40GWh 이상의 BESS 설치를 기록하며 세계 최대 시장으로 자리잡았다.
한국 정부도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2030년까지 25GW 규모의 에너지 저장 시설 구축 목표를 설정하면서 BESS 시장 성장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의 데이터에 따르면, 국내 ESS(Energy Storage System) 누적 설치 용량이 2025년 11월 기준 4.2GW를 넘어서며, 전년 동기 대비 28% 증가했다. 이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과 탄소중립 정책의 영향으로, BESS가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핵심 인프라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BESS 시장의 성장은 단순히 설치 용량 증가에 그치지 않고 기술적 혁신과 비용 효율성 개선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 팩의 평균 가격이 2025년 기준 kWh당 139달러로 하락하면서, 5년 전 대비 60% 이상 가격이 내려갔다. 이러한 비용 절감은 BESS 프로젝트의 경제성을 크게 개선시켜 민간 투자 유치를 촉진하고 있으며, 특히 상업용 및 산업용 BESS 시장의 급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한국 배터리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 확대
한국의 주요 배터리 제조업체들이 글로벌 BESS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 삼성SDI는 2025년 3분기 기준 글로벌 ESS용 배터리 시장에서 18.5%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2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삼성SDI의 천안공장과 헝가리 괴드 공장에서 생산되는 ESS용 배터리는 높은 에너지 밀도와 장수명 특성으로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회사는 2025년 연간 ESS 배터리 생산 능력을 15GWh까지 확대했으며, 2026년까지 25GWh로 늘릴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 세계 ESS 배터리 시장에서 22.3%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특히 미국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미시간주 홀랜드 공장과 애리조나주 퀸크릭 공장에서 생산되는 배터리는 테슬라의 메가팩과 플루언스 에너지의 그리드스택 등 주요 BESS 제품에 공급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2025년 3분기 ESS 부문 매출은 1조 2,800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45% 증가했다. 회사는 차세대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배터리 기술을 통해 에너지 밀도를 20% 향상시키면서도 비용을 10% 절감하는 성과를 달성했다.
SK온도 ESS 시장에서의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 2025년 들어 중국 창저우 공장에서 ESS 전용 배터리 생산을 본격화했으며, 연간 생산 능력 8GWh를 확보했다. SK온의 ESS 배터리는 특히 상업용 및 산업용 애플리케이션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으며, 한화솔루션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국내외 태양광 연계 ESS 프로젝트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회사의 2025년 ESS 부문 매출은 6,500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12%를 차지하며, 2026년에는 20%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한편, 중국 기업들도 공격적인 시장 확장을 펼치고 있다. CATL(Contemporary Amperex Technology)은 29.1%의 시장 점유율로 글로벌 ESS 배터리 시장 1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BYD는 16.8%의 점유율로 3위에 위치하고 있다. 특히 CATL의 Tener 시리즈는 5MWh 용량으로 업계 최고 수준의 통합도를 자랑하며, 설치 비용을 20% 이상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BYD는 자사의 블레이드 배터리 기술을 ESS에 적용하여 안전성과 수명을 크게 개선했으며, 2025년 ESS 사업 부문에서 120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테슬라는 메가팩 제품을 통해 유틸리티 규모 BESS 시장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테슬라의 메가팩 3는 4MWh 용량으로 기존 대비 50% 향상된 에너지 밀도를 제공하며, 자체 개발한 4680 배터리 셀을 사용하여 비용 경쟁력을 확보했다. 2025년 테슬라의 에너지 저장 사업 부문 매출은 1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며, 이는 전체 매출의 약 8%에 해당한다.
기술 혁신과 차세대 BESS 솔루션
BESS 기술의 발전은 배터리 화학 조성의 다양화와 시스템 통합 기술의 고도화로 나타나고 있다. 기존의 리튬이온 배터리 외에도 나트륨이온 배터리, 바나듐 플로우 배터리, 압축공기 에너지 저장(CAES) 등 다양한 기술이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특히 나트륨이온 배터리는 리튬 자원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중국의 CATL과 BYD가 선도적인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CATL의 나트륨이온 배터리는 kWh당 160Wh/kg의 에너지 밀도를 달성했으며, 영하 20도에서도 90% 이상의 용량을 유지할 수 있다.
한국 기업들도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리튬 추출 기술과 양극재 생산 기술을 결합하여 배터리 공급망 전반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포스코케미칼은 2025년 하이니켈 NCMA 양극재 생산 능력을 연간 10만 톤까지 확대했으며, 이를 통해 ESS용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를 15% 향상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다. 또한 포스코는 아르헨티나 살라르 데 오마브레 프로젝트를 통해 연간 2만 5천 톤의 리튬을 생산하여 원재료 공급망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다.
BESS 시스템의 지능화와 디지털화도 중요한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AI 기반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과 예측 유지보수 기술이 도입되면서 BESS의 운영 효율성과 안전성이 크게 개선되고 있다. 삼성SDI는 자체 개발한 AI 기반 BMS를 통해 배터리 셀 간 불균형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최적화하여 시스템 수명을 20% 연장하는 성과를 달성했다. LG에너지솔루션도 클라우드 기반 배터리 모니터링 플랫폼을 구축하여 전 세계 ESS 프로젝트의 성능을 원격으로 관리하고 있다.
그리드 규모 BESS 프로젝트의 대형화도 주목할 만한 변화다. 호주의 빅토리아 빅 배터리 프로젝트는 450MW/1,800MWh 규모로 세계 최대 리튬이온 배터리 저장 시설 중 하나이며, 테슬라의 메가팩이 사용되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모스 랜딩 BESS 프로젝트는 400MW/1,600MWh 용량으로 10만 가구에 4시간 동안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이러한 대규모 프로젝트는 BESS의 경제성과 전력망 안정성 기여도를 입증하며 추가 투자를 유도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대규모 ESS 프로젝트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한국전력은 제주도에 200MW/800MWh 규모의 ESS를 구축하여 풍력 발전의 변동성을 보완하고 있으며, 이는 국내 최대 규모의 유틸리티 ESS 프로젝트다. SK E&S는 울산 석유화학단지에 100MW/200MWh 규모의 상업용 ESS를 설치하여 피크 전력 요금 절감과 전력 품질 개선 효과를 달성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연간 150억 원의 전기요금 절감 효과를 제공하며, 투자 회수 기간을 7년으로 단축시켰다.
BESS 시장의 성장은 전력 시장 구조의 변화도 가속화하고 있다. 주파수 조정 서비스, 예비력 제공, 피크 쉐이빙 등 다양한 보조 서비스 시장에서 BESS의 참여가 확대되면서 새로운 수익 모델이 창출되고 있다. 영국의 경우 BESS가 주파수 조정 서비스 시장에서 연간 MW당 10만 파운드 이상의 수익을 창출하고 있으며, 미국 PJM 시장에서도 BESS가 용량 시장에서 높은 가격을 받고 있다. 한국도 2025년 하반기부터 ESS의 보조서비스 시장 참여 범위를 확대하여 투자 수익성을 개선할 계획이다.
글로벌 BESS 시장의 급성장은 한국 기업들에게 전례 없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지만, 동시에 치열한 경쟁과 기술적 도전도 함께 가져오고 있다. 중국 기업들의 공격적인 가격 경쟁과 미국의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등 보호주의 정책은 한국 기업들이 극복해야 할 과제다. 그러나 한국 기업들의 우수한 기술력과 품질 경쟁력, 그리고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 요구는 장기적으로 유리한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6년까지 전 세계 BESS 시장이 1,8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 기업들의 시장 점유율 확대와 기술 혁신이 지속될 것으로 기대된다.
본 분석은 공개된 산업 보고서와 기업 공시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투자 결정을 위한 조언으로 해석되어서는 안 됩니다. 에너지 저장 시장은 기술 발전과 정책 변화에 따라 급격한 변동성을 보일 수 있으므로, 투자 전 전문가와의 상담을 권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