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한국 에너지저장시스템(ESS) 시장의 급성장과 글로벌 경쟁 가속화

Editor
7 분 읽기

2025년 12월 현재, 글로벌 에너지저장시스템(ESS) 시장은 전례없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한국이 이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BNEF)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ESS 시장 규모는 1,2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전년 대비 42% 증가한 수치다. 한국은 이 시장에서 중국, 미국에 이어 세계 3위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특히 대용량 계통연계형 ESS 분야에서는 글로벌 시장의 18%를 점유하고 있다.

한국 에너지저장시스템(ESS) 시장의 급성장과 글로벌 경쟁 가속화
Photo by Kamil Switalski on Unsplash

한국 ESS 시장의 급성장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K-배터리 얼라이언스 2030’ 계획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2030년까지 ESS 분야에 총 40조원을 투자하여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현재 18%에서 35%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러한 정책적 지원 하에서 한국전력공사는 2025년 상반기에만 전국 22개 지역에 총 5.2GWh 규모의 대용량 ESS를 구축했으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78% 증가한 규모다.

기술적 측면에서 한국 기업들의 혁신이 두드러지고 있다. 삼성SDI는 2025년 10월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적용한 ESS용 배터리셀을 상용화했다고 발표했다. 이 배터리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 대비 에너지밀도가 40% 향상되었으며, 충방전 사이클 수명은 15,000회로 기존 제품의 1.5배에 달한다. 삼성SDI의 이번 기술 혁신은 ESS 운영비용을 kWh당 15% 절감할 수 있어, 사업성 개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경기도 천안에 위치한 삼성SDI는 이 기술을 바탕으로 2026년까지 연간 50GWh 규모의 ESS용 배터리 생산능력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 역시 ESS 분야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 서울에 본사를 둔 동사는 2025년 3분기 실적에서 ESS 부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89% 증가한 3조 2,4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북미 지역에서의 수주 증가가 두드러졌는데,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세제 혜택과 함께 현지 생산능력 확대가 시너지 효과를 창출한 것으로 분석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시간주 홀랜드 공장에서 연간 25GWh 규모의 ESS용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으며, 2026년까지 이를 40GWh로 확대할 예정이다.

글로벌 ESS 시장의 경쟁 구도 변화

글로벌 ESS 시장에서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Contemporary Amperex Technology(CATL)이 여전히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푸젠성 닝더에 본사를 둔 CATL은 2025년 상반기 기준으로 전 세계 ESS용 배터리 시장의 32%를 점유하고 있으며, 특히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기술을 바탕으로 한 가격 경쟁력이 강점이다. CATL의 ESS용 배터리는 kWh당 평균 180달러로, 한국 제품 대비 약 25% 저렴한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기업들은 기술력과 품질로 차별화를 추진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2025년 11월 차세대 NCM(니켈코발트망간) 9.5.0.5 배터리를 발표했는데, 이는 니켈 함량을 95%까지 높여 에너지밀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한 제품이다. 서울에 본사를 둔 SK이노베이션의 이 배터리는 기존 제품 대비 에너지밀도가 35% 향상되었으며, 10년 보증을 제공할 만큼 안정성도 확보했다. 동사는 이 기술을 바탕으로 2026년부터 프리미엄 ESS 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 시장에서는 Tesla가 독특한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다. 텍사스 오스틴에 본사를 둔 Tesla는 자체 개발한 4680 배터리셀을 활용한 Megapack 시스템으로 대용량 ESS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Tesla의 Megapack은 단위당 3.9MWh의 저장 용량을 제공하며, 모듈화된 설계로 설치 기간을 기존 대비 40% 단축할 수 있다. 2025년 상반기 Tesla의 ESS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6% 증가한 28억 달러를 기록했으며, 이는 전체 매출의 약 8%에 해당한다.

흥미롭게도 ESS 시장에서 시스템 통합 능력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단순히 배터리만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전력변환장치(PCS), 에너지관리시스템(EMS), 냉각시스템 등을 통합한 턴키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들이 경쟁 우위를 점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러한 트렌드에 발맞춰 2025년 8월 ‘통합 ESS 솔루션’을 출시했다. 경남 창원에 본사를 둔 동사는 자체 개발한 PCS와 EMS를 결합하여 시스템 효율을 기존 대비 8% 향상시켰다고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확산과 ESS 수요 급증

ESS 시장 성장의 가장 큰 동력은 신재생에너지 확산이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신재생에너지 발전용량은 4,500GW를 넘어섰으며, 이는 전년 대비 14% 증가한 수치다. 특히 태양광과 풍력 발전의 간헐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ESS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정부의 ‘RE100 K-그린뉴딜’ 정책에 따라 2025년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전체의 22.5%에 달했으며, 이에 따른 ESS 설치 의무화가 시장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구체적인 사례로, 한국전력공사가 전남 신안군에 구축한 대규모 태양광 단지를 살펴볼 수 있다. 총 2.1GW 규모의 이 태양광 단지에는 840MWh 용량의 ESS가 함께 설치되어, 전력 계통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는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이 각각 420MWh씩 배터리를 공급했으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PCS와 시스템 통합을 담당했다. 서울에 본사를 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ESS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강화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해외 시장에서도 한국 기업들의 성과가 두드러지고 있다. 삼성SDI는 2025년 상반기 영국 National Grid ESO와 총 1.2GWh 규모의 ESS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은 단일 프로젝트로는 삼성SDI 역사상 최대 규모이며, 계약 금액은 약 18억 달러에 달한다. 영국 정부의 넷제로 정책에 따른 신재생에너지 확산과 함께, 한국 ESS 기술의 우수성이 인정받은 결과로 해석된다.

미국 시장에서도 한국 기업들의 약진이 계속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 9월 미국 최대 전력회사 중 하나인 Duke Energy와 5년간 총 3.5GWh 규모의 ESS용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이 계약의 예상 매출은 약 42억 달러로, LG에너지솔루션의 북미 ESS 사업 확대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Duke Energy는 203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 하에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을 현재의 3배로 늘릴 계획이며, 이에 따른 ESS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ESS 시장의 급성장과 함께 여러 도전과제도 부각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원자재 가격 상승이다. 리튬, 니켈, 코발트 등 배터리 핵심 원자재 가격이 2024년 대비 평균 28% 상승하면서, ESS 제조원가가 크게 증가했다. 런던금속거래소(LME) 기준으로 리튬 가격은 톤당 2만 5,000달러로, 2023년 최저점 대비 85% 상승했다. 이러한 원자재 가격 상승은 ESS 제조업체들의 수익성을 압박하고 있으며, 일부 프로젝트의 경제성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 다른 과제는 안전성 확보다. 2025년 상반기 전 세계적으로 ESS 화재 사고가 15건 발생했으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한 수치다. 특히 대용량 ESS 시설에서의 화재는 막대한 경제적 손실과 함께 사회적 우려를 증가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각국 정부와 업계는 안전 기준 강화에 나서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산업통상자원부가 2025년 11월 ‘ESS 안전관리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에 따르면 1MW 이상 대용량 ESS에 대해서는 의무적으로 질소 소화설비를 설치해야 하며, 배터리 관리시스템(BMS)의 안전 기능도 강화된다.

미래 전망을 살펴보면, ESS 시장의 성장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드 맥킨지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 전 세계 ESS 시장 규모는 3,2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며, 연평균 성장률은 22%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전체 시장의 45%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며, 한국은 이 지역에서 중국에 이어 2위 시장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성장 전망 하에서 한국 ESS 기업들은 기술 혁신과 함께 글로벌 시장 확대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이며, 특히 차세대 배터리 기술과 AI 기반 에너지관리시스템 개발이 핵심 경쟁 요소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두산에너빌리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Tesla #Contemporary Amperex Technology

Editor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