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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대전환: 고체전지 상용화와 차세대 에너지 저장 기술의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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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 2025년 현실이 되다

2025년 12월 현재, 글로벌 배터리 산업은 그 어느 때보다 역동적인 변화의 한복판에 서 있다. 특히 고체전지(solid-state battery) 기술의 상용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지난 30년간 배터리 시장을 지배해온 리튬이온 배터리의 독주 체제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 배터리 시장 규모는 1,850억 달러를 기록했으며, 이는 전년 대비 28% 증가한 수치다. 더욱 주목할 만한 점은 2030년까지 연평균 성장률(CAGR) 15.8%로 성장해 4,500억 달러 규모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급성장의 배경에는 전기차 시장의 폭발적 확산과 함께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 수요의 급증이 자리잡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1,470만 대를 기록해 전년 대비 35% 증가했으며, 이 중 배터리 용량은 총 950GWh에 달한다. 특히 중국 시장이 전체의 63%를 차지하며 여전히 가장 큰 시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지만, 유럽과 북미 시장의 성장세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 전년 대비 42% 증가한 320만 대의 전기차가 판매되었으며, 미국은 28% 증가한 180만 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2025년 배터리 산업의 가장 큰 화두는 단연 고체전지의 상용화다. 일본 도요타(Toyota)가 2024년 말부터 소량 생산을 시작한 고체전지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 대비 에너지 밀도가 2.5배 높고, 충전 시간은 10분 이내로 단축되며, 화재 위험성이 현저히 낮다는 장점을 보여주고 있다. 도요타의 고체전지는 1kg당 500Wh의 에너지 밀도를 달성했는데, 이는 현재 상용화된 최고 수준의 리튬이온 배터리(300Wh/kg) 대비 67% 향상된 수치다. 이에 따라 전기차의 주행거리는 기존 400-500km에서 800-1,000km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배터리 업계도 이러한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삼성SDI는 2024년 11월 고체전지 파일럿 라인 구축을 완료했다고 발표했으며, 2026년부터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SDI의 고체전지는 900Wh/L의 부피 에너지 밀도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는 현재 리튬이온 배터리 대비 약 50% 향상된 수준이다. LG에너지솔루션 역시 2024년 연말 기준으로 고체전지 관련 특허를 1,200건 이상 보유하고 있으며, 2027년 상용화를 목표로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조지아주 공장에 고체전지 연구개발 센터를 신설했으며, 연간 50억 달러를 투입해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2025년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대전환: 고체전지 상용화와 차세대 에너지 저장 기술의 부상
Photo by Panos Sakalakis on Unsplash

중국 업체들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세계 1위 배터리 제조업체인 CATL(Contemporary Amperex Technology)은 2024년 상반기 ‘기린(Qilin)’ 배터리 3.0을 출시하며 시장을 놀라게 했다. 이 배터리는 10분 충전으로 400km 주행이 가능하며, 영하 30도에서도 정상 작동하는 혁신적인 성능을 보여준다. CATL의 2024년 3분기 시장점유율은 37.8%로, 2위 BYD(16.2%), 3위 LG에너지솔루션(13.6%)을 큰 폭으로 앞서고 있다. BYD는 자체 개발한 ‘블레이드 배터리’ 기술을 바탕으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으며, 2024년 기준 LFP 배터리 시장의 43% 점유율을 기록했다.

미국의 테슬라(Tesla)는 배터리 제조업체이면서 동시에 최대 수요처라는 독특한 위치에 있다. 테슬라는 2024년 자체 생산한 4680 원통형 배터리 셀의 생산량을 연간 100GWh까지 확대했으며, 이는 약 130만 대의 전기차에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테슬라의 4680 배터리는 기존 2170 배터리 대비 에너지 밀도가 5배, 출력은 6배 향상되었으며, 제조 비용은 14% 절감되었다. 일론 머스크 CEO는 2024년 10월 실적 발표에서 “2025년에는 4680 배터리 생산량을 300GWh까지 늘려 테슬라 전체 배터리 수요의 70%를 자체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에너지 저장 시장의 폭발적 성장과 새로운 기회

배터리 산업의 또 다른 성장 동력은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 시장의 급속한 확장이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급증하면서 전력망의 안정성을 위한 대규모 에너지 저장 시설의 필요성이 크게 대두되고 있다. 블룸버그 뉴에너지 파이낸스(BNEF)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 ESS 시장 규모는 420억 달러를 기록했으며, 2030년까지 연평균 22% 성장해 1,45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유틸리티 규모의 ESS 설치량은 2024년 31GW에서 2030년 120GW로 4배 가까이 증가할 전망이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효과로 ESS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2024년 미국의 ESS 신규 설치량은 14.3GW로 전년 대비 95% 증가했으며, 이 중 유틸리티 규모가 12.1GW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캘리포니아주가 전체의 35%인 5GW를 설치해 가장 큰 시장으로 자리잡았으며, 텍사스(2.8GW), 플로리다(1.9GW)가 그 뒤를 이었다. 테슬라의 메가팩(Megapack) 시스템이 미국 ESS 시장의 43% 점유율을 기록하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한 개의 메가팩 유닛은 3.9MWh 용량으로 3,600여 가구가 하루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저장할 수 있다.

중국의 ESS 시장도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정책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중국의 2024년 ESS 신규 설치량은 22.6GW로 전 세계 1위를 기록했으며, 이는 전년 대비 78% 증가한 수치다. 중국 정부는 2030년까지 ESS 누적 설치 용량을 120GW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설정했으며, 이를 위해 ESS 설치 비용의 30%를 보조금으로 지원하고 있다. CATL은 중국 내 ESS 시장에서 38% 점유율을 차지하며 독보적인 1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BYD(24%), 국헌하이테크(12%)가 그 뒤를 따르고 있다.

한국의 ESS 시장은 2019년 화재 사고로 인한 일시적 침체를 극복하고 다시 성장 궤도에 올라섰다. 2024년 한국의 ESS 신규 설치량은 2.8GW로 전년 대비 34% 증가했으며, 이 중 재생에너지 연계 ESS가 1.9GW로 68%를 차지했다. 한국 정부는 2030년까지 ESS 누적 설치 용량을 25GW로 확대한다는 ‘K-배터리 벨트 구축’ 계획을 발표했으며, 이를 위해 향후 6년간 총 15조 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한국 ESS 시장에서 45% 점유율로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삼성SDI(28%), SK이노베이션(18%)이 뒤를 따르고 있다.

ESS용 배터리는 전기차용과는 다른 특성이 요구된다. 전기차용 배터리가 에너지 밀도와 급속충전 성능을 중시한다면, ESS용 배터리는 장기간 안전성과 사이클 수명이 더욱 중요하다. 이에 따라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ESS 시장에서 각광받고 있다. LFP 배터리는 삼원계(NCM) 배터리 대비 에너지 밀도는 20% 낮지만, 사이클 수명이 2배 이상 길고 열 안정성이 뛰어나며 가격도 30% 저렴하다. BYD의 LFP 배터리는 8,000회 이상의 충방전이 가능하며, 25년간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검증되었다.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 경쟁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나트륨이온 배터리는 리튬 자원의 한계와 가격 상승에 대응하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CATL이 2021년 세계 최초로 나트륨이온 배터리를 상용화했으며, 에너지 밀도 160Wh/kg, 15분 급속충전으로 80% 충전이 가능하다. 나트륨은 리튬 대비 1,000배 이상 풍부하며 가격도 70% 저렴해 ESS용으로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나트륨이온 배터리 시장 규모는 2024년 12억 달러에서 2030년 87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리튬-황 배터리도 차세대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이론적으로 리튬이온 배터리 대비 5배 높은 에너지 밀도(2,600Wh/kg)를 달성할 수 있으며, 황은 지구상에 풍부한 자원이라는 장점이 있다. 영국의 옥시스 에너지(Oxis Energy)와 독일의 지온(Sion Power) 등이 리튬-황 배터리 상용화를 위해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2027년경 드론과 항공기용으로 먼저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LG화학도 2024년 리튬-황 배터리 관련 특허를 150건 이상 출원하며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배터리 재활용 시장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2030년경부터 1세대 전기차 배터리의 교체 시기가 본격적으로 도래하면서 폐배터리 발생량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기관 서큘러 에너지 스토리지에 따르면, 2030년 전 세계 폐배터리 발생량은 95만 톤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 중 리튬 11만 톤, 니켈 18만 톤, 코발트 2만 톤 등 총 140억 달러 상당의 핵심 원료를 회수할 수 있다. 한국의 성일하이텍은 폐배터리에서 리튬을 95% 이상 회수하는 기술을 개발했으며, 2025년 연간 1만 톤 처리 규모의 재활용 공장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미래 전망과 투자 기회

2025년 하반기를 맞아 배터리 산업의 미래는 그 어느 때보다 밝아 보인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전 세계 배터리 시장이 2030년까지 연평균 18% 성장하며 5,200억 달러 규모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고체전지 시장은 2025년 3억 달러에서 2035년 250억 달러로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연평균 성장률 63%에 해당하는 수치로, 배터리 산업 역사상 가장 빠른 기술 전환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투자 관점에서 보면, 한국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는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처로 평가받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LG에너지솔루션의 목표주가를 기존 55만원에서 68만원으로 상향 조정했으며, 고체전지 상용화와 북미 IRA 수혜를 주요 근거로 제시했다. 삼성SDI는 2024년 3분기 기준 영업이익률이 8.3%로 전년 동기 대비 2.1%포인트 개선되었으며, 고체전지 양산 준비와 ESS 사업 확대로 2025년에는 10%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업체들의 기술 추격과 가격 경쟁력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CATL의 2024년 3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8% 증가한 1,350억 위안(약 26조원)을 기록했으며, 순이익은 132억 위안(약 2조 5,000억원)으로 45% 증가했다. CATL은 2025년 전 세계 10개국에 20개의 배터리 공장을 운영할 예정이며, 총 생산 능력은 800GWh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약 1,000만 대의 전기차에 공급할 수 있는 규모로,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의 40%를 담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미국 정부의 정책 변화도 배터리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행정부는 2024년 12월 중국산 배터리 소재에 대한 관세를 기존 25%에서 50%로 인상한다고 발표했으며, 2026년부터는 중국산 배터리 소재를 사용한 전기차에 대해서는 연방 세액공제를 제외한다는 방침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한국과 일본 배터리 업체들의 미국 내 시장 점유율 확대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분석된다.

기술적 관점에서는 2025년이 배터리 산업의 ‘티핑 포인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체전지의 상용화, 실리콘 나노와이어 음극재의 적용, AI 기반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의 도입 등 다양한 혁신 기술들이 동시에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면서 배터리 성능의 획기적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AI BMS는 배터리 수명을 30% 이상 연장하고 충전 효율을 20% 개선할 수 있는 것으로 검증되어, 2025년 하반기부터 프리미엄 전기차에 본격 적용될 예정이다.

배터리 산업의 미래는 단순히 에너지 저장을 넘어 전체 에너지 생태계의 중심축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전기차, ESS, 스마트 그리드, 재생에너지가 하나의 통합된 시스템으로 연결되면서, 배터리는 이 모든 것을 연결하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2030년경에는 ‘배터리 인터넷’이라는 개념이 현실화되어, 수백만 개의 배터리가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실시간으로 에너지를 거래하고 최적화하는 시대가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패러다임 변화 속에서 기술 혁신과 시장 확장을 동시에 추진하는 기업들이 차세대 에너지 시대의 승자가 될 것이다.

*본 분석은 공개된 시장 정보와 업계 보고서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투자 결정 시에는 추가적인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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