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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수소경제 전환: 2025년 글로벌 수소 시장에서 한국의 전략적 포지셔닝과 도전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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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 현재, 글로벌 수소 시장은 연간 1,740억 달러 규모로 성장했으며, 2030년까지 연평균 9.2%의 성장률을 보이며 3,0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급속한 성장세 속에서 한국은 수소경제 선도국가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기 위해 정부와 민간이 협력하여 전방위적인 투자와 기술개발에 나서고 있다. 특히 한국은 2024년 수소법 개정을 통해 청정수소 인증제를 도입하고, 2030년까지 청정수소 공급량을 300만 톤으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이는 현재 연간 20만 톤 수준인 청정수소 공급량을 15배 증가시키는 야심찬 계획이다.

한국의 수소경제 전환: 2025년 글로벌 수소 시장에서 한국의 전략적 포지셔닝과 도전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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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수소경제 전략에서 가장 주목받는 영역은 수소연료전지차(FCEV) 시장이다. 현대자동차는 2025년 현재 글로벌 수소승용차 시장에서 74.6%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압도적인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현대차의 넥쏘(NEXO) 모델은 2024년 전 세계적으로 1만 8,200대가 판매되었으며, 이는 일본 토요타의 미라이(Mirai) 2,900대와 독일 BMW의 iX5 하이드로젠 550대를 크게 앞선 수치다. 현대차는 2025년 하반기 차세대 수소승용차 출시를 앞두고 있으며, 1회 충전 시 최대 800km 주행이 가능한 성능을 목표로 개발을 진행 중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현대차가 수소상용차 부문에서도 선두를 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차의 수소트럭 엑시언트(XCIENT)는 유럽에서 1,600대 이상 운행 중이며, 스위스에서만 47대가 누적 주행거리 500만 km를 돌파했다.

수소 생산 분야에서는 포스코홀딩스가 핵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포스코는 2024년 말 기준 연간 7만 톤의 부생수소를 생산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청정수소 생산능력을 50만 톤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포스코의 수소 생산 전략은 크게 세 가지 축으로 구성된다. 첫째, 제철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생수소를 활용한 그레이수소 생산, 둘째,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그린수소 생산, 셋째, 천연가스 개질과 탄소포집저장(CCS) 기술을 결합한 블루수소 생산이다. 특히 포스코는 호주 필바라(Pilbara) 지역에서 재생에너지 기반 그린수소 생산 프로젝트에 2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결정했으며, 2027년부터 연간 160만 톤의 그린암모니아를 한국으로 수입할 예정이다.

글로벌 수소 시장에서의 경쟁 구도 분석

한국의 수소경제 전략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주요 경쟁국들과의 비교 분석이 필수적이다. 일본은 여전히 수소경제의 선구자로서 강력한 위치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23년 6월 수정된 수소 기본전략을 통해 2030년까지 수소 공급량을 300만 톤으로 확대하고, 수소 가격을 현재 kg당 100엔(약 900원)에서 30엔(약 270원)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일본의 강점은 수소 인프라 구축에 있다. 2025년 현재 일본 전역에 174개의 수소충전소가 운영 중이며, 이는 한국의 91개소보다 거의 2배 많은 수치다. 또한 일본은 수소 발전 분야에서 앞서 있다. 미쓰비시 파워(Mitsubishi Power)는 30% 수소 혼소 가스터빈을 상용화했으며, 2025년 말까지 100% 수소 전용 터빈 실증을 완료할 계획이다.

독일은 유럽 수소경제의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다. 독일 정부는 2023년 7월 업데이트된 국가수소전략을 통해 2030년까지 전해조 설치용량을 10GW로 확대하고, 수소 수입량을 50-70TWh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독일의 특징은 산업용 수소 활용에 집중한다는 점이다. 독일 최대 화학기업인 바스프(BASF)는 루드비히스하펜 공장에서 연간 16만 톤의 수소를 사용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이를 25만 톤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또한 독일은 수소 파이프라인 네트워크 구축에서 앞서 있다. 독일 가스관리회사 FNB Gas는 2032년까지 총 길이 9,700km의 수소 전용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는 ‘H2 Core Network’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이를 위해 195억 유로(약 28조 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중국은 수소 시장의 후발주자이지만 압도적인 규모의 경제력을 바탕으로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중국의 수소 생산량은 2024년 기준 연간 3,300만 톤으로 전 세계 생산량의 약 30%를 차지한다. 중국 정부는 2021년 발표한 수소산업발전 중장기계획을 통해 2025년까지 수소연료전지차 5만 대 보급과 수소충전소 1,000개소 구축 목표를 설정했다. 중국의 강점은 대규모 제조업 기반과 비용 경쟁력이다. 중국의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가격은 kW당 400달러 수준으로, 한국의 600달러, 일본의 800달러보다 현저히 낮다. 중국 최대 수소기업인 시노펙(Sinopec)은 2024년 말 기준 350개의 수소충전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2025년까지 1,000개소로 확대할 계획이다.

미국은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수소경제 투자를 가속화하고 있다. IRA는 청정수소 생산에 대해 kg당 최대 3달러의 세액공제를 제공하며, 이는 현재 수소 생산비용의 50-60%에 해당하는 파격적인 지원이다. 미국 에너지부는 2023년 10월 7개 지역 수소허브 선정을 발표했으며, 이에 대해 70억 달러의 연방정부 지원금을 투입한다.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ARCHES(Alliance for Renewable Clean Hydrogen Energy Systems) 허브는 12억 달러의 지원을 받아 연간 60만 톤의 그린수소를 생산할 예정이다. 미국의 수소 전략은 대규모 재생에너지 인프라를 활용한 그린수소 생산에 집중되어 있다.

한국 수소경제의 도전과제와 기회요인

한국의 수소경제 발전에는 여러 구조적 도전과제가 존재한다. 가장 큰 문제는 수소 생산비용이다. 한국의 현재 그린수소 생산비용은 kg당 6-8달러로, 목표인 3달러 대비 2배 이상 높다. 이는 재생에너지 발전비용이 상대적으로 높고, 전해조 효율성이 아직 상용화 단계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비용은 kWh당 8-12센트로, 중동의 2-3센트나 호주의 4-6센트보다 현저히 높다. 이로 인해 한국은 수소 자급보다는 해외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국 정부는 2030년 수소 수요 390만 톤 중 280만 톤(72%)을 해외에서 수입할 계획이며, 이는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새로운 리스크를 야기할 수 있다.

수소 인프라 구축 속도도 목표 대비 지연되고 있다. 한국 정부는 2022년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에서 2030년까지 수소충전소 660개소 구축 목표를 제시했지만, 2025년 11월 현재 91개소만 운영 중이다. 연간 평균 80-90개소씩 추가 구축해야 목표 달성이 가능한 상황이다. 수소충전소 구축이 지연되는 주된 이유는 높은 건설비용과 까다로운 인허가 절차다. 한국의 수소충전소 구축비용은 개소당 30-35억 원으로, 일본의 25억 원, 독일의 20억 원보다 높다. 또한 도시가스안전관리법과 고압가스안전관리법 등 복잡한 규제로 인해 인허가 기간이 평균 18개월 소요되어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 한국은 수소경제 발전에 유리한 독특한 강점들을 보유하고 있다. 첫째, 세계적 수준의 연료전지 기술력이다. 한국의 연료전지 시스템 효율은 60%로 일본의 55%, 독일의 58%를 상회한다. 두산퓨얼셀은 2024년 기준 글로벌 연료전지 시장에서 23%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특히 대용량 발전용 연료전지 분야에서는 45%의 압도적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 둘째, 강력한 조선업 기반을 활용한 수소운반선 기술이다. 한국의 3대 조선사(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는 전 세계 액화수소운반선 수주량의 85%를 차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2024년 말 기준 총 12척의 액화수소운반선을 수주했으며, 각각 1,250㎥ 용량으로 세계 최대 규모다.

한국의 수소경제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성공사례는 울산의 수소도시 프로젝트다. 울산시는 2019년부터 수소도시 조성사업을 시작해 현재 수소버스 20대, 수소택시 40대, 수소청소차 5대를 운영하고 있다. 울산의 수소충전소는 8개소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밀도를 자랑한다. 더 중요한 것은 울산이 수소 생산부터 활용까지 완전한 밸류체인을 구축했다는 점이다. 울산의 연간 수소 생산량은 17만 톤으로 전국의 85%를 차지하며, SK에너지, 롯데케미칼, 현대오일뱅크 등 석유화학기업들의 부생수소를 활용하고 있다. 울산시는 2030년까지 수소 생산량을 25만 톤으로 확대하고,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3개소(총 150MW)를 추가 건설할 계획이다.

한국의 수소경제 정책에서 또 다른 핵심 요소는 대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다. SK그룹은 2025년까지 수소 사업에 18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으며, 이는 한국 기업 중 가장 큰 규모다. SK E&S는 인천에 30MW 규모의 그린수소 생산시설을 건설 중이며, 2026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말레이시아 사라왁주에서 연간 60만 톤 규모의 그린수소 생산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며, 총 투자액은 37억 달러에 달한다. 한화솔루션은 사우디아라비아 네옴(NEOM) 프로젝트에 참여해 연간 120만 톤의 그린암모니아 생산시설 건설에 나선다. 이러한 민간 투자는 한국이 글로벌 수소 공급망에서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2025년 하반기부터 한국의 수소경제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청정수소 인증제 본격 시행을 통해 수소의 탄소집약도를 4kg CO2/kg H2 이하로 제한하고, 인증받은 청정수소에 대해서만 보조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는 기존의 그레이수소 중심 공급구조를 청정수소로 전환하는 강력한 정책 신호다. 또한 한국은 2026년부터 수소 혼소발전 의무화 제도를 도입해 대용량 가스발전소에서 수소 혼소율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초기에는 5% 혼소에서 시작해 2035년까지 30% 혼소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연간 수소 수요 100만 톤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수소경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술혁신을 통한 비용 절감, 국제협력을 통한 안정적 공급망 구축, 그리고 민관 협력을 통한 인프라 확충이 핵심 과제로 남아 있다. 특히 2030년까지 수소 가격을 현재의 절반 수준인 kg당 4,000원으로 낮추는 것이 수소경제 대중화의 관건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본 기사는 2025년 11월 24일 기준으로 작성된 기술산업 분석 리포트입니다. 시장 상황과 기술 발전에 따라 내용이 변경될 수 있으며, 투자 결정 시에는 추가적인 전문가 조언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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