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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컴퓨팅 산업의 2025년 전환점: 실용화 단계 진입과 글로벌 패권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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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컴퓨팅 산업이 2025년 들어 역사적 전환점을 맞고 있다. 지난 10월 뉴욕 본사의 IBM이 1,121큐비트 ‘콘도르’ 프로세서의 상용 서비스 개시를 발표한 데 이어, 캘리포니아 본사의 구글이 12월 초 새로운 양자칩 ‘윌로우’를 통해 기존 슈퍼컴퓨터로 10의 25제곱 년이 걸릴 계산을 5분 만에 완료했다고 발표하면서, 양자 우위(Quantum Supremacy) 달성을 재차 입증했다. 이러한 기술적 돌파구와 함께 글로벌 양자컴퓨팅 시장 규모는 2024년 13억 달러에서 2030년 50억 달러로 연평균 25%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며,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차세대 컴퓨팅 패러다임의 주도권 확보를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양자컴퓨팅 산업의 2025년 전환점: 실용화 단계 진입과 글로벌 패권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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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한국 정부가 올해 8월 발표한 ‘양자과학기술 육성 전략’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1조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해 2035년까지 1,000큐비트급 양자컴퓨터 개발을 목표로 설정했다. 이는 미국의 국가양자이니셔티브(NQI) 12억 달러, 중국의 150억 달러 양자 투자 계획과 맞서는 전략적 대응으로 해석된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서울대학교가 공동 운영하는 양자컴퓨팅 연구센터는 현재 20큐비트 수준의 초전도 양자 프로세서 개발에 성공했으며, 2026년까지 100큐비트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경기도 수원 본사의 삼성전자는 지난 9월 미국 시카고대학교와 양자컴퓨팅 공동연구센터 설립 계약을 체결했으며, 자사의 7나노 및 5나노 파운드리 기술을 활용한 양자칩 제조 사업 진출을 공식화했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부는 2025년 3분기부터 IBM과 구글의 양자칩 위탁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며, 이를 통해 연간 5억 달러 규모의 신규 매출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양자컴퓨팅 기술의 핵심은 큐비트(Qubit)라는 양자정보 단위에 있다. 기존 컴퓨터의 비트가 0 또는 1의 값만 가질 수 있는 것과 달리, 큐비트는 양자역학의 중첩 원리에 의해 0과 1을 동시에 나타낼 수 있어 병렬 연산 능력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예를 들어 300큐비트 양자컴퓨터는 우주의 원자 수보다 많은 2의 300제곱 가지 상태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다. 하지만 큐비트는 극도로 불안정해 절대온도 0.01K(-273.14℃) 수준의 극저온 환경에서만 작동하며, 외부 간섭에 의한 오류율이 높아 실용화에 큰 걸림돌이 되어 왔다.

이러한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주요 기업들은 서로 다른 접근 방식을 택하고 있다. IBM은 초전도 방식의 큐비트를 채택해 안정성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현재 양자 오류 정정 기술을 통해 논리적 큐비트 구현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반면 구글은 초전도와 더불어 포토닉(광자 기반) 양자컴퓨팅 연구에도 투자하고 있어, 상온에서 작동하는 양자컴퓨터 개발 가능성을 탐구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토폴로지컬 큐비트라는 혁신적 접근법을 통해 근본적으로 오류에 강한 양자컴퓨터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

국가별 양자컴퓨팅 전략과 경쟁 구도

미국은 양자컴퓨팅 분야에서 여전히 기술적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IBM의 경우 2023년 1,121큐비트 콘도르 프로세서를 발표한 데 이어, 2024년에는 5,000큐비트급 플라밍고 로드맵을 제시했다. 구글 역시 양자 AI 연구소를 통해 머신러닝과 양자컴퓨팅의 융합 연구를 선도하고 있으며, 최근 발표한 윌로우 칩은 양자 오류 정정에서 획기적 성과를 보였다고 평가받는다. 아마존은 AWS 브라켓 서비스를 통해 클라우드 기반 양자컴퓨팅 접근성을 제공하며, 2024년 기준 전 세계 30개 이상의 양자컴퓨터에 대한 접근을 지원하고 있다.

중국은 국가 주도의 대규모 투자를 통해 빠른 추격을 보이고 있다. 중국과학기술대학교는 2021년 66큐비트 광자 양자컴퓨터 ‘주창’을 개발한 데 이어, 2024년 들어 127큐비트 초전도 양자 프로세서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중국 정부는 2025년부터 2035년까지 양자정보 분야에 150억 달러를 투입하겠다고 발표했으며, 특히 양자통신과 양자암호 분야에서 실용화 성과를 보이고 있다. 베이징-상하이 간 2,000km 양자통신 네트워크가 이미 상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보안 통신 분야에서는 미국을 앞서고 있다는 평가다.

일본은 토요타, NTT, 후지쯔 등 주요 기업들이 연합해 양자컴퓨팅 실용화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NTT는 광자 기반 양자컴퓨팅 기술 개발에 주력하며, 2024년 상반기 32큐비트 광자 양자컴퓨터 시제품을 공개했다. 일본 정부는 2023년 발표한 ‘양자 문샷 프로그램’을 통해 10년간 50억 달러를 투입해 실용적 양자컴퓨터 개발을 지원하고 있으며, 특히 재료과학과 신약개발 분야 응용에 집중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2018년 시작된 양자 플래그십 프로그램을 통해 10억 유로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독일의 IQM은 20큐비트 상업용 양자컴퓨터를 출시했으며, 핀란드 헬싱키에 본사를 둔 이 회사는 유럽 내 양자컴퓨팅 스타트업 중 가장 주목받고 있다. 네덜란드의 QuTech는 실리콘 기반 스핀 큐비트 기술을 개발하며 삼성전자와의 협력을 통해 반도체 기반 양자컴퓨팅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상용화 전망과 산업 생태계 변화

양자컴퓨팅의 실용화는 특정 분야부터 단계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먼저 상용화가 기대되는 분야는 암호해독과 보안 통신이다. 현재 인터넷 보안의 기반이 되는 RSA 암호화는 4,096비트 키를 해독하는 데 기존 컴퓨터로는 수십억 년이 걸리지만, 4,000큐비트급 양자컴퓨터라면 몇 시간 내에 해독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는 2024년 8월 양자 저항 암호화 표준을 발표했으며, 주요 IT 기업들이 양자 안전 보안 솔루션 개발에 나서고 있다.

금융 분야에서는 포트폴리오 최적화와 위험 분석에 양자컴퓨팅 적용이 활발하다. JP모건체이스는 IBM과 협력해 양자 알고리즘을 이용한 옵션 가격 결정 모델을 개발했으며, 기존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 대비 1000배 빠른 연산 속도를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골드만삭스는 2025년부터 양자컴퓨팅 기반 파생상품 가격 책정 서비스를 시범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약개발 분야에서는 분자 시뮬레이션의 정확도와 속도가 혁신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스위스 바젤 본사의 로슈는 구글과 공동으로 양자컴퓨팅을 활용한 신약 후보물질 발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기존 10-15년 걸리던 신약개발 기간을 5-7년으로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발표했다. 한국의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양자컴퓨팅 기반 바이오시뮬레이션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공지능과 머신러닝 분야에서 양자컴퓨팅의 활용도 주목받고 있다. 양자 머신러닝(QML) 알고리즘은 기존 딥러닝 모델의 훈련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킬 수 있어, AI 모델의 복잡도와 성능을 동시에 향상시킬 가능성을 보여준다. 엔비디아는 2024년 하반기 양자-클래식 하이브리드 컴퓨팅 플랫폼 ‘CUDA-Q’를 출시했으며, 이를 통해 양자컴퓨팅과 GPU 가속 컴퓨팅을 통합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물류와 최적화 문제 해결에서도 양자컴퓨팅의 우위가 입증되고 있다. 독일 폭스바겐은 2019년부터 교통 흐름 최적화에 양자컴퓨팅을 활용하고 있으며, 리스본과 베이징에서 실시한 파일럿 테스트에서 교통 체증을 20% 감소시키는 성과를 보였다. 아마존은 창고 로봇의 경로 최적화에 양자 알고리즘을 적용해 물류 효율성을 15% 향상시켰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양자컴퓨팅의 완전한 상용화에는 여전히 상당한 기술적, 경제적 장벽이 존재한다. 현재 양자컴퓨터 운영에 필요한 희석냉장기 비용만 수백만 달러에 달하며, 전력 소비량도 기존 컴퓨터 대비 1000배 이상 높다. 또한 양자 오류 정정을 위해서는 물리적 큐비트 수천 개가 논리적 큐비트 하나를 구현하는 데 필요해, 실용적인 양자컴퓨터 구현을 위해서는 수백만 큐비트 규모의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러한 도전과제에도 불구하고 양자컴퓨팅 산업의 성장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맥킨지 컨설팅은 2035년까지 양자컴퓨팅이 글로벌 경제에 8,500억 달러의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고 예측했으며, 특히 화학, 재료과학, 금융, 암호화 분야에서 가장 큰 혁신이 일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 정부와 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와 연구개발이 지속된다면, 글로벌 양자컴퓨팅 경쟁에서 의미 있는 위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기술력과 SK텔레콤의 양자암호통신 인프라 구축 경험은 한국이 양자컴퓨팅 생태계에서 독특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이 분석은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투자 권유나 조언을 의도하지 않습니다. 투자 결정은 개인의 판단과 책임 하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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