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양자컴퓨팅 상용화 원년,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 본격화

Editor
7 분 읽기

2025년 12월 현재, 양자컴퓨팅 산업은 역사적 전환점을 맞고 있다. 지난 10월 구글이 발표한 ‘윌로우(Willow)’ 칩은 기존 슈퍼컴퓨터로 수십억 년이 걸릴 계산을 5분 만에 해결하며 양자 우월성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성취를 넘어 상용화 가능성을 보여준 중요한 이정표로 평가된다. 글로벌 양자컴퓨팅 시장 규모는 2024년 13억 달러에서 2030년 50억 달러로 연평균 25%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 중 하드웨어 부문이 60%,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가 40%를 차지할 것으로 분석된다.

양자컴퓨팅 상용화 원년,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 본격화
Photo by DALL-E 3 on OpenAI DALL-E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에 본사를 둔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은 양자컴퓨팅 분야에서 가장 앞선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구글의 윌로우 칩은 105개의 큐비트를 탑재하고 있으며, 양자 오류 정정 기술에서 획기적인 진전을 이뤄냈다. 기존 양자컴퓨터의 가장 큰 문제점이었던 큐비트 간 간섭과 오류 누적 문제를 크게 개선한 것이다. 구글은 2019년 53큐비트 시카모어 프로세서로 최초의 양자 우월성을 달성한 이후, 지속적인 R&D 투자를 통해 기술적 우위를 확고히 하고 있다. 회사는 양자컴퓨팅 부문에 연간 1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실용적인 양자컴퓨터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뉴욕 아몽크에 본사를 둔 IBM 역시 양자컴퓨팅 분야의 선두주자다. IBM은 2025년 11월 1,121큐비트를 탑재한 ‘콘도르(Condor)’ 프로세서를 공개하며 큐비트 수에서는 구글을 앞서고 있다. 하지만 양자컴퓨팅에서는 단순한 큐비트 수보다 오류율과 안정성이 더 중요한 지표로 여겨진다. IBM의 강점은 클라우드 기반 양자컴퓨팅 서비스인 ‘IBM 양자 네트워크’를 통해 전 세계 200여 개 기관에 양자컴퓨팅 접근 권한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플랫폼을 통해 연간 30억 건 이상의 양자 회로 실행이 이뤄지고 있으며, 실제 비즈니스 문제 해결에 활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워싱턴 레드몬드의 마이크로소프트는 독특한 접근 방식으로 양자컴퓨팅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회사는 ‘토폴로지컬 큐비트’ 기술을 개발하여 기존 큐비트보다 안정성이 높은 양자컴퓨터 구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비록 아직 완전한 토폴로지컬 큐비트 구현에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Azure 양자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다양한 양자 하드웨어 파트너들과 협력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25년 양자컴퓨팅 부문에 8억 달러를 투자했으며, 특히 양자 소프트웨어 개발 도구와 프로그래밍 언어 Q#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아시아 시장의 급부상과 한국의 대응

아시아 지역에서도 양자컴퓨팅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중국은 국가 주도로 양자컴퓨팅 개발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으며, 2025년 기준 양자컴퓨팅 관련 정부 투자 규모가 연간 25억 달러에 달한다. 중국 과학기술대학교는 76개 광자를 이용한 양자컴퓨터 ‘주창(九章)’으로 특정 계산 영역에서 양자 우월성을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일본 역시 이화학연구소와 도쿄대학을 중심으로 양자컴퓨팅 연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2025년 정부 예산 중 5억 달러를 양자 기술 개발에 할당했다.

한국의 양자컴퓨팅 산업은 상대적으로 늦은 출발이지만, 정부와 민간 기업이 합심하여 빠른 추격을 시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4년부터 양자컴퓨팅용 반도체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특히 극저온 환경에서 작동하는 양자 프로세서용 제어 칩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회사는 향후 3년간 양자컴퓨팅 부문에 2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SK하이닉스 역시 양자컴퓨팅용 메모리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으며, 양자 상태를 안정적으로 저장할 수 있는 특수 메모리 소자 연구를 진행 중이다.

한국 정부는 2025년 ‘양자컴퓨팅 K-프로젝트’를 발표하며 향후 10년간 3조원을 투입하여 양자컴퓨팅 생태계 구축에 나서기로 했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KAIST, 서울대, POSTECH 등 주요 대학을 중심으로 한 연구개발과 삼성전자, LG전자, SK하이닉스 등 대기업의 상용화 기술 개발을 연계하는 것이다. 특히 한국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분야의 강점을 활용해 양자컴퓨팅용 핵심 부품 개발에 집중하는 전략을 택했다.

실용화 가속화와 산업별 적용 사례

2025년 들어 양자컴퓨팅의 실용적 활용 사례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가장 주목받는 분야는 신약 개발이다. 스위스 바젤의 로슈는 IBM의 양자컴퓨터를 활용해 알츠하이머 치료제 후보 물질을 탐색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기존 슈퍼컴퓨터 대비 계산 시간을 80% 단축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독일 바이엘 역시 양자컴퓨팅을 활용한 분자 시뮬레이션으로 농약 개발 기간을 기존 5년에서 2년으로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발표했다.

금융 업계에서도 양자컴퓨팅 활용이 본격화되고 있다. 미국 JP모건체이스는 2025년 상반기부터 포트폴리오 최적화와 리스크 관리에 양자 알고리즘을 시범 적용하기 시작했다. 특히 복잡한 파생상품 가격 산정과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에서 기존 컴퓨터 대비 100배 이상 빠른 계산 속도를 보이고 있다. 골드만삭스 역시 자체 양자컴퓨팅 팀을 구성하여 고빈도 거래 알고리즘 개발에 나서고 있으며, 2026년 상용 서비스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암호화 분야에서는 양자컴퓨팅이 기존 보안 체계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와 대비책 마련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현재 널리 사용되는 RSA 암호화는 양자컴퓨터에 의해 쉽게 해독될 수 있어,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양자 내성 암호화(Post-Quantum Cryptography) 개발에 나서고 있다.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는 2024년 양자 내성 암호화 표준을 공식 발표했으며, 2025년 말 현재 전 세계 주요 기업의 60% 이상이 이 표준을 도입했거나 도입을 계획 중이다.

물류 및 최적화 분야에서도 양자컴퓨팅의 실용성이 입증되고 있다. 독일 폭스바겐은 베이징 시내 418대 택시의 최적 경로를 양자컴퓨터로 계산하여 전체 이동 시간을 평균 15% 단축시키는 실험에 성공했다. 미국 UPS 역시 양자 알고리즘을 활용한 배송 경로 최적화로 연간 연료비를 12%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러한 성과는 양자컴퓨팅이 이론적 개념을 넘어 실제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로 평가된다.

그러나 양자컴퓨팅 상용화에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남아있다. 가장 큰 문제는 양자 상태의 불안정성이다. 현재의 양자컴퓨터는 극저온 환경(-273℃ 근처)에서만 작동하며, 외부 환경의 미세한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또한 양자 오류 정정을 위해서는 수천 개의 물리적 큐비트가 하나의 논리적 큐비트를 구성해야 하는 등 효율성 문제도 있다. 이로 인해 현재 양자컴퓨터의 운영비용은 시간당 수만 달러에 달하며, 이는 일반적인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대비 1000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인재 부족도 양자컴퓨팅 산업 발전의 주요 걸림돌이다. 맥킨지 컨설팅의 2025년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양자컴퓨팅 전문 인력은 약 25,000명에 불과하지만, 2030년까지 필요한 인력은 최소 100,000명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주요 기업들은 대학과의 협력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으며, 양자컴퓨팅 교육 과정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IBM은 전 세계 2,000개 이상의 대학과 양자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연간 50만 명 이상의 학생들에게 양자컴퓨팅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투자 시장에서는 양자컴퓨팅 관련 기업들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2025년 상반기 양자컴퓨팅 스타트업에 대한 전 세계 투자 규모는 35억 달러를 기록했으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80% 증가한 수치다. 특히 양자 소프트웨어와 알고리즘 개발 기업들에 대한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 캐나다의 엑시컴(Xanadu)은 광양자컴퓨팅 기술로 1억 달러 투자를 유치했으며, 영국의 옥스포드 인스트루먼츠는 양자컴퓨팅용 희석 냉장고 기술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향후 양자컴퓨팅 시장의 성장 동력은 클라우드 서비스 확산과 특화된 양자 알고리즘 개발에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대부분의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양자컴퓨터를 보유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클라우드 기반 양자컴퓨팅 서비스가 주요 수익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마존의 브라켓(Braket), 마이크로소프트의 애저 퀀텀, IBM의 퀀텀 네트워크 등이 대표적인 서비스다. 이들 플랫폼의 월간 활성 사용자 수는 2025년 말 기준 전년 대비 300% 증가한 15만 명을 기록했다.

2026년에는 양자컴퓨팅 산업이 더욱 세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범용 양자컴퓨터 개발을 추진하는 기업들과 특정 분야에 특화된 양자 시스템을 개발하는 기업들 간의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다. 또한 양자컴퓨팅과 기존 클래식 컴퓨팅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상용화되면서, 보다 실용적인 양자 컴퓨팅 활용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기술 발전과 시장 확대를 통해 양자컴퓨팅은 2025년을 기점으로 실험실에서 벗어나 실제 산업 현장에서 핵심 기술로 자리잡아가고 있으며, 이는 전 세계 기술 패권 경쟁의 새로운 전장이 되고 있다.

#Alphabet #IBM #Microsoft #삼성전자 #SK하이닉스

Editor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