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공학

협업 로봇이 한국 제조업을 재편하다: 코봇 시장의 급성장과 산업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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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봇 시장의 폭발적 성장과 한국의 부상

2025년 12월 현재 협업 로봇(코봇) 산업이 전례없는 성장세를 보이며 글로벌 제조업 지형을 재편하고 있다. 국제로봇연맹(IFR)이 발표한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코봇 시장 규모는 2025년 21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며, 이는 전년 대비 35% 증가한 수치다. 특히 주목할 점은 한국이 이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의 코봇 시장은 2025년 약 18억 달러 규모로 추정되며, 연평균 42%의 놀라운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협업 로봇이 한국 제조업을 재편하다: 코봇 시장의 급성장과 산업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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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성장의 배경에는 전통적인 산업용 로봇의 한계를 극복한 코봇의 혁신적 특성이 있다. 기존 산업용 로봇이 안전 펜스로 격리된 환경에서만 작동했다면, 코봇은 인간과 같은 공간에서 협업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이는 제조업체들에게 완전히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덴마크 오덴세에 본사를 둔 유니버설 로보츠(Universal Robots)가 2008년 최초의 상업용 코봇을 출시한 이후, 시장은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왔으며, 현재는 한국의 두산로보틱스와 현대로보틱스 같은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에서 주도권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코봇의 가장 큰 혁신은 프로그래밍의 단순화에 있다. 전통적인 산업용 로봇은 복잡한 코딩 지식이 필요했지만, 현재의 코봇들은 직관적인 터치 인터페이스나 심지어 물리적 가이드를 통해 프로그래밍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두산로보틱스의 M 시리즈는 “티칭 팬던트” 없이도 작업자가 로봇 팔을 직접 움직여 동작을 학습시킬 수 있는 “핸드 가이딩” 기능을 제공한다. 이러한 사용 편의성은 중소기업들이 자동화에 진입하는 문턱을 대폭 낮췄으며, 실제로 한국 내 코봇 도입 기업 중 70%가 직원 50명 미만의 중소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성 측면에서도 코봇은 혁명적인 발전을 이뤘다. ISO 10218 및 ISO/TS 15066 안전 표준을 준수하는 현재의 코봇들은 다중 안전 센서와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인간과의 충돌 위험을 최소화한다. 현대로보틱스의 Hi6 시리즈의 경우, 6축 모든 관절에 토크 센서를 내장하여 예상치 못한 접촉이 발생하면 0.1초 내에 정지하도록 설계되었다. 이는 인간이 반사적으로 반응하는 시간인 0.15초보다도 빠른 속도다. 이러한 안전 기술의 발전으로 코봇과 인간의 협업은 이제 현실적인 옵션이 되었으며, 실제 작업 현장에서의 사고율도 기존 산업용 로봇 대비 85%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과 시장 점유율 확대

한국의 코봇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빠르게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두산로보틱스는 2025년 3분기 기준으로 전 세계 코봇 시장에서 12.8%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3위를 기록했다. 이는 1위 유니버설 로보츠(28.5%), 2위 독일 쿠카(KUKA)의 자회사인 쿠카 모바일(15.2%)에 이은 성과다. 두산로보틱스는 2019년 코봇 사업 진출 이후 불과 6년 만에 이러한 성과를 달성했으며, 2025년 매출은 전년 대비 68% 증가한 4,200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로보틱스 역시 주목할 만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자동화 기술을 바탕으로 설립된 이 회사는 2025년 글로벌 코봇 시장에서 7.3%의 점유율을 확보하며 5위에 올랐다. 특히 현대로보틱스는 자동차 산업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정밀도와 내구성에서 경쟁우위를 보이고 있다. 회사의 대표 제품인 Hi6-10 모델은 10kg의 페이로드를 처리할 수 있으면서도 ±0.03mm의 반복 정밀도를 구현한다. 이는 덴마크 유니버설 로보츠의 UR10e 모델(±0.05mm)보다 67% 향상된 정밀도다.

한국 기업들의 성공 요인 중 하나는 가격 경쟁력이다. 두산로보틱스의 M0609 모델은 약 2만 5천 달러에 판매되는 반면, 유니버설 로보츠의 유사한 사양의 UR5e는 3만 5천 달러에 판매된다. 이는 약 29%의 가격 우위를 의미한다. 하지만 한국 기업들은 단순한 가격 경쟁보다는 기술 혁신을 통한 차별화에 주력하고 있다. 예를 들어, 두산로보틱스는 2024년 말 출시한 E 시리즈에서 “비전 기반 자율 작업” 기능을 도입했다. 이는 별도의 비전 시스템 없이도 로봇이 카메라를 통해 작업 환경을 인식하고 자율적으로 작업을 수행할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이다.

글로벌 경쟁 상황을 보면, 스위스 ABB와 일본 FANUC 같은 전통적인 산업용 로봇 강자들도 코봇 시장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 ABB의 GoFa와 SWIFTI 시리즈는 각각 5kg과 4kg의 페이로드를 처리할 수 있으며, 특히 SWIFTI는 델타 로봇 구조를 채택해 초고속 픽앤플레이스 작업에 특화되어 있다. FANUC의 CRX 시리즈는 기존 FANUC 로봇과의 호환성을 강조하며 기존 고객들의 코봇 전환을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의 코봇 매출은 전체 로봇 매출의 15-20% 수준에 머물고 있는 반면, 한국의 두산로보틱스와 현대로보틱스는 코봇에 집중하며 더 빠른 혁신과 시장 대응을 보이고 있다.

시장 조사 기관인 ABI 리서치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코봇 시장에서의 경쟁은 단순히 하드웨어를 넘어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유니버설 로보츠는 UR+ 생태계를 통해 써드파티 개발자들이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으며, 현재 400개 이상의 인증된 제품이 등록되어 있다. 한국 기업들도 이에 대응하고 있다. 두산로보틱스는 “Doosan Robotics Studio”라는 시뮬레이션 및 프로그래밍 플랫폼을 제공하며, 현대로보틱스는 “Hi6 Connect” 서비스를 통해 원격 모니터링과 예측 정비 기능을 제공한다.

산업별 적용 사례와 비즈니스 모델 혁신

코봇의 실제 적용 사례를 살펴보면 그 파급효과의 광범위함을 확인할 수 있다.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인 ㈜대창솔루션은 2024년 두산로보틱스의 M1013 모델 12대를 도입하여 엔진 부품 조립 공정을 자동화했다. 이 프로젝트의 결과, 생산성은 35% 향상되었고 불량률은 68% 감소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투자 회수 기간이 14개월로, 기존 산업용 로봇의 평균 회수 기간인 28개월의 절반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는 코봇의 낮은 도입 비용과 빠른 구축 속도 덕분이다.

전자 제품 제조 분야에서도 코봇의 활용이 급증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협력업체인 ㈜티엠씨는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 조립에 현대로보틱스의 Hi6-6 모델을 활용하고 있다. 이 코봇은 0.01mm 단위의 정밀한 부품 조립이 가능하며, 24시간 연속 작업을 통해 기존 대비 생산량을 45% 증가시켰다. 더 중요한 것은 작업자의 반복 작업으로 인한 근골격계 질환을 예방하면서도, 숙련 작업자는 더 고부가가치 업무로 전환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식품 산업에서의 코봇 활용도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제빵 업체인 ㈜파리크라상은 2025년 상반기부터 두산로보틱스의 A0912 모델을 도입해 케이크 데코레이션 작업을 자동화했다. 이 코봇은 식품 안전 기준에 맞는 특수 코팅이 적용되었으며, IP65 등급의 방진방수 기능을 갖추고 있다. 도입 결과, 데코레이션 작업의 일관성이 크게 향상되었고, 작업 시간은 40% 단축되었다. 특히 크리스마스나 발렌타인데이 같은 성수기에 급증하는 주문량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되었다.

의료 및 바이오 산업에서도 코봇의 활용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의료기기 제조업체인 ㈜메디아나는 인공호흡기 조립 라인에 현대로보틱스의 코봇을 도입했다. 코봇은 정밀한 센서 조립과 기밀성 테스트를 담당하며, 의료기기 제조에 필요한 엄격한 품질 관리 기준을 충족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증한 의료기기 수요에 대응하면서도 제품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물류 및 창고 자동화 분야에서도 코봇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쿠팡의 물류센터에서는 두산로보틱스의 코봇들이 상품 피킹과 패킹 작업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굿즈 투 퍼슨(Goods-to-Person)” 시스템과 결합된 코봇은 작업자에게 상품을 전달하고, 포장 완료된 상품을 분류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를 통해 물류센터의 처리 용량은 30% 증가했으며, 작업자의 보행 거리는 60% 감소했다.

이러한 다양한 적용 사례들이 보여주는 것은 코봇이 단순히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협업하여 전체적인 생산성과 작업 환경을 개선한다는 점이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의 조사에 따르면, 코봇을 도입한 기업들의 85%가 “작업자 만족도 향상”을 주요 성과로 꼽았다. 이는 코봇이 위험하거나 반복적인 작업을 대신 수행함으로써 작업자들이 더 창의적이고 부가가치가 높은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코봇 도입이 가져온 또 다른 변화는 제조업의 “리쇼어링(Reshoring)” 트렌드 가속화다. 높은 인건비로 인해 해외로 이전했던 생산 공정들이 코봇의 도입으로 다시 국내로 돌아오고 있다. 실제로 한국의 중견 의류업체인 ㈜한세실업은 베트남에서 생산하던 고급 정장 봉제 공정을 코봇을 활용해 국내로 이전했다. 현대로보틱스의 코봇과 AI 비전 시스템을 결합한 자동 봉제 시스템을 구축한 결과, 생산 비용은 해외 생산 대비 15% 절감되었고, 납기는 2주에서 3일로 대폭 단축되었다. 이는 코봇이 단순히 생산성 향상 도구를 넘어 제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향후 코봇 시장의 발전 전망을 살펴보면, AI와 머신러닝 기술의 통합이 핵심 동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개발 중인 차세대 코봇들은 단순히 미리 프로그래밍된 작업을 수행하는 것을 넘어, 작업 환경을 스스로 인식하고 최적의 작업 방법을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두산로보틱스는 2026년 출시 예정인 차세대 모델에 엔비디아(NVIDIA)의 Jetson Orin 칩을 탑재하여 실시간 AI 추론 기능을 구현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코봇이 작업 중 발생하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자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코봇 시장의 성장은 단순한 기술 발전을 넘어 제조업 패러다임의 근본적 변화를 의미한다. 인간과 로봇의 협업이라는 새로운 작업 방식은 생산성 향상과 동시에 작업 환경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혁신적 솔루션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한국 기업들이 이 변화의 선두에 서 있다는 점에서 향후 글로벌 제조업 경쟁에서의 우위 확보가 기대된다.

투자자들의 관점에서 볼 때, 코봇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2025년 들어 강세를 보이고 있다. 두산로보틱스의 주가는 연초 대비 127% 상승했으며, 현대로보틱스도 89% 상승을 기록했다. 이는 시장이 코봇 산업의 성장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코봇 시장은 향후 5년간 연평균 28%의 성장률을 유지할 것”이라며 “특히 한국 기업들의 기술 경쟁력과 시장 확대 전략이 주목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긍정적 전망은 코봇이 더 이상 틈새 시장이 아닌 주류 자동화 솔루션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의미하며, 관련 기업들의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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