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대학들이 AI 연구용 전력 확보를 위해 ‘전기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수도권 한 사립대 AI 연구 교수의 말처럼 “전기 먹는 하마인 AI 연구”가 본격화되면서, 엔비디아가 제공하는 고성능 GPU조차 전력 문제로 사용하지 못할 상황에 이르렀다고 하는데요. 이런 현상은 단순히 대학가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AI 전력 전쟁의 한국판 서막이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한국이 엔비디아로부터 확보한 GPU 26만 장(GB200 기준)으로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경우, 냉각 설비를 포함해 약 600메가와트의 전력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이는 신형 대형원전 APR1400급 1기 발전용량(1,400메가와트)의 절반에 해당하는 엄청난 규모죠. 개인적으로는 이 숫자를 보면서 AI가 단순한 소프트웨어 기술이 아니라 국가 전력 인프라를 좌우하는 핵심 산업으로 자리잡았다는 걸 실감하게 됩니다.
흥미로운 건 각국의 대응 방식입니다. 미국은 가동을 중단했던 기존 원전을 재가동하고 천연가스 발전소를 적극 늘리며 전력 확보에 나서고 있어요. 영국은 신규 원전 건설에 착수했고, 그동안 탈원전 정책을 펼쳤던 독일조차 원전 건설 필요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하니까요. 솔루션스트레트지파트너스의 함완균 대표가 지적한 것처럼, 미국은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와 ESS는 보조 발전원으로, 주발전원은 천연가스 발전을 사용하는 등 에너지원을 적절히 섞고 있는” 상황입니다.
반면 한국은 재생에너지, 특히 태양광과 풍력에만 무게중심이 쏠려 있는 상황이에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9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데이터센터 등으로 당장 엄청난 전력이 필요한데,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는 에너지 시스템은 재생에너지”라고 언급한 것처럼, 정부는 재생에너지를 AI 시대 전력 수요 해결책으로 보고 있습니다. 정부의 2035 NDC에 따르면 전력 부문에서 203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68.8~75.3% 줄여야 하고, 현재 34GW인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을 2030년까지 100GW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거든요.
태양광 산업에게 찾아온 새로운 기회
이런 상황에서 국내 태양광 산업은 복합적인 기회와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우선 기회 측면을 보면, AI 데이터센터의 폭발적인 전력 수요와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이 맞물리면서 태양광 발전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정부가 기존 목표인 78GW에서 100GW로 상향 조정한 것만 봐도, 향후 6년간 약 66GW의 신규 태양광 설비가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오죠.
특히 데이터센터 운영사들의 입장에서 보면, 탄소 중립 목표와 ESG 경영 압박으로 인해 재생에너지 전력 조달이 필수가 되고 있어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데이터센터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고 선언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에 진출하는 해외 데이터센터 업체들도 태양광 발전과의 전력구매계약(PPA)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국내 태양광 발전사업자들에게 안정적인 장기 수요처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거죠.
또한 AI 데이터센터의 특성상 24시간 지속적인 전력 공급이 필요한데, 이는 에너지저장시스템(ESS)과 연계된 태양광 발전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킵니다. 낮에 생산된 태양광 전력을 ESS에 저장했다가 야간에 공급하는 시스템이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수적이 되면서, 태양광+ESS 통합 솔루션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여요. 이는 단순한 태양광 패널 공급을 넘어서 시스템 통합 역량을 갖춘 업체들에게 새로운 성장 동력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높은 발전단가라는 현실적 벽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여전히 높은 발전단가예요.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BNEF)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 태양광 발전의 균등화발전비용(LCOE)은 메가와트시당 98달러로 글로벌 평균 35달러의 2배가 넘습니다. 원전의 LCOE가 메가와트시당 53.3달러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거의 두 배에 달하는 수준이죠. 김동철 한전 사장도 “재생에너지 발전단가가 원전에 비해서 상당히 높은 수준이기에 단기적으로는 전기료 인상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고 인정했으니까요.
이런 높은 발전단가는 데이터센터 운영사들에게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어요.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가 지적한 것처럼 “싸고 안정적인 원전 대신 재생에너지 발전만 고집할 경우 데이터센터들은 값싼 전기를 찾아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글로벌 데이터센터 업체들은 전력비용을 운영비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고려하기 때문에, 한국의 높은 전기료는 투자 유치에 걸림돌이 될 수 있거든요.
더욱이 정부가 발전사에 할당하는 탄소 배출권 중 유상 할당 비율이 늘어나면서, 발전사들이 2030년까지 추가로 부담해야 할 비용이 4조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런 비용 부담은 결국 전기료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태양광 발전의 경제성을 더욱 악화시킬 우려가 있어요.
송전망 인프라의 지연도 심각한 문제입니다. 더불어민주당 박정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포함된 54건의 송·변전설비 건설사업 중 55%인 30건이 지연되고 있거나 지연이 예상되는 상황이에요. 동해안 지역의 원전과 화력 발전에서 생산된 전력을 수도권으로 옮기는 동해안~수도권 송전선은 당초 2019년 준공 목표였지만 2026년 말 이후에야 완공될 전망이라고 하니까요. 태양광 발전소를 아무리 많이 건설해도 전력을 수요지까지 전달할 송전망이 부족하면 무용지물이 되는 거죠.
개인적으로는 이런 인프라 지연이 태양광 산업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대규모 중앙집중식 발전소에서 먼 거리로 전력을 송전하는 기존 방식 대신, 전력 수요지 인근에 분산형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하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이 바뀔 수 있거든요. 특히 데이터센터 옥상이나 인근 부지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직접 설치하는 온사이트 PPA 방식이 각광받을 것 같아요.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의 제안처럼 “가스 발전은 발전소 건설에 2~3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 데다 24시간 안정적으로 전기 공급이 가능하고 출력조절도 자유롭기 때문에 당장 필요한 전력 수요는 가스 발전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현실적 접근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추후 값싸고 안정적인 전력 생산을 위해 신규 원전 건설도 서둘러야 한다”는 그의 지적도 태양광 산업 입장에서는 위협 요소로 작용할 수 있어요.
결국 국내 태양광 산업이 AI 전력 전쟁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발전단가 경쟁력 확보가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기술 혁신을 통한 효율성 개선, 규모의 경제를 통한 비용 절감, 그리고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종합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해요. 특히 페로브스카이트 탠덤 셀이나 양면형 태양광 패널 같은 차세대 기술 도입을 통해 발전 효율을 높이고, 대규모 태양광 단지 조성을 통해 단위당 설치비용을 낮추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박종배 건국대 전기공학과 교수가 언급한 것처럼 “AI의 발전속도 등을 고려할 때는 2030년까지 AI 전쟁의 1차 판정 결과가 나오는” 만큼, 국내 태양광 산업도 이 시기를 목표로 한 전략적 준비가 필요합니다. AI 시대의 전력 수요 폭증은 분명 태양광 산업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지만, 동시에 경제성과 안정성이라는 근본적인 과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오히려 더 큰 위기로 이어질 수도 있거든요.
앞으로 몇 년간 국내 태양광 산업이 어떻게 이런 도전과 기회를 헤쳐나가는지 지켜보는 것이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AI 전력 전쟁이라는 새로운 게임의 룰 속에서, 한국의 태양광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는 시점이에요.
이 글은 뉴스 기사를 읽고, 개인적인 의견과 분석을 더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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