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타임스가 2025년 11월 14일 보도한 내용을 보면서, 글로벌 금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흥미로운 현상을 발견했습니다. 중국이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금 매수량과 실제 시장에서 추정되는 매수량 사이에 엄청난 격차가 있다는 거예요. 소시에테 제네랄 분석가들은 중국이 올해 최대 250톤의 금을 구매했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는데, 이는 전 세계 중앙은행 금 수요의 3분의 1을 넘는 수준입니다. 반면 중국 중앙은행이 공식적으로 보고한 매수량은 6월 2.2톤, 7월 1.9톤, 8월 1.9톤에 불과했죠.
이런 불일치가 왜 중요한가요? 금은 달러 패권에 도전하는 핵심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칼라일의 에너지 경로 부문 최고 전략책임자 제프 커리가 지적한 것처럼, “위성으로 추적할 수 있는 석유와 달리 금은 어디로 가는지, 누가 사는지 알 방법이 없다”는 특성이 있어요. 이런 불투명성이 중국으로서는 달러화 탈피 전략을 은밀하게 추진할 수 있는 완벽한 조건을 만들어주는 거죠.
현재 금 가격은 트로이 온스당 2,300달러를 돌파한 상태인데, 이는 역사적 최고치입니다. 세계금협회(WGC) 데이터를 보면 지난 10년 동안 전 세계 금 보유량 중 미국 밖의 비중이 10%에서 26%로 급증했어요. 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보유 자산이 된 거죠. 이런 변화의 중심에 중국이 있다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그런데 정확한 수치를 파악하기가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요? 일본 금괴 시장 협회의 브루스 이케미즈 이사는 “올해 사람들은 특히 중국의 공식 수치를 전혀 믿지 않는다”고 직설적으로 말했습니다. 그는 중국의 현재 금 보유량이 공식적으로 보고하는 양의 두 배인 약 5,000톤에 달한다고 추정하고 있어요.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중국은 미국(8,133톤) 다음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금을 보유한 국가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금 거래의 불투명성과 추적 방법
그렇다면 전문가들은 어떻게 중국의 실제 금 매수량을 추정하는 걸까요? 몇 가지 흥미로운 방법들이 있습니다. 먼저 400온스짜리 갓 주조된 금괴의 이동 경로를 추적하는 방식이에요. 이런 금괴들은 일반적으로 스위스나 남아프리카에서 정제되어 런던을 거쳐 중국으로 운송되는데, 연속된 일련 번호를 통해 추적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또 다른 방법은 영국의 대중국 금 수출 데이터를 분석하는 거예요. 중앙은행들이 선호하는 대형 금괴는 주로 런던에서 거래되기 때문에, 영국에서 중국으로의 금 수출량을 보면 중국의 매수 규모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실제로 런던은 전 세계 금 거래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어서, 이런 방식의 추정이 상당한 신뢰성을 가진다고 볼 수 있죠.
베이징 컨설팅 회사인 플레넘 리서치는 더욱 정교한 방법을 사용합니다. 중국의 순수입과 국내 금 생산량 간의 격차, 그리고 상업은행이 보유한 금액이나 소매 소비자가 구매한 금액의 변화를 종합적으로 계산하는 거예요. 이 방법으로 2023년 구매량 1,351톤, 2022년 1,382톤을 산출했는데, 이는 해당 연도에 중국이 공개적으로 구매한 양의 6배가 넘는 수준입니다.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건 중국이 세계 최대 금 생산국이라는 사실이에요. 중국은 2024년 전 세계 금 생산량의 10%를 차지했습니다. 자국에서 생산한 금을 국내에서 소비하는 건지, 아니면 중앙은행이 비축하는 건지 외부에서는 알기가 거의 불가능한 거죠. 이런 불투명성이 중국의 금 전략을 더욱 미스터리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지정학적 함의와 시장에 미치는 영향
중국의 은밀한 금 사재기가 단순히 투자 다변화 차원에서만 이루어지는 건 아닙니다. 이는 달러 패권에 대한 직접적인 도전이자, 미래 금융 질서 재편을 위한 전략적 준비로 해석할 수 있어요. 특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미중 갈등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중국이 달러 의존도를 줄이려는 노력을 가속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스위스 정유사 MKS 팸프의 애널리스트 니키 쉴스는 “미국 행정부의 보복이 두려워 필요하다면 최소한의 정보만 보고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중국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들도 금 매수를 은밀하게 진행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해요. 실제로 세계금협회가 메탈 포커스 데이터를 바탕으로 추산한 바에 따르면, 3분기 공식 매수의 약 3분의 1만이 공개적으로 보고됐다고 합니다.
이런 불투명성은 금 시장의 가격 발견 메커니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어요. 소시에테 제네랄의 분석가 마이클 하이는 금 거래의 불투명성으로 인해 금 시장이 석유와 같은 원자재 시장과 비교했을 때 ‘독특하고 까다롭다’고 평가했습니다. 실제 수요와 공급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가격이 형성되다 보니, 시장 참가자들이 불확실성을 감안한 프리미엄을 지불하게 되는 거죠.
1999년 고든 브라운 전 영국 재무장관이 영란은행 보유 금의 절반을 매각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발표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보면, 투명성이 항상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어요. 당시 금 가격이 더욱 하락해서 매각으로 얻은 수익은 온스당 평균 275달러에 그쳤는데, 이는 현재 금 가격의 약 8분의 1 수준입니다. 이런 사례를 보면 중국이 왜 은밀하게 금을 매수하는지 이해할 수 있죠.
현재 상황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중국의 금 매수가 단순히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넘어서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구조적 변화를 추동하고 있다는 거예요. 달러 기반 국제 금융 시스템에서 금이 대안적 준비 자산으로 부상하면서, 기존의 금융 질서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겁니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금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국제 금융 시스템의 근본적 재편을 가져올 수도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이런 변화가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중국과의 경제적 연결고리가 깊은 상황이에요.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변화 속에서 한국이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지, 그리고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구성은 어떻게 조정해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시점인 것 같습니다. 현재 한국은행의 금 보유량은 104.4톤으로 외환보유액의 약 2.4%에 불과한데, 이런 비중이 적절한지 재검토가 필요할 수도 있겠어요.
이 글은 뉴스 기사를 읽고, 개인적인 의견과 분석을 더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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