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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의 15조원 투자 선언, 조선업계 판도를 바꿀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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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 정기선 회장이 어제(11월 16일)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미 관세협상 후속회의에서 발표한 내용을 보면서, 솔직히 좀 놀랐습니다. 15조원이라는 숫자 자체도 엄청나지만, 그보다는 투자 구조와 전략적 방향이 꽤 흥미롭더라고요. 특히 미국 조선업 재건에 50억 달러 규모의 마리타임 펀드를 조성한다는 부분은 정말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HD현대의 15조원 투자 선언, 조선업계 판도를 바꿀 수 있을까?
Photo by DALL-E 3 on OpenAI DALL-E

HD현대는 울산에 본사를 둔 한국의 대표적인 중공업 그룹으로, 2021년 현대중공업그룹에서 사명을 변경했습니다. 현재 조선해양, 건설기계, 로보틱스, 에너지솔루션 등 다양한 사업 영역을 아우르고 있죠. 이번 투자 계획을 보면 단순히 기존 사업 확장이 아니라, 미래 산업으로의 전환을 노리고 있다는 게 명확해 보입니다.

투자 구조를 자세히 뜯어보면 더 재미있습니다. 전체 15조원 중 에너지·로봇 분야에 8조원(53.3%), 조선해양에 7조원(46.7%)을 배분한다고 했는데요. 이는 HD현대가 전통적인 조선업체에서 종합 기술기업으로 탈바꿈하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특히 HD현대에너지솔루션과 HD현대오일뱅크를 통한 신재생에너지 투자, 그리고 HD현대로보틱스와 HD현대건설기계를 통한 AI 로봇 사업 확대는 글로벌 트렌드와도 완벽하게 맞아떨어지죠.

근데 개인적으로 가장 주목하고 있는 건 미국과의 조선 협력 사업입니다. 50억 달러 규모의 마리타임 펀드 조성이라는 게 단순한 숫자가 아니거든요. 이는 약 6조 7천억원 규모로, HD현대의 조선해양 투자 계획 7조원과 거의 맞먹는 수준입니다. 즉, 국내 투자와 해외 투자를 거의 1:1로 매칭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이는데, 이는 상당히 공격적인 글로벌 확장 전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 조선업 재건, 한국 기업에게는 기회인가?

미국 조선업의 현실을 먼저 살펴보면, 사실 꽤 암울합니다. 2025년 현재 미국의 조선업 점유율은 전 세계 1% 미만에 불과해요. 중국이 50% 이상, 한국이 약 30%, 일본이 10% 정도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미국은 사실상 조선업 후진국이 되어버렸죠. 특히 상선 부문에서는 거의 전멸 수준이고, 군함 건조 능력마저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HD현대가 제시한 협력 방안들을 보면 꽤 전략적입니다. 먼저 헌팅턴 잉글스(Huntington Ingalls Industries, 버지니아주 뉴포트뉴스 본사)와의 협력인데요. 헌팅턴 잉글스는 미국 최대 방산 조선소로 항공모함과 핵잠수함을 건조하는 회사입니다. 2024년 기준 매출이 약 110억 달러에 달하는 거대 기업이죠. 이들과 함께 차세대 군수지원함(NGLS) 공동 건조를 추진한다는 것은 HD현대가 미국 해군의 핵심 공급망에 진입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상선 분야에서는 에디슨 슈에스트(Edison Chouest Offshore, 루이지애나주 본사)와의 협력을 언급했네요. 이 회사는 미국 동남부 최대의 상선 조선소로, 주로 해양 작업선과 지원선을 건조하는 업체입니다. 연매출 약 15억 달러 규모의 중견기업인데, HD현대와 함께 컨테이너선과 MR탱커 공동 건조를 계획하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흥미로운 건 안두릴(Anduril Industries, 캘리포니아주 어바인 본사)과의 협력입니다. 안두릴은 2017년 설립된 AI 방산 스타트업으로, 최근 몇 년간 급성장하고 있는 회사예요. 2024년 기준 기업가치가 140억 달러로 평가받고 있고, 무인 시스템과 AI 기반 방어 시스템을 전문으로 합니다. HD현대가 이들과 무인함정 제작을 위한 설계 협력을 진행한다는 것은 단순한 조선업을 넘어 첨단 방산업으로의 진출을 의미하죠.

하지만 여기서 큰 걸림돌이 있습니다. 정기선 회장도 언급했듯이 미국의 존스법(Jones Act)과 관련 규제들 때문에 해외에서 미국 함정을 건조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불가능해요. 이는 1920년에 제정된 법률로, 미국 내 해상 운송은 미국에서 건조되고 미국 선원이 운항하는 선박만 이용할 수 있다는 보호주의 정책입니다.

규제 완화의 실마리, ICE Pact 사례가 답일까?

정 회장이 언급한 ICE Pact 사례는 꽤 의미가 있습니다. 2023년 7월 미국, 캐나다, 핀란드가 체결한 이 협정은 북극 쇄빙선 건조 협력을 위한 것인데요. 올해 10월 트럼프 대통령이 미 해경 쇄빙선 4척을 핀란드에서 건조하도록 허용한 것은 존스법에 대한 예외 조치였습니다. 핀란드의 아커 아틱(Aker Arctic, 헬싱키 본사)은 세계 최고 수준의 쇄빙선 기술을 보유한 회사로, 미국이 자국 기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죠.

이런 예외 조치가 한미 조선 협력에도 적용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하지만 미국 해군 참모총장이 직접 울산 현대중공업을 방문했다는 사실은 상당히 의미가 크죠. 미국 해군이 현재 중국의 해군력 증강에 대응하기 위해 함정 건조 능력 확충이 시급한 상황이거든요. 미국 해군은 2045년까지 355척 규모의 함대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현재 미국 내 조선소 역량으로는 이를 달성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실제로 미국의 주요 조선소들을 보면 상황이 심각합니다. 제너럴 다이내믹스 배스 아이언 웍스(General Dynamics Bath Iron Works, 메인주)는 구축함 건조에 특화되어 있지만 생산 속도가 느리고, 헌팅턴 잉글스는 대형 함정 위주로만 건조 가능합니다. 반면 HD현대를 포함한 한국 조선업체들은 다양한 함종을 빠른 속도로 건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어요.

경쟁사 동향을 보면 더욱 흥미롭습니다. 삼성중공업(경남 거제 본사)은 2024년 기준 수주잔량이 약 15조원으로 HD현대중공업과 비슷한 수준이고,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경남 거제 본사)도 약 12조원의 수주잔량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 시장 진출에 있어서는 HD현대가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어요. 삼성중공업은 주로 유럽과 중동 시장에 집중하고 있고, 한화오션은 내부 구조조정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글로벌 조선업 시장 규모를 보면 2024년 기준 약 1,800억 달러 정도로 추정되는데, 이 중 방산 조선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5-20% 정도입니다. 하지만 방산 조선의 수익성은 상선보다 훨씬 높아요. 일반적으로 상선의 영업이익률이 5-8% 수준인 반면, 방산 조선은 15-20%까지도 가능하거든요. 특히 미국 방산 시장은 장기 계약과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기 때문에 한국 조선업체들에게는 매력적인 시장입니다.

HD현대의 AI 기반 스마트 조선소 기술도 주목할 만합니다. 전남 대불산업단지에 구축 예정인 AI 조선기술 실증센터와 AI 기반 스마트 조선소는 단순히 국내 사업을 위한 것만이 아니라, 미국 진출을 위한 기술력 검증의 의미도 있어 보입니다. 특히 해남 솔라시도의 AI 데이터센터와 연계한다는 계획은 조선업과 IT 기술의 융합을 통한 차세대 조선업 모델을 제시하는 것 같아요.

현재 조선업계에서 스마트 조선소 기술은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중국 조선업체들이 물량 공세로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조선업체들은 기술력과 효율성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거든요. HD현대의 스마트 조선소 기술이 성공적으로 구축된다면, 이는 미국 진출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다만 우려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15조원이라는 대규모 투자가 과연 적절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지, 그리고 미국의 규제 완화가 실제로 이루어질지는 여전히 불확실하거든요. HD현대의 2023년 기준 연매출이 약 20조원인 점을 고려하면, 5년간 15조원 투자는 상당히 공격적인 수준입니다. 특히 에너지·로봇 분야는 아직 수익성이 검증되지 않은 영역이 많아서 리스크가 클 수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HD현대의 이번 투자 계획은 한국 조선업의 미래 방향을 제시하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선박을 만드는 업체에서 종합 해양 솔루션 제공업체로 전환하려는 시도는 분명 의미가 있고, 특히 미국이라는 거대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면 그 파급효과는 엄청날 것 같아요. 앞으로 이 계획이 어떻게 실현될지, 그리고 실제로 한국 조선업의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이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이 글은 HD현대 정기선 “5년간 15조 투자⋯에너지,로봇 8조·조선해양 7조” 기사를 읽고, 개인적인 의견과 분석을 더해 작성했습니다.

면책 조항: 이 블로그는 뉴스 매체가 아니며, 작성된 내용은 저자의 개인적인 견해입니다. 투자 결정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으며, 이 글의 내용을 근거로 한 투자 손실에 대해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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