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후 10시 20분경, 갑자기 ChatGPT에 접속이 안 되더군요. ‘계속하려면 challenges.cloudflare.com 차단을 해제하십시오’라는 메시지만 뜨고 말이죠. 처음엔 우리나라만의 문제인가 했는데, 알고 보니 전 세계적인 대규모 인터넷 마비 사태였습니다. 원인은 바로 클라우드플레어(Cloudflare)의 플랫폼 장애였고요.
클라우드플레어는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미국의 웹 인프라 기업으로, 전 세계 인터넷 트래픽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2025년 기준으로 전 세계 웹사이트 중 약 20% 이상이 클라우드플레어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번 장애로 그 영향력이 얼마나 막대한지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단 한 회사의 서버 문제가 ChatGPT, X(구 트위터), 스포티파이, 아마존, 리그 오브 레전드까지 동시에 먹통으로 만들어버린 거죠.
OpenAI는 공식 상태 페이지를 통해 “일부 사용자는 ChatGPT와 플랫폼 웹사이트가 다운되고 있으며, API, ChatGPT, Sora 서비스의 문제를 조사 중”이라고 발표했습니다. 흥미로운 건 OpenAI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외부 인프라 업체인 클라우드플레어의 장애 때문에 서비스가 중단된 점입니다. 이는 현대 클라우드 서비스의 상호 의존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겠네요.
클라우드플레어는 미 동부 시간 기준 오전 7시경 상태 업데이트를 통해 “다수 고객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를 인지하고 있으며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약 20분 후에는 “서비스가 복구되는 모습을 확인하고 있지만 복구 작업이 계속되는 동안 고객들은 평소보다 높은 오류율을 계속 목격할 수 있다”고 추가 공지했죠. 실제로 저도 오후 11시경부터는 ChatGPT에 다시 접속할 수 있었습니다.
클라우드플레어의 시장 지배력과 위험성
클라우드플레어는 2009년 설립된 이후 빠르게 성장해 현재 시가총액이 약 280억 달러(약 37조 원)에 달하는 거대 기업이 되었습니다. 2019년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이후 주가는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고, 2024년 연간 매출은 약 13억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AI 붐과 사이버 보안 수요 증가로 최근 몇 년간 ‘멀티배거’ 수익률을 기록하며 투자자들의 큰 관심을 받고 있죠.
문제는 이런 시장 지배력이 오늘 같은 상황을 만들어낸다는 점입니다. 클라우드플레어는 CDN(콘텐츠 전송 네트워크), DDoS 보호, DNS 서비스 등 인터넷의 핵심 인프라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3,000만 개 이상의 웹사이트가 클라우드플레어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고, 초당 5,500만 건 이상의 HTTP 요청을 처리하고 있어요. 이 정도 규모가 되면 단순한 ‘서비스 제공업체’를 넘어서 ‘인터넷 인프라 그 자체’가 되어버리는 거죠.
실제로 올해 9월에도 클라우드플레어 서버 장애로 Google의 Gemini, ChatGPT 등 주요 AI 서비스들이 일시적으로 중단된 바 있습니다. 불과 2개월 만에 또다시 비슷한 사태가 발생한 건데, 이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를 시사합니다. 인터넷 인프라가 소수의 거대 기업에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다는 거죠.
경쟁사들과 비교해보면 클라우드플레어의 독특한 위치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Amazon Web Services(AWS)는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에서 32%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Microsoft Azure(23%), Google Cloud(11%) 등과 경쟁하고 있어요. 반면 클라우드플레어는 CDN과 보안 서비스 영역에서 훨씬 독점적인 지위를 갖고 있습니다. Akamai, Fastly 같은 경쟁사들이 있긴 하지만, 클라우드플레어만큼 광범위하고 통합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많지 않거든요.
AI 시대의 인프라 의존성과 리스크
오늘 사태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ChatGPT와 Perplexity 같은 AI 서비스들이 동시에 영향을 받았다는 겁니다. OpenAI의 ChatGPT는 월 활성 사용자 수가 1억 8,000만 명을 넘어서는 글로벌 서비스이고, Perplexity도 빠르게 성장하는 AI 검색 스타트업이죠. 이들이 모두 클라우드플레어의 인프라에 의존하고 있다는 건 AI 시대의 새로운 위험 요소를 보여줍니다.
AI 서비스들은 특히 높은 가용성을 요구합니다. 사용자들이 실시간으로 질문하고 답변을 받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몇 분간의 중단도 사용자 경험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요. OpenAI는 2024년 기준으로 연간 매출이 34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몇 시간의 서비스 중단으로 인한 손실은 수백만 달러에 이를 수 있습니다. 더 중요한 건 사용자 신뢰도 하락이겠죠.
국내 상황을 보면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주요 IT 기업들은 자체 인프라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네이버는 춘천과 각 지역에 자체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고 있고, 카카오도 안산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한 독자적인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요. 하지만 글로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은 여전히 AWS, 클라우드플레어 같은 해외 인프라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흥미롭게도 Elon Musk의 X(구 트위터)도 이번 장애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X는 Musk가 2022년 440억 달러에 인수한 후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진행했는데, 인프라 비용 절감을 위해 더 많은 부분을 외부 서비스에 의존하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비용 효율성과 안정성 사이의 트레이드오프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겠네요.
게임 업계에서는 리그 오브 레전드가 영향을 받았다고 보고되었는데, 이는 특히 심각한 문제입니다. 라이엇 게임즈의 리그 오브 레전드는 전 세계적으로 1억 8,000만 명의 월 활성 사용자를 보유한 대표적인 온라인 게임이거든요. 실시간 멀티플레이어 게임의 특성상 서버 중단은 곧바로 수백만 명의 사용자에게 영향을 미치고, 진행 중인 경기들이 모두 무효화될 수 있습니다.
Amazon과 Spotify 같은 서비스들도 영향을 받았다는 점도 인상적입니다. Amazon의 경우 자체적으로 AWS라는 거대한 클라우드 인프라를 운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서비스에서는 클라우드플레어를 이용하고 있다는 걸 의미하거든요. 이는 현대 인터넷 서비스의 복잡한 의존성 구조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클라우드플레어의 주가는 2025년 들어서도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AI 붐으로 인한 트래픽 증가와 사이버 보안 수요 확대가 주요 성장 동력이 되고 있어요. 2024년 4분기 실적에서는 전년 동기 대비 32% 성장한 4억 3,8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고, 2025년 전체 매출은 17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됩니다. 하지만 오늘 같은 대규모 장애는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리스크 요인으로 인식될 수 있겠네요.
개인적으로는 이번 사태가 인터넷 인프라의 탈중앙화 필요성을 다시 한번 부각시켰다고 생각합니다. 블록체인과 분산 시스템 기술이 발전하고 있지만, 여전히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어요. 하지만 오늘 같은 일이 반복된다면 기업들도 인프라 다변화를 진지하게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단일 장애점(Single Point of Failure)을 줄이는 것이 비즈니스 연속성 측면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거든요.
앞으로 클라우드플레어 같은 인프라 기업들의 책임은 더욱 무거워질 것 같습니다. 단순한 서비스 제공업체를 넘어서 글로벌 디지털 경제의 핵심 인프라 역할을 하고 있으니까요. 더 강력한 백업 시스템과 장애 대응 체계를 구축해야 할 테고, 규제 당국의 감시도 강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인터넷이 공공재적 성격을 갖는 만큼, 이를 담당하는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는 걸 오늘 사태가 다시 한번 보여준 것 같네요.
이 글은 테크 기사를 읽고, 개인적인 의견과 분석을 더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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