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된 고리2호기 수명연장 논란 – 안전성보다 정치적 판단이 우선됐나?
2025년 11월 21일 현재, 국내 원전 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습니다. 지난 11월 13일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고리원전 2호기의 수명연장을 승인하면서, 40년이 넘은 노후 원전의 안전성과 경제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들이 제기되고 있어요. 탈핵경남시민행동 박종권 대표와의 인터뷰를 통해 드러난 내용들을 보면, 이번 결정이 과연 합리적이었는지 의문이 듭니다.

고리 2호기는 1983년부터 가동을 시작한 650MW 규모의 소형 원전으로, 국내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상업용 원전입니다. 2023년 4월 40년 운영허가 기간을 넘겨 운전을 멈췄다가, 이번 원안위 심의를 통해 2033년 4월까지 10년 더 가동하게 됐어요. 하지만 이 과정에서 드러난 여러 문제점들이 심각해 보입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고리 2호기의 낮은 전력 기여도입니다. 박 대표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연평균 31억kWh의 전기를 생산했는데, 이는 2024년 국내 전체 전력생산량 5,956억kWh의 고작 0.5%에 불과합니다. 더 놀라운 건 삼성전자 한 회사가 연간 260억kWh를 소비한다는 점인데, 이는 고리 2호기 생산량의 8배가 넘는 수준이에요. 이 정도 비중이라면 굳이 안전성 논란을 감수하면서까지 수명을 연장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습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고리 2호기의 불안정한 가동률입니다. 42년 된 노후 원전이다 보니 가동률이 평균 54%에 그치고 있어요. 국내 원전 26기 전체 평균 가동률 83%와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입니다. 2020년 20억kWh, 2021년 55억kWh, 2022년 36억kWh, 2023년 15억kWh로 연도별 생산량 편차가 심한 것도 잦은 고장을 시사합니다. 박 대표가 “자동차도 40년 되면 고장이 자주 나고 운행을 멈추게 되는 것과 같다”고 비유한 게 적절해 보이네요.
졸속 심사와 정치적 판단
수명연장 과정도 문제투성이였습니다. 원래 수명연장은 만료 2년 전인 2021년 4월까지 신청해야 했는데, 당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기조로 신청하지 않았다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 한 달 후인 2022년 4월에야 뒤늦게 신청했어요. 이미 정치적 판단이 개입됐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이 3년 4개월 동안 안전성 심사를 진행했지만, 원안위의 최종 결정 과정은 성급했습니다. 9월 25일 1차 심사에서 검토 시간 부족으로 보류, 10월 23일 2차 심사에서도 추가 자료 요청으로 보류했다가, 11월 13일 3차 심사에서 6명 중 1명이 안전성 담보 확인이 미흡하다며 반대했음에도 5대1 다수결로 허가를 결정했습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건 9명의 원안위 위원 중 전문 기술 위원 3명이 임기 만료 상황이었다는 점입니다. 전문위원들을 충원한 후 심사하는 게 상식적인데, 비전문 위원들이 주도해서 허가를 결정한 셈이죠. 부산경남 300만 시민의 안전이 걸린 중대한 사안을 이렇게 성급하게 처리한 건 안전에 대한 인식 부재를 보여준다고 봅니다.
한수원과 원안위가 이렇게 서두른 이유도 명확해 보입니다. 향후 5년 이내 수명이 만료되는 원전이 고리3·4호기, 월성2·3·4호기, 한빛1·2호기 등 총 10기에 이르는데, 고리 2호기를 선례로 만들어 나머지 원전들의 수명연장을 순조롭게 진행하려는 의도로 보여요. 즉, 개별 원전의 안전성보다는 전체 원전 정책의 일관성을 위한 정치적 판단이었다는 겁니다.
원전 경제성 신화의 허상
한수원은 수명연장을 하지 않으면 전기요금이 인상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원전 경제성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됩니다. 박 대표가 지적한 대로, 지금까지 원전 단가가 가장 싸다고 주장해왔지만 폐기물 처리비용이나 사고 보험 등을 고려하면 원전이 가장 비싼 에너지라는 게 국제적 평가입니다.
세계에너지기구(IEA), 레자드, 한국환경평가연구원 등 에너지 전문기구들의 균등화발전원가(LCOE) 분석에 따르면, 원전이 가장 비싸고 그 다음이 석탄발전이며, 태양광·풍력이 가장 저렴한 에너지로 평가됩니다. 2025년 현재 글로벌 재생에너지 비용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반면, 원전 비용은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어요.
특히 원전의 사고 보험 문제는 심각합니다. 현재 원전은 예상 피해 금액의 1/1000 수준밖에 보험에 가입하지 않고 있어요. 실제 사고가 발생하면 보험 처리가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만약 제대로 된 보험에 가입한다면 발전 단가가 현재보다 2.5배 증가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피해 복구 비용이 200조원을 넘어선 것을 보면, 원전의 진짜 비용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습니다.
또한 핵폐기물 처리 문제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국내에는 아직 고준위 핵폐기물 영구처분장이 없는 상황에서, 계속해서 핵폐기물을 생산하는 것은 미래 세대에 부담을 떠넘기는 일이죠. 박 대표가 “핵폐기물 처리를 미래 세대에 떠넘기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 이유입니다.
반면 재생에너지는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2025년 현재 국내 태양광 발전 비용은 kWh당 60-80원 수준까지 하락했고, 해상풍력도 기술 발전과 규모의 경제로 비용이 지속 감소하고 있어요. 정부가 AI와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증가를 이유로 원전 확대를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수요 부풀리기”라는 박 대표의 지적이 설득력 있어 보입니다.
실제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같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데이터센터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공급하겠다고 선언하고 있습니다. ESG 경영과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서죠. 국내 기업들도 RE100(재생에너지 100%) 가입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원전 의존도를 높이는 것은 시대적 흐름에 역행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 고리 2호기 수명연장 결정은 안전성과 경제성 모두에서 문제가 있는 선택이었다고 판단됩니다. 전체 전력생산의 0.5%에 불과한 노후 원전을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10년 더 가동하는 것보다는, 그 비용으로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게 더 합리적이었을 거예요. 특히 부산경남 지역은 이미 ‘세계 최대 원전 밀집 지역’이라는 오명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위험 부담을 지게 된 셈입니다.
앞으로 10기의 원전이 더 수명연장 심사를 받게 될 텐데, 고리 2호기 사례가 선례가 되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각 원전의 안전성과 경제성을 엄밀하게 평가해서, 정말 필요한 경우에만 신중하게 수명연장을 결정해야 할 거예요. 무엇보다 시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투명하고 민주적인 의사결정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 글은 오마이뉴스 기사를 읽고, 개인적인 의견과 분석을 더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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