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말 현재, 글로벌 생명공학 산업은 인공지능과 유전자 편집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경험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McKinsey & Company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바이오테크놀로지 시장 규모는 2025년 1조 2,000억 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15.3% 성장했다. 이러한 성장의 핵심 동력은 AI 기반 신약 개발 플랫폼과 CRISPR-Cas9를 넘어선 차세대 유전자 편집 기술들이 실제 임상 단계에서 가시적 성과를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특히 주목할 만한 변화는 전통적인 제약회사들과 바이오테크 스타트업들 간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기술 융합을 통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들이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 기반의 Moderna(MRNA)는 2025년 3분기 실적에서 mRNA 기술을 활용한 개인 맞춤형 암 백신 분야에서 34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27% 증가한 수치다. 한국의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는 글로벌 CMO(위탁생산) 시장에서 점유율 23.7%를 달성하며 세계 1위 자리를 공고히 했고, 2025년 연간 매출 4조 8,000억 원을 달성할 전망이다.
이러한 성장세 뒤에는 AI 기반 신약 개발 기술의 성숙화가 있다. 구글의 자회사 DeepMind가 개발한 AlphaFold3는 2025년 상반기 출시 이후 단백질 구조 예측 정확도를 95.2%까지 끌어올렸으며, 이를 활용한 신약 개발 프로젝트가 전 세계적으로 2,400개 이상 진행되고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 기반의 Moderna는 이 기술을 활용해 신약 개발 기간을 기존 10-15년에서 3-5년으로 단축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유전자 편집 기술의 상업화 가속화
CRISPR 기술을 넘어선 차세대 유전자 편집 도구들이 2025년 들어 본격적인 상업화 단계에 진입했다. 특히 프라임 에디팅(Prime Editing)과 베이스 에디팅(Base Editing) 기술이 임상 3상 단계에서 높은 성공률을 보이면서, 희귀질환 치료 분야에서 혁신적 변화를 이끌고 있다. 미국 보스턴 소재의 Editas Medicine과 영국 런던의 CRISPR Therapeutics가 공동 개발한 베타-지중해빈혈 치료제 ‘CTX001’은 2025년 FDA 승인을 받으며 연간 280만 달러의 치료비로 책정되어 화제가 되었다.
한국에서는 툴젠이 개발한 차세대 유전자 편집 플랫폼이 국내 바이오 생태계에 새로운 동력을 제공하고 있다. 셀트리온(068270)은 2025년 하반기 툴젠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CAR-T 세포치료제 개발에 본격 착수했으며, 초기 임상 결과에서 기존 치료법 대비 40% 높은 관해율을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셀트리온의 2026년 매출 목표인 4조 5,000억 원 달성에 핵심적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전자 편집 기술의 발전과 함께 윤리적, 규제적 프레임워크도 빠르게 정비되고 있다. 유럽연합은 2025년 10월 ‘유전자 편집 의료기술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체세포 편집에 대한 승인 절차를 간소화하는 동시에 배아 편집에 대한 엄격한 제한을 명시했다. 미국 FDA는 유전자 편집 치료제에 대한 패스트트랙 승인 프로세스를 도입하여 평균 승인 기간을 18개월에서 12개월로 단축했다.
바이오제조업의 디지털 전환과 글로벌 경쟁 구도
바이오제조업 분야에서는 Industry 4.0 기술의 도입이 생산성과 품질 관리에 혁신적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5년 인천 제4공장에 완전 자동화된 AI 기반 생산 시스템을 구축하여 생산 효율성을 35% 향상시켰다. 이 시스템은 실시간 품질 모니터링과 예측적 유지보수를 통해 배치 실패율을 0.3%까지 낮추는 성과를 달성했다. 연간 생산 능력은 36만 리터 규모로, 이는 전 세계 CMO 시장에서 단일 시설로는 최대 규모다.
경쟁사들도 이에 맞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스위스 론자(Lonza)는 2025년 싱가포르 신규 시설에 45억 달러를 투자하여 아시아-태평양 지역 바이오의약품 생산 허브를 구축하고 있으며, 2026년 가동 예정이다. 중국의 WuXi Biologics는 아일랜드와 독일에 총 28억 달러 규모의 생산 시설을 확장하며 유럽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생산 능력 확대 경쟁은 바이오의약품의 공급망 안정성 확보와 지역별 규제 대응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도 주목할 만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셀트리온의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허쥬마’는 2025년 글로벌 매출 1조 2,000억 원을 기록하며, 원조 의약품 대비 40-50% 저렴한 가격으로 환자 접근성을 크게 개선했다. 특히 인도와 브라질 등 신흥시장에서의 성과가 두드러져, 셀트리온의 해외 매출 비중이 전체의 73%를 차지하게 되었다. 이스라엘 테바제약(TEVA)도 바이오시밀러 포트폴리오 확대를 통해 2025년 3분기 매출 48억 달러를 달성하며 전년 동기 대비 12% 성장했다.
한편, 바이오제조 분야의 지속가능성과 환경 영향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덴마크 노보 노디스크는 2025년 탄소 중립 생산 시설을 완성하며, 바이오의약품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90% 줄이는 데 성공했다. 이러한 친환경 제조 기술은 ESG 투자 기준이 강화되면서 바이오기업들의 새로운 경쟁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진단 기술 분야에서는 액체생검(Liquid Biopsy)과 멀티오믹스(Multi-omics) 기술이 개인 맞춤 의료의 핵심 도구로 자리잡고 있다. 미국 일루미나(ILMN)의 차세대 시퀀싱 플랫폼 ‘NovaSeq X Plus’는 2025년 출시 이후 게놈 시퀀싱 비용을 100달러 이하로 낮추며 대중화의 전환점을 만들었다. 한국의 마크로젠은 이 기술을 활용해 아시아인 유전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으며, 현재 50만 명의 유전체 정보를 보유하여 정밀의료 서비스의 정확도를 높이고 있다.
세포치료제 분야에서는 CAR-T 세포치료의 적응증 확대와 함께 제조 비용 절감이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미국 길리어드 사이언스(GILD)의 자회사 Kite Pharma는 2025년 자동화된 CAR-T 제조 시설을 가동하여 치료제 생산 기간을 21일에서 7일로 단축했다. 치료비도 기존 47만 달러에서 32만 달러로 낮춰 환자 접근성을 개선했다. 이러한 기술적 진보는 CAR-T 치료제 시장이 2025년 86억 달러 규모로 성장하는 데 기여했으며, 2030년까지 연평균 28%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재생의료 분야에서는 줄기세포 치료제와 조직공학 기술의 임상 성과가 주목받고 있다. 일본의 후지필름 홀딩스는 iPS 세포 기반 파킨슨병 치료제의 임상 2상에서 환자의 운동 기능이 평균 35% 개선되는 결과를 발표했다. 한국에서는 차바이오텍이 개발한 제대혈 줄기세포 치료제가 뇌성마비 치료에서 획기적 성과를 보이며, 2026년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글로벌 재생의료 시장은 2025년 380억 달러 규모로 성장했으며,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연평균 22%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바이오산업의 투자 환경도 크게 변화하고 있다. 2025년 글로벌 바이오테크 벤처 투자는 총 420억 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18% 증가했다. 특히 AI 기반 신약 개발과 유전자 편집 분야에 대한 투자가 전체의 45%를 차지했다. 한국 정부는 ‘K-바이오 그랜드 챌린지’ 프로그램을 통해 2025년 2조 원 규모의 바이오 R&D 투자를 집행했으며, 이 중 40%가 AI와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 배정되었다.
규제 환경의 변화도 산업 발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FDA는 2025년 ‘AI 기반 의료기기 승인 가이드라인’을 개정하여 머신러닝 알고리즘의 지속적 학습을 허용하는 새로운 승인 경로를 도입했다. 유럽의약품청(EMA)도 유사한 규제 프레임워크를 준비 중이며, 2026년 시행 예정이다. 이러한 규제 혁신은 AI 기반 바이오기술의 상용화를 가속화하는 촉매 역할을 하고 있다.
2025년 말 현재, 바이오산업은 기술적 혁신과 상업적 성공이 동시에 일어나는 특별한 시기를 맞고 있다. AI와 유전자 편집 기술의 융합, 바이오제조업의 디지털 전환, 개인 맞춤 의료의 대중화 등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작용하면서, 전통적인 제약산업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한국 바이오기업들도 글로벌 경쟁에서 독특한 강점을 발휘하며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어, 향후 바이오산업의 글로벌 지형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자 관점에서 볼 때, 2026년 바이오산업은 기술적 성숙도와 상업적 실행력을 동시에 갖춘 기업들이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AI 기반 신약 개발 플랫폼을 보유한 기업들과 차세대 유전자 편집 기술을 상용화하는 기업들이 높은 성장 잠재력을 보일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규제 변화와 기술적 불확실성, 높은 R&D 비용 등의 리스크 요인들도 함께 고려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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