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초, 글로벌 기업들의 블록체인 도입이 실험적 파일럿 프로젝트에서 본격적인 운영 시스템으로 전환되는 중대한 변곡점을 맞고 있다. 가트너(Gartner)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엔터프라이즈 블록체인 시장 규모가 2025년 67억 달러에서 2026년 91억 달러로 35.8%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성장은 단순한 기술 실험을 넘어 실제 비즈니스 가치 창출에 초점을 맞춘 성숙한 도입 패턴을 보여준다. 특히 공급망 관리, 디지털 신원 인증, 스마트 계약 자동화 영역에서 구체적인 ROI를 입증하는 사례들이 급증하면서, 기업 임원진들의 블록체인에 대한 인식이 ‘미래 기술’에서 ‘필수 인프라’로 전환되고 있다.

한국 기업들도 이러한 글로벌 트렌드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서울에 본사를 둔 삼성SDS는 2025년 하반기부터 자사의 ‘네스티(Nexty)’ 블록체인 플랫폼을 통해 국내외 대기업 고객들의 공급망 투명성 프로젝트를 확대하고 있으며, 2026년 1분기 매출에서 블록체인 관련 수익이 전년 동기 대비 127%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기업용 블록체인이 더 이상 기술 시연 수준이 아닌 실질적인 수익 창출 엔진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삼성SDS의 성공은 특히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블록체인 도입을 고려하는 기업들에게 중요한 벤치마크로 작용하고 있다.
공급망 투명성 분야에서 블록체인의 실용적 가치가 가장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다. 뉴욕에 본사를 둔 IBM의 ‘푸드 트러스트(Food Trust)’ 플랫폼은 현재 전 세계 300개 이상의 식품 기업이 활용하고 있으며, 2025년 한 해 동안 1억 2천만 건의 거래를 처리했다. 월마트, 네슬레, 유니레버 등 글로벌 식품 대기업들이 이 플랫폼을 통해 원재료 추적부터 최종 소비자 배송까지 전 과정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IBM의 데이터에 따르면, 블록체인 기반 공급망 관리를 도입한 기업들은 평균적으로 식품 안전 사고 대응 시간을 기존 7일에서 2.2초로 단축했으며, 재고 관리 효율성은 23% 향상되었다.
이러한 성과는 블록체인의 핵심 특성인 불변성과 투명성이 실제 비즈니스 문제 해결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보여준다. 전통적인 공급망에서는 각 단계별로 서로 다른 시스템과 데이터베이스를 사용하기 때문에 전체 과정을 추적하려면 복잡한 조정 과정이 필요했다. 하지만 블록체인 기반 시스템에서는 모든 참여자가 동일한 분산 원장을 공유하면서도 각자의 민감한 정보는 암호화를 통해 보호받을 수 있다. 이는 경쟁사들 간에도 필요한 정보만 선별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여, 업계 전체의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개별 기업의 경쟁 우위를 보호하는 혁신적 솔루션을 제공한다.
## 금융 서비스 혁신과 CBDC 생태계 확장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개발이 2026년 들어 실증 단계에서 상용화 준비 단계로 전환되면서, 기존 금융 인프라의 근본적 변화가 가시화되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의 최신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130개 중앙은행 중 68%가 CBDC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이 중 19개국이 2026년 내 파일럿 프로그램을 완료하고 본격적인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은행도 2025년 말 완료한 2차 파일럿 테스트 결과를 바탕으로 2026년 하반기 제한적 상용화를 목표로 하는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러한 CBDC 확산은 기존 은행들의 비즈니스 모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동시에 블록체인 인프라 기업들에게는 새로운 성장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CBDC 구현 과정에서 프라이빗 블록체인과 퍼블릭 블록체인의 하이브리드 모델이 주류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DCEP)는 2층 구조의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국제 거래에서는 기존 SWIFT 네트워크와의 호환성을 위해 퍼블릭 블록체인 프로토콜을 부분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디지털 유로 프로젝트 역시 유사한 접근 방식을 택하고 있으며, 2026년 1분기 발표된 기술 명세서에서는 이더리움의 ERC-20 토큰 표준과 호환되는 스마트 계약 기능을 포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기존 DeFi(탈중앙화금융) 생태계와의 연결 가능성을 시사하며, 블록체인 기술의 상호운용성이 실제 금융 시스템에서 구현되는 중요한 사례로 평가된다.
이러한 변화는 기존 금융 IT 기업들의 전략적 포지셔닝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레드우드 쇼어스에 본사를 둔 오라클(Oracle)은 2025년 말 출시한 ‘블록체인 클라우드 서비스 3.0’을 통해 CBDC 인프라 구축을 전문으로 하는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이 플랫폼은 초당 100만 건의 거래를 처리할 수 있는 확장성을 제공하면서도, 각국의 금융 규제 요구사항에 맞춘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다. 오라클의 2026년 1분기 실적 발표에서 블록체인 관련 매출이 전체 클라우드 수익의 12%를 차지했으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40% 증가한 수치다. 더불어 시애틀 본사의 마이크로소프트도 ‘Azure Blockchain Workbench’를 통해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경쟁하고 있다.
금융 서비스 분야에서 블록체인의 또 다른 주요 적용 영역은 크로스보더 결제 시스템의 혁신이다. 기존 국제 송금은 SWIFT 네트워크를 통해 평균 3-5일이 소요되며, 수수료도 송금액의 6-8%에 달한다. 하지만 블록체인 기반 결제 시스템은 이러한 한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리플(Ripple)의 ‘RippleNet’은 현재 전 세계 55개국 300개 이상의 금융기관이 활용하고 있으며, 평균 결제 처리 시간을 4초로 단축하고 수수료를 90% 이상 절감했다고 보고했다. 2026년 들어서는 일본의 SBI홀딩스, 스페인의 산탄데르 은행, 미국의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등이 RippleNet을 통한 실시간 국제 송금 서비스를 본격 확대하고 있다.
## 엔터프라이즈 블록체인의 기술적 진화와 시장 전망
2026년 현재 기업용 블록체인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술적 혁신은 ‘인터오퍼러빌리티(상호운용성)’ 솔루션의 성숙화다. 서로 다른 블록체인 네트워크 간의 데이터와 자산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크로스체인 기술이 실용 단계에 진입하면서, 기업들이 특정 블록체인 플랫폼에 종속되지 않고 최적의 솔루션을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코스모스(Cosmos)의 IBC(Inter-Blockchain Communication) 프로토콜과 폴카닷(Polkadot)의 크로스체인 브리지 기술이 대표적이며, 이들 솔루션을 활용한 엔터프라이즈 프로젝트가 2025년 하반기부터 급증하고 있다. IBM의 조사에 따르면, 2026년 새로 시작되는 기업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73%가 멀티체인 아키텍처를 채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기술적 진화는 블록체인의 확장성 문제 해결에도 중요한 기여를 하고 있다. 레이어 2 솔루션과 샤딩 기술의 발전으로 기업용 블록체인의 처리 성능이 대폭 향상되었다. 이더리움의 레이어 2 솔루션인 폴리곤(Polygon)은 초당 7,000건의 거래를 처리할 수 있으며, 거래 수수료도 메인넷 대비 99% 절감되었다. 하이퍼레저 패브릭(Hyperledger Fabric)의 최신 버전은 최적화된 환경에서 초당 20,000건의 거래 처리가 가능하다고 발표했다. 이는 기존 전통적인 데이터베이스 시스템과 비교해도 경쟁력 있는 수준으로, 대규모 기업 환경에서도 블록체인을 실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이 마련되었음을 의미한다.
시장 전망 측면에서는 지역별로 차별화된 성장 패턴이 나타나고 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이 가장 빠른 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며, 특히 중국, 일본, 한국에서의 정부 주도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시장 확대를 견인하고 있다. 중국은 ‘블록체인 서비스 네트워크(BSN)’ 프로젝트를 통해 국가 차원의 블록체인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으며, 2026년 현재 128개 도시에서 BSN 노드가 운영되고 있다. 일본 역시 디지털청 주도로 행정 서비스의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2026년까지 모든 지방자치단체가 블록체인 기반 주민 서비스를 도입할 예정이다.
북미 시장에서는 민간 기업 중심의 블록체인 도입이 가속화되고 있다. 더블린에 본사를 둔 액센츄어(Accenture)의 최신 조사에 따르면, 포춘 500 기업의 84%가 2026년 내에 최소 하나 이상의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이는 2023년 조사 결과인 61%보다 크게 증가한 수치다. 특히 제조업(92%), 금융서비스(89%), 헬스케어(78%) 분야에서 높은 도입 의향을 보이고 있다. 액센츄어는 자체적으로도 블록체인 컨설팅 사업을 확대하고 있으며, 2025년 이 분야 매출이 12억 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시장 성장과 함께 새로운 도전 과제들도 부상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이슈는 에너지 효율성과 지속가능성이다. 전통적인 작업증명(PoW) 합의 메커니즘의 높은 전력 소비가 기업들의 ESG 목표와 상충하면서, 지분증명(PoS)이나 위임지분증명(DPoS) 등 대안적 합의 알고리즘으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더리움의 ‘더 머지(The Merge)’ 업그레이드 이후 에너지 소비가 99.95% 감소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기업용 블록체인 플랫폼들도 이러한 트렌드에 맞춰 친환경 합의 메커니즘을 기본으로 채택하고 있으며, 이는 향후 기업 도입 결정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력 확보와 교육도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딜로이트의 2026년 블록체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68%가 블록체인 전문 인력 부족을 주요 도입 장벽으로 꼽았다. 이에 대응하여 주요 기술 기업들이 블록체인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다. IBM은 2025년 ‘IBM SkillsBuild’ 프로그램을 통해 10만 명의 블록체인 개발자를 양성한다고 발표했으며, 마이크로소프트도 ‘Microsoft Learn’ 플랫폼에서 블록체인 관련 무료 교육 과정을 대폭 확충했다. 한국에서도 삼성SDS가 ‘블록체인 아카데미’를 통해 연간 5,000명의 전문 인력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26년 하반기를 전망해보면, 블록체인 기술의 기업 도입이 ‘선택적 혁신’에서 ‘필수적 인프라’로 전환되는 중요한 시점을 맞고 있다. 가트너는 2030년까지 블록체인이 3조 1,000억 달러의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고 예측했으며, 이 중 70% 이상이 기업 간 거래(B2B) 영역에서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공급망 투명성, 디지털 신원 관리, 스마트 계약 자동화 등 이미 검증된 사용 사례들을 중심으로 시장이 확대되면서, 동시에 메타버스, IoT, AI와의 융합을 통한 새로운 혁신 영역도 개척되고 있다. 이러한 기술 융합은 단순한 기술적 결합을 넘어 비즈니스 모델 자체의 혁신을 가능하게 하며, 기업들이 디지털 전환을 넘어 ‘블록체인 네이티브’ 조직으로 진화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2026년 현재의 기업용 블록체인 시장은 기술적 성숙도와 실용적 가치 입증이라는 두 축을 기반으로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진입했다. 초기의 투기적 관심과 과도한 기대를 넘어, 이제는 구체적인 비즈니스 문제 해결과 운영 효율성 개선에 초점을 맞춘 성숙한 도입 패턴을 보이고 있다. 향후 몇 년간 이 시장의 성장은 기술 자체의 발전보다는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 전략과 규제 환경의 변화, 그리고 전문 인력 생태계의 확충에 더 크게 좌우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한국 기업들에게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블록체인 허브로 자리잡을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의 창이 열려 있으며, 이를 활용한 전략적 투자와 역량 구축이 향후 글로벌 경쟁력 확보의 핵심 요소가 될 것이다.
*본 분석은 공개된 시장 데이터와 업계 보고서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투자 결정 시에는 추가적인 실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언급된 모든 기업과 수치는 분석 시점 기준이며 시장 상황에 따라 변동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