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현재, 글로벌 기업용 블록체인 솔루션 시장이 전례없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IDC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용 블록체인 지출이 2024년 189억 달러에서 2025년 316억 달러로 67.3%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급성장의 배경에는 단순히 기술적 호기심을 넘어선 실질적인 비즈니스 가치 창출에 대한 기업들의 확신이 자리잡고 있다. 특히 공급망 관리, 금융 서비스, 의료 데이터 관리 분야에서 블록체인 기술이 기존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하는 핵심 솔루션으로 인식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정부 주도의 디지털 뉴딜 정책과 맞물려 블록체인 도입이 가속화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5년 블록체인 분야에 전년 대비 43% 증가한 2,847억 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으며, 이 중 70%가 기업용 솔루션 개발과 상용화에 집중될 예정이다. 삼성SDS, LG CNS, 네이버클라우드플랫폼 등 국내 주요 IT 기업들이 자체 블록체인 플랫폼을 통해 기업 고객 확보에 나서면서, 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이러한 시장 성장의 핵심 동력은 기업들이 직면한 구체적인 비즈니스 과제들이다. 글로벌 공급망의 복잡성 증가, 데이터 보안에 대한 우려 심화, 그리고 ESG 경영에 대한 압력 등이 블록체인 기술 도입을 촉진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맥킨지의 2025년 3분기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73%가 “운영 효율성 개선”을, 68%가 “데이터 투명성 확보”를 블록체인 도입의 주요 목적으로 꼽았다고 발표했다.
공급망 관리 영역에서 블록체인의 활용도가 특히 두드러지고 있다. 월마트(미국 아칸소주 본사)는 2024년부터 전 세계 공급업체와의 거래에서 IBM의 하이퍼레저 패브릭 기반 블록체인 플랫폼을 의무화했으며, 이를 통해 식품 안전 사고 대응 시간을 기존 7일에서 2.2초로 단축했다고 보고했다. 이 시스템을 통해 월마트는 연간 약 12억 달러의 비용 절감 효과를 달성했으며, 공급업체와의 분쟁 해결 시간도 평균 85% 단축되었다고 발표했다. 국내에서도 현대자동차그룹이 2025년 상반기부터 1차 협력업체 약 400개사와의 부품 거래에 자체 개발한 ‘넥소 체인’ 플랫폼을 적용하기 시작했으며, 부품 추적성 향상을 통해 리콜 비용을 연간 약 340억 원 절감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금융 서비스 혁신과 디지털 자산 인프라 구축
금융 서비스 분야에서 블록체인 기술은 단순한 암호화폐 거래를 넘어 전통적인 금융 인프라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JP모건(미국 뉴욕주 본사)의 JPM 코인은 2025년 현재 일일 거래량이 100억 달러를 돌파하며, 기업 간 국제 송금에서 기존 SWIFT 시스템 대비 평균 40% 빠른 처리 속도와 15% 낮은 수수료를 실현하고 있다. 이는 블록체인 기반 결제 시스템이 더 이상 실험적 기술이 아닌 실질적인 경쟁 우위를 제공하는 핵심 인프라임을 보여준다.
국내 금융권에서도 블록체인 도입이 본격화되고 있다. 신한은행은 2025년 10월부터 기업 고객 대상 무역금융 서비스에 자체 개발한 블록체인 플랫폼 ‘신한 트레이드 체인’을 상용화했다. 이 시스템을 통해 신용장 발급부터 대금 결제까지의 전체 프로세스가 기존 5-7일에서 1-2일로 단축되었으며, 서류 처리 비용도 건당 평균 230만 원에서 45만 원으로 80%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KB국민은행 역시 2025년 하반기부터 중소기업 공급망 금융에 블록체인을 적용해 담보 평가와 신용 심사 과정을 자동화하고 있으며, 대출 승인 시간을 기존 3-5일에서 4-6시간으로 대폭 단축했다.
디지털 자산 관리 영역에서도 기업들의 블록체인 활용이 확산되고 있다. 블랙록(미국 뉴욕주 본사)은 2024년 비트코인 ETF 출시에 이어, 2025년 11월 현재 이더리움, 솔라나 등 다양한 암호화폐 기반 ETF 상품을 운용하며 총 자산 규모가 487억 달러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국내에서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2025년 9월 국내 최초로 블록체인 기반 부동산 토큰화 상품을 출시해 3개월 만에 1,200억 원의 자금을 유치했으며, 기존 부동산 투자 대비 유동성을 크게 개선했다고 보고했다.
기업용 블록체인 플랫폼 경쟁 심화와 시장 세분화
기업용 블록체인 플랫폼 시장에서는 기술적 성능과 사용 편의성을 둘러싼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하이퍼레저 패브릭(리눅스 재단 주도)이 여전히 기업용 시장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지만, 마이크로소프트(미국 워싱턴주 본사)의 Azure 블록체인 서비스와 아마존(미국 워싱턴주 본사)의 Amazon Managed Blockchain이 클라우드 네이티브 접근 방식으로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가트너의 2025년 3분기 조사에 따르면, 기업용 블록체인 플랫폼 시장에서 하이퍼레저가 31.2%, 마이크로소프트가 24.7%, 아마존이 18.9%의 점유율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성능 측면에서 각 플랫폼들은 서로 다른 강점을 보이고 있다. 하이퍼레저 패브릭은 초당 최대 20,000건의 트랜잭션 처리가 가능하며 프라이빗 네트워크에서의 보안성이 뛰어나지만, 설정과 관리의 복잡성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 Azure 블록체인은 초당 3,400건의 처리 성능을 보이지만 기존 엔터프라이즈 시스템과의 통합이 용이하고 개발자 친화적인 인터페이스를 제공한다. 아마존의 솔루션은 처리 성능이 초당 1,200건으로 상대적으로 낮지만, AWS 생태계와의 완벽한 통합과 관리형 서비스의 편의성으로 중소기업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국내 기업들도 독자적인 블록체인 플랫폼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삼성SDS의 ‘Nexledger’는 2025년 현재 국내 기업 고객 270여 개사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특히 제조업과 물류업계에서 높은 만족도를 보이고 있다. 초당 10,000건의 트랜잭션 처리가 가능한 Nexledger는 삼성전자의 글로벌 공급망 관리에 적용되어 부품 추적성을 99.7%까지 향상시켰다고 발표했다. LG CNS의 ‘Monachain’은 금융권에 특화된 기능을 제공하며,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 주요 은행들의 디지털 금융 서비스 구축에 활용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의 상호 운용성(interoperability) 개선도 중요한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폴카닷(스위스 추크주 본사)과 코스모스(미국 캘리포니아주 본사) 등이 주도하는 크로스체인 기술을 통해 서로 다른 블록체인 네트워크 간 데이터와 자산 이동이 가능해지면서, 기업들이 단일 플랫폼에 종속되지 않고 다양한 블록체인 생태계를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이더리움 재단(스위스 추크주 본사)이 2025년 9월 출시한 ‘이더리움 2.0 브리지 프로토콜’은 하루 평균 23억 달러 규모의 크로스체인 거래를 처리하며, 기업들의 멀티체인 전략 구현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용 블록체인 도입에는 여전히 상당한 도전 과제들이 존재한다. 딜로이트의 2025년 블록체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58%가 “기존 시스템과의 통합 복잡성”을, 52%가 “규제 불확실성”을 주요 우려 사항으로 꼽았다. 특히 개인정보보호법(GDPR)과 같은 데이터 규제와 블록체인의 불변성(immutability) 특성 간의 충돌이 유럽 시장에서 도입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블록체인 전문 인력 부족도 심각한 문제로, 국내 IT 기업들은 평균적으로 블록체인 개발자 1명을 채용하는데 4.3개월이 소요되고 있으며, 연봉도 일반 개발자 대비 평균 35% 높은 수준이다.
에너지 효율성과 지속가능성 문제도 기업들의 블록체인 도입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작업증명(Proof of Work) 방식의 비트코인과 달리, 기업용 블록체인 플랫폼들은 대부분 지분증명(Proof of Stake)이나 권한증명(Proof of Authority) 방식을 채택해 에너지 소비를 크게 줄였다. 이더리움도 2022년 지분증명 방식으로 전환한 후 에너지 소비가 99.9% 감소했으며, 이는 기업들의 ESG 목표 달성에 기여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한국전력공사가 2025년 하반기부터 재생에너지 인증서(REC) 거래에 블록체인을 도입해 거래 투명성을 높이고 탄소 배출권 관리 효율성을 개선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앞으로 기업용 블록체인 시장은 더욱 세분화되고 전문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PwC의 2025년 블록체인 전망 보고서는 2028년까지 글로벌 기업용 블록체인 시장이 연평균 43.7% 성장해 1,247억 달러 규모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공급망 관리(31.2%), 금융 서비스(26.8%), 의료 데이터 관리(18.4%) 분야에서 높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시장도 정부의 디지털 뉴딜 정책과 K-디지털 플랫폼 구축 사업에 힘입어 2028년까지 연평균 52.1% 성장해 8조 3,000억 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성장 동력은 단순히 기술적 우수성이 아닌, 실질적인 비즈니스 가치 창출과 운영 효율성 개선에서 나오고 있어 블록체인 기술의 기업 환경 정착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2025년 현재 블록체인 기술은 기업 환경에서 실험적 단계를 넘어 핵심 비즈니스 인프라로 자리잡고 있다. 공급망 투명성, 금융 서비스 효율성, 데이터 보안 등 구체적인 비즈니스 과제 해결을 통해 측정 가능한 ROI를 제공하면서,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 전략에서 필수적인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다만 기술적 복잡성, 규제 불확실성, 인력 부족 등의 도전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지속적인 생태계 발전과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향후 몇 년간 블록체인 기술의 기업 도입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며, 이를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가치 창출 기회가 지속적으로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