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기업들의 ‘암호화폐 금고’ 전략이 무너지고 있다 – 스트래티지부터 메타플래닛까지
2025년 12월 2일 현재, 암호화폐 시장에서 흥미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동안 ‘크립토 트레저리'(crypto treasury) 전략으로 주목받았던 기업들이 하나둘 위기에 빠지면서, 이 비즈니스 모델 자체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거든요. 한국경제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비트코인이 8만6천달러 선까지 급락하면서 이런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사실 ‘암호화폐 금고’ 전략이라는 게 단순해 보이지만 꽤 정교한 비즈니스 모델이었어요. 기업이 현금이나 주식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해서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를 대량 매입하고, 그 가치 상승을 통해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는 방식이죠. 비트코인이 오르면 회사 주가도 따라 오르고, 그러면 또 주식을 비싸게 팔아서 더 많은 비트코인을 살 수 있는… 이런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거였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 모델이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어요.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스트래티지(MicroStrategy)입니다. ‘비트코인 전도사’로 불리는 마이클 세일러 회장이 이끄는 이 회사는 현재 약 65만 개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전 세계 기업이 보유한 비트코인의 무려 70%에 달하는 규모라고 하네요. 정말 엄청난 집중도죠.
하지만 스트래티지 주가는 7월 고점 대비 약 60%나 폭락했습니다. 더 심각한 건 JP모간이 최근 보고서에서 “스트래티지가 MSCI 미국, 나스닥100 등 핵심 벤치마크 지수에서 제외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는 점이에요. 주요 지수에서 빠지면 ETF 자금 이탈로 인한 유동성 감소와 자금 조달 비용 상승으로 이어져서 투자 매력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거든요.
세일러의 ‘녹색 점’ 발언이 던진 충격
더 흥미로운 건 세일러 회장의 최근 행보입니다. 12월 1일 X(옛 트위터)에 “우리가 ‘녹색 점’을 추가하기 시작하면 어떨까”라는 의미심장한 글을 올렸거든요. 비트코인 커뮤니티에서는 이를 두고 큰 변화의 신호로 해석하고 있어요. 그동안 세일러는 거의 매주 ‘오렌지색 점’이 찍힌 차트를 올리며 비트코인 추가 매입 소식을 알려왔는데, 이제 ‘녹색 점’으로 바뀐다는 건 비트코인 매입 대신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주 가치를 끌어올리겠다는 뜻일 수 있다는 거죠.
이런 변화는 단순한 전략 수정이 아니라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스트래티지의 전략은 “비트코인 가격 상승 → 회사 주가 상승 → 주식 고가 발행 → 더 많은 비트코인 매입”이라는 선순환에 기반했거든요. 그런데 비트코인이 흔들리면서 이 공식이 깨지기 시작한 거예요. 실제로 지난 7월까지만 해도 회사의 시가총액이 보유한 비트코인 가치보다 훨씬 높았는데, 지금은 그 프리미엄이 크게 줄어든 상황입니다.
암호화폐 업체 팔콘X의 트레이딩 책임자 션 맥널티는 “비트코인 ETF로의 자금 유입이 미미하고, 저가 매수도 사라졌다”며 “12월에도 암호화폐 하락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고 해요. 실제로 비트코인은 12월 2일 현재 8만6천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는데, 이는 24시간 전보다 5% 이상 급락한 수준이라고 합니다.
후발주자들의 더 심각한 위기
스트래티지보다 더 심각한 상황에 놓인 건 ‘제2의 스트래티지’를 꿈꾸며 뒤늦게 암호화폐 사재기에 나선 기업들입니다. 180라이프사이언스(현 이더질라)의 사례가 대표적이에요. 원래 바이오테크 기업이었던 이 회사는 8월 사명을 이더질라로 바꾸고 이더리움 매집을 시작했는데, 주가가 8월 고점 대비 6분의 1 수준으로 폭락했다고 하네요. 회사 시가총액이 2억600만달러까지 쪼그라들면서, 보유한 3억달러 상당의 이더리움 가치보다도 낮아진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더질라가 선택한 해법이 흥미로워요. 보유한 이더리움을 담보로 8천만달러를 대출받아서 총 2억5천만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에 나선다는 거거든요. 이는 기존의 ‘암호화폐 매입’ 전략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움직임이죠. 암호화폐를 팔지는 않지만, 그걸 담보로 잡아서 자사주를 사들이겠다는 건 결국 암호화폐 중심 전략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로 볼 수 있어요.
골프카트 제조업체에서 엠퍼리디지털로 사명을 바꾼 볼콘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7월 사명 변경 이후 주가가 폭등했지만 최근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고, 자사주 매입을 위해 8천500만달러의 차입을 진행했다고 해요. 일본 최대 비트코인 보유 기업인 메타플래닛은 더 극적인데, 주가가 6월 고점 대비 80%나 폭락했음에도 비트코인을 담보로 1억3천만달러의 대출을 확보해 자사주 매입에 나서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더 직접적인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어요. 프랑스 반도체 기업 시퀀스는 지난달 1억달러어치 비트코인을 아예 처분해서 부채를 상환했다고 합니다. 이는 ‘암호화폐 금고’ 전략의 완전한 포기를 의미하는 거죠. 암호화폐를 사들이기 위해 빚을 내서라도 투자했던 기업들이 이제는 그 암호화폐를 팔아서 빚을 갚는 상황까지 온 거예요.
월가 전문가들은 이런 움직임을 ‘암호화폐 금고 모델’의 수명이 다했다는 증거로 보고 있습니다. 엘리엇 천 아키텍트파트너스 애널리스트는 “이 같은 기업들의 사업 모델은 보유 암호화폐 가치 상승 속도보다 기업의 시장 가치가 더 빨리 오를 것이란 전제 위에 세워졌다”며 “암호화폐를 사는 데 써야 할 자금을 자사주 매입에 사용하는 것은 크립토 트레저리 개념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해요.
정말 핵심을 짚은 분석이라고 생각해요. 결국 이 모델이 작동하려면 ‘기업 가치 > 보유 암호화폐 가치’라는 프리미엄이 지속적으로 유지되어야 하는데, 암호화폐 가격이 불안정해지면서 이 공식이 깨진 거거든요. 그러면 기업들로서는 더 이상 암호화폐를 사들일 이유가 없어지고, 오히려 자사주 매입이나 부채 상환 같은 전통적인 재무 전략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는 거죠.
애덤 모건 매카시 카이고 애널리스트의 전망도 우려스럽습니다. “기업들이 앞다퉈 코인 매도에 나서면서 상황은 더 나빠질 것”이라며 “기업들의 코인 매도가 코인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거든요. 실제로 이런 기업들이 보유한 암호화폐 규모가 상당하기 때문에, 이들의 매도 압력이 시장에 미칠 영향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이번 사태가 암호화폐 시장의 성숙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봅니다. 그동안 ‘비트코인만 사면 기업 가치가 올라간다’는 식의 단순한 공식이 너무 오래 통했던 게 오히려 이상했던 거 아닐까요? 결국 기업의 본질적인 가치는 그 회사가 만드는 제품이나 서비스, 그리고 수익성에서 나오는 건데, 단순히 암호화폐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프리미엄을 받는다는 건 지속가능하지 않은 구조였던 것 같아요.
특히 한국 투자자들 입장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국내에서도 암호화폐 관련 주식들이 큰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었는데, 결국 이런 ‘테마주’ 성격의 투자는 기본적으로 변동성이 클 수밖에 없다는 걸 다시 한번 보여주는 사례인 것 같아요. 물론 암호화폐 자체의 장기적인 가능성을 부정하는 건 아니지만, 기업 투자 관점에서는 좀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앞으로 이런 기업들이 어떤 방향으로 갈지도 주목해볼 만합니다. 아마도 크게 세 가지 길이 있을 것 같아요. 첫 번째는 스트래티지처럼 암호화폐 매입을 중단하고 자사주 매입으로 전환하는 것, 두 번째는 시퀀스처럼 아예 보유 암호화폐를 매도해서 본업으로 돌아가는 것, 세 번째는 그래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암호화폐 보유 전략을 유지하는 것이죠. 어떤 선택이 옳은지는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겠지만, 적어도 지금까지의 ‘무조건 사들이기’ 전략은 재검토가 필요해 보입니다.
이 글은 금융 기사를 읽고, 개인적인 의견과 분석을 더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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