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자산 토큰화 시장의 급속한 성장
2025년 12월 현재, 실물자산 토큰화(Real World Asset Tokenization) 시장이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영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디지털 자산 조사기관 체인아날리시스(Chainalysis)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토큰화된 실물자산의 총 시가총액이 1,500억 달러를 돌파하며 전년 대비 340% 성장을 기록했다. 이는 암호화폐 시장 전체 시가총액의 약 6.2%에 해당하는 규모로, 2022년 0.8%에 불과했던 비중이 급격히 확대된 것이다.
골드만삭스(Goldman Sachs, 뉴욕 본사)는 12월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토큰화된 자산 시장이 2030년까지 5조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이는 현재 글로벌 부동산 시장 규모인 280조 달러의 약 1.8%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특히 부동산 토큰화 부문이 전체 시장의 68%를 차지하며 성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미술품·수집품(12%), 원자재(11%), 인프라 자산(9%) 순으로 뒤를 따르고 있다.
JP모건(JPMorgan Chase, 뉴욕 본사)의 온익스(Onyx) 플랫폼을 통한 기관투자자 대상 토큰화 거래량이 월평균 450억 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280% 증가했다. 블랙록(BlackRock, 뉴욕 본사)도 자사의 토큰화된 머니마켓 펀드 ‘BUIDL’의 자산운용규모(AUM)가 5억 5천만 달러를 넘어서며 업계 최대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수치들은 전통 금융기관들이 블록체인 기반 자산 토큰화를 단순한 실험이 아닌 핵심 사업 영역으로 인식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한국 시장에서도 토큰화 열풍이 거세다. 삼성SDS(서울 본사)는 자체 개발한 ‘넥스레저(Nexledger)’ 플랫폼을 통해 국내 최대 규모의 부동산 토큰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고 발표했다. 강남 지역 상업용 부동산 3개 동을 토큰화하여 총 1,200억 원 규모의 디지털 증권을 발행할 예정이며, 개인투자자들도 최소 100만 원부터 투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LG CNS(서울 본사) 역시 ‘LG CNS 토큰화 플랫폼’을 출시하며 중소기업 자산의 토큰화 서비스를 본격화하고 있다.
실물자산 토큰화가 주목받는 이유는 전통적으로 높은 진입장벽과 낮은 유동성으로 인해 일반 투자자들의 접근이 제한되었던 자산들을 소액으로 분할하여 투자할 수 있게 만든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100억 원짜리 상업용 부동산을 1억 개의 토큰으로 분할하면 개인투자자도 100원 단위로 해당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블록체인의 24시간 거래 가능성과 글로벌 접근성을 통해 기존 부동산 시장 대비 훨씬 높은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
기술적 혁신과 규제 환경의 변화
토큰화 기술의 발전도 시장 성장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더리움 네트워크의 ERC-3643 표준이 증권형 토큰(Security Token)의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잡으면서, 규제 요구사항을 만족하는 토큰 발행이 용이해졌다. 이 표준은 투자자 신원확인(KYC), 자금세탁방지(AML), 거주지 제한 등의 규제 요구사항을 스마트 컨트랙트 레벨에서 자동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결과적으로 토큰 발행 및 관리 비용이 기존 대비 70% 절감되었으며, 컴플라이언스 처리 시간도 수주에서 수일로 단축되었다.
폴리곤(Polygon) 네트워크에서는 부동산 토큰화 전용 레이어2 솔루션인 ‘리얼에스테이트 체인’이 출시되어 거래 수수료를 건당 0.001달러 수준까지 낮추었다. 이는 기존 이더리움 메인넷 대비 99.9% 절감된 수준으로, 소액 투자자들도 부담 없이 토큰화된 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아발란체(Avalanche) 네트워크에서도 서브넷 기술을 활용한 자산별 전용 블록체인을 구축하여 거래 처리 속도를 초당 4,500건까지 높였다고 발표했다.
규제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2025년 9월 토큰화된 실물자산에 대한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일정 조건을 만족하는 경우 간소화된 등록 절차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토큰 발행 승인 기간이 기존 6-12개월에서 2-3개월로 단축되었으며, 발행 비용도 평균 30% 절감되었다. 유럽연합(EU)도 암호자산시장규제법(MiCA) 하에서 토큰화된 실물자산을 별도 카테고리로 분류하며 혁신적인 규제 샌드박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의 금융위원회는 12월 ‘디지털자산 기본법’ 시행령을 통해 토큰화된 실물자산을 ‘디지털증권’으로 분류하고, 기존 자본시장법의 적용을 받도록 명확히 했다. 이를 통해 법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국내 금융기관들의 토큰화 사업 진출이 본격화되고 있다. 한국거래소(KRX)는 2026년 상반기 중 토큰화된 자산의 거래를 위한 별도 시장을 개설할 계획이라고 발표했으며, 이를 위해 블록체인 기반 거래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실제 사례를 살펴보면, 싱가포르 기반의 부동산 토큰화 플랫폼 ‘프로퍼티GPT’가 올해 런던 금융가 중심부의 오피스 빌딩을 8,500만 달러 규모로 토큰화하여 전 세계 2만 3천명의 투자자들로부터 완전 매진을 기록했다. 투자자들은 최소 1,000달러부터 투자할 수 있었으며, 토큰 발행 후 6개월간 평균 12.7%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런던 상업용 부동산 시장 평균 수익률 4.2%를 크게 웃도는 성과다.
스위스의 미술품 토큰화 플랫폼 ‘마스터피스’는 피카소의 작품 ‘게르니카 연작 No.7’을 2,400만 달러에 토큰화하여 240만 개의 토큰으로 분할 판매했다. 각 토큰의 가격은 10달러였으며, 전 세계 87개국에서 총 18만 명의 투자자가 참여했다. 작품의 소유권은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투명하게 관리되며, 토큰 보유자들은 연간 전시 수익의 일정 비율을 배당으로 받을 수 있다. 이 프로젝트는 기존에 소수의 부유층만 접근 가능했던 고가 미술품 투자를 일반인에게도 개방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원자재 토큰화 분야에서는 런던 금속거래소(LME)가 금, 은, 구리 등 주요 금속의 토큰화 서비스를 시작했다. 물리적 금속은 런던과 취리히의 인증된 보관소에 저장되며, 토큰 보유자는 언제든지 실물 인출이 가능하다. 현재까지 총 12억 달러 규모의 금속이 토큰화되었으며, 일일 거래량은 평균 3,500만 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전통적인 금속 ETF 대비 70% 낮은 관리 수수료와 24시간 거래 가능성이라는 장점을 제공한다.
토큰화 기술의 발전과 함께 새로운 금융 상품들도 등장하고 있다. ‘신세틱 토큰’은 실물자산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도 해당 자산의 가격 변동에 연동되는 파생상품으로, 더욱 다양한 투자 전략을 가능하게 한다. 또한 ‘프랙셔널 NFT’를 통해 고가의 디지털 자산도 분할 소유가 가능해졌으며, 이는 메타버스 내 가상 부동산이나 디지털 아트 시장의 유동성 증대에 기여하고 있다.
하지만 토큰화 시장의 급성장과 함께 여러 과제들도 부각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토큰과 실물자산 간의 연결고리 유지다. 블록체인 상의 토큰은 불변성을 갖지만, 실물자산은 물리적 손상이나 분실 위험이 존재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보험사들과의 협력이 확대되고 있으며, 실물자산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IoT 기술의 도입도 늘고 있다. 또한 토큰화된 자산의 가치 평가 방법론이 아직 표준화되지 않아, 투자자들이 공정한 가격에 거래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시장 유동성 부족도 여전한 과제다. 토큰화를 통해 이론적으로는 24시간 거래가 가능하지만, 실제로는 매수-매도 주문량이 부족하여 큰 규모의 거래 시 가격 변동이 클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자동화된 마켓메이킹 시스템과 기관투자자들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이 도입되고 있지만, 아직 충분한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한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통 자산의 디지털화라는 거대한 트렌드 속에서 토큰화 시장은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인공지능을 활용한 자동 가치 평가 시스템과 크로스체인 상호 운용성의 개선이 이러한 성장을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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