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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스테이블코인의 격돌: 2025년 디지털 결제 생태계 재편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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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말 현재, 전 세계 디지털 결제 생태계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민간 스테이블코인 간의 치열한 경쟁 구도로 재편되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134개국 중 68%인 91개국이 CBDC 연구개발에 착수했으며, 이 중 19개국이 파일럿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특히 한국은행은 2025년 상반기 CBDC 모의실험에서 초당 10만 건의 거래 처리 성능을 달성하며 기술적 완성도를 입증했다. 이는 기존 신용카드 결제 시스템의 평균 처리량인 초당 6만5000건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으로, 대규모 상용화 가능성을 시사한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스테이블코인의 격돌: 2025년 디지털 결제 생태계 재편 분석
Photo by Morthy Jameson on Unsplash

반면 민간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규제 압박 속에서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테더(USDT)의 시가총액은 2025년 11월 기준 1,320억 달러를 기록해 전년 대비 24% 증가했으며, USD 코인(USDC)은 380억 달러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유럽연합의 암호자산 시장 규제(MiCA)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강화된 감독 정책으로 인해 성장 모멘텀은 다소 둔화된 상황이다. 특히 바이낸스 USD(BUSD)가 뉴욕 금융당국의 규제로 발행 중단되면서,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집중도가 더욱 높아졌다.

기술적 관점에서 CBDC와 스테이블코인은 상이한 접근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CBDC는 중앙은행의 직접적인 발행과 관리 하에 법정화폐와 1:1 교환이 보장되는 반면, 스테이블코인은 민간 기업이 담보 자산을 통해 가치 안정성을 유지하는 구조다. 한국은행의 CBDC 실증실험에서는 오프라인 거래 기능과 프로그래머블 머니(programmable money) 특성을 구현해 기존 현금의 한계를 극복하는 동시에 정책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반면 스테이블코인은 24시간 글로벌 거래와 디파이(DeFi) 생태계와의 호환성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다.

## CBDC 도입 가속화와 국가별 전략 차별화

주요국들의 CBDC 개발 현황을 살펴보면 각국의 경제적 목표와 금융 인프라 수준에 따른 차별화된 전략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DC/EP)는 2025년 현재 26개 성·시에서 시범 운영되고 있으며, 누적 거래액이 8,000억 위안(약 1,100억 달러)을 돌파했다. 특히 2024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국제적 인지도를 높인 디지털 위안화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참여국들과의 국경 간 결제에서도 활용도가 증가하고 있다. 인민은행 데이터에 따르면 디지털 위안화의 일평균 거래 건수는 300만 건을 넘어서며, 소액 결제 시장에서 알리페이와 위챗페이에 대한 견제 효과를 보이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디지털 유로 프로젝트는 2025년 10월 조사 단계를 완료하고 준비 단계에 진입했다. ECB는 개인정보 보호와 오프라인 결제 기능을 핵심 요구사항으로 설정하고, 상업은행들과의 협력 모델을 통해 기존 금융 시스템과의 조화를 추구하고 있다. 디지털 유로의 개인 보유 한도는 3,000유로로 제한되어 은행 예금 대체 효과를 최소화하면서도 일상적인 결제 수요를 충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유럽의회 경제통화위원회는 2026년 상반기 내 디지털 유로 법안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어, 실제 도입 시기는 2027년경으로 전망된다.

일본은행은 2025년 4월부터 민간 부문과의 협력을 통한 CBDC 파일럿 프로그램을 확대했다. 미쓰비시UFJ은행, 미즈호은행, 스미토모미쓰이은행 등 메가뱅크들이 참여하는 이번 실험에서는 오프라인 결제와 스마트 컨트랙트 기능이 중점적으로 테스트되고 있다. 일본의 CBDC는 현금 사용률이 여전히 높은 일본 사회의 특성을 반영해 현금과의 공존을 전제로 설계되고 있다. 일본은행의 설문조사 결과, 일본 소비자의 67%가 CBDC 도입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으나,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우려도 43%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의 CBDC 연구는 2025년 하반기 들어 실용성 검증 단계로 진화했다.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토스 등 핀테크 기업들과의 협력을 통해 기존 간편결제 서비스와의 연동성을 테스트하고 있으며, 삼성페이와 LG페이 등 제조사 결제 서비스와의 호환성도 검증하고 있다. 한국의 CBDC는 QR코드, NFC, 생체인증 등 다양한 결제 방식을 지원하며, 특히 고령층과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접근성 개선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중간 보고서에 따르면, CBDC 도입 시 연간 사회적 비용 절감 효과는 1조2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진화와 규제 대응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CBDC의 부상에도 불구하고 독자적인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있다. 테더 리미티드(Tether Limited)가 발행하는 USDT는 2025년 11월 기준 일평균 거래량이 650억 달러를 기록해 비트코인의 380억 달러를 크게 앞서고 있다. 이는 USDT가 단순한 가치 저장 수단을 넘어 글로벌 디지털 결제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잡았음을 시사한다. 특히 라틴아메리카와 아프리카 지역에서 USDT를 활용한 국경 간 송금이 급증하고 있으며, 아르헨티나와 터키 등 고인플레이션 국가에서는 자국 통화 대신 USDT를 저축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써클(Circle)의 USD 코인은 규제 준수와 투명성을 바탕으로 기관 투자자들의 선호를 받고 있다. 2025년 상반기 써클은 뉴욕주 금융당국으로부터 완전준비은행(full reserve banking) 라이선스를 취득해 규제적 지위를 한층 강화했다. 이에 따라 USDC의 담보 자산은 미국 재무부 단기채권과 현금으로만 구성되며, 월간 회계감사 결과를 공개해 투명성을 보장하고 있다. 골드만삭스와 블랙록 등 월스트리트 주요 기관들이 USDC를 활용한 디지털 자산 상품을 출시하면서, 기관 투자자 부문에서의 채택률이 전년 대비 156% 증가했다.

PayPal USD(PYUSD)는 2023년 출시 이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며 2025년 11월 기준 시가총액 8억 달러를 달성했다. 캘리포니아 샌호세에 본사를 둔 PayPal Holdings Inc.(NASDAQ: PYPL)는 자사 플랫폼의 4억2900만 활성 사용자를 바탕으로 PYUSD의 실용성을 높이고 있다. 특히 베넘(Venmo) 앱을 통한 P2P 송금과 온라인 쇼핑 결제에서 PYUSD 사용량이 급증하고 있으며, 2025년 3분기 PYUSD 거래량은 전분기 대비 89% 증가한 45억 달러를 기록했다. PayPal은 2026년 상반기 중 유럽 시장에서도 PYUSD 서비스를 개시할 계획을 발표했다.

규제 환경의 변화는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구조 조정을 가속화하고 있다. 유럽연합의 MiCA 규정은 2024년 12월부터 완전 시행되어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에게 최소 자본금 요구사항과 담보 자산 분리보관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일부 소규모 스테이블코인들이 시장에서 퇴출되는 반면, 규제 요건을 충족한 주요 스테이블코인들의 시장 지배력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5년 10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규제가 명확해질수록 스테이블코인의 제도권 편입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경쟁 구도와 상호 보완성 분석

CBDC와 스테이블코인 간의 경쟁은 단순한 대체 관계를 넘어 복합적인 상호작용을 보이고 있다. 중앙은행들이 CBDC 도입을 통해 화폐 주권을 강화하려는 움직임과 민간 기업들이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를 통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려는 노력이 충돌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협력 모델도 등장하고 있다. 싱가포르 통화청(MAS)은 2025년 8월 프로젝트 가든(Project Garden)을 통해 디지털 싱가포르 달러와 민간 스테이블코인 간의 상호 운용성을 실험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는 DBS은행, OCBC은행과 함께 바이낸스, 코인베이스 등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참여하고 있다.

기술적 상호 운용성 측면에서 CBDC와 스테이블코인은 서로 다른 장단점을 보이고 있다. CBDC는 중앙은행의 신뢰성과 법적 지위를 바탕으로 안정성과 보편성을 제공하지만, 개발 속도와 혁신성에서는 민간 스테이블코인에 뒤처지는 경향이 있다. 반면 스테이블코인은 빠른 혁신과 다양한 디파이 서비스와의 연동성을 제공하지만, 규제 불확실성과 담보 자산 리스크라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맥킨지의 2025년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디지털 결제 시장에서 CBDC와 스테이블코인이 공존하는 시나리오가 가장 현실적이며, 각각 다른 사용 사례에 특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상업적 관점에서 주요 금융 기관들의 대응 전략도 다양화되고 있다. 뉴욕에 본사를 둔 JPMorgan Chase & Co.는 자체 디지털 화폐인 JPM 코인을 기관 고객 대상 서비스로 확대하면서, 동시에 주요 스테이블코인과의 연동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2025년 3분기 JPM 코인의 일평균 거래량은 200억 달러를 넘어서며, 특히 국경 간 기업 결제 부문에서 기존 SWIFT 시스템 대비 70% 빠른 처리 속도를 보이고 있다. 마스터카드(NYSE: MA)와 비자(NYSE: V)는 CBDC와 스테이블코인 모두를 지원하는 결제 인프라를 구축해 중립적 입장을 취하고 있으며, 이는 디지털 화폐 생태계에서의 지속적인 역할을 보장하는 전략으로 평가된다.

시장 세분화 관점에서 CBDC는 소매 결제와 정부 서비스 부문에서 강점을 보이는 반면, 스테이블코인은 국경 간 송금과 디지털 자산 거래에서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의 분석에 따르면, 2025년 글로벌 국경 간 송금 시장(7,800억 달러 규모)에서 스테이블코인의 점유율은 12%에 달하며, 이는 2023년 5%에서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특히 동남아시아와 중동 지역에서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송금 서비스의 성장이 두드러지고 있으며, 기존 은행 송금 대비 평균 수수료가 85% 저렴하고 처리 시간은 90% 단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자와 개발자 생태계의 관점에서도 흥미로운 변화가 관찰된다. 벤처캐피털 투자 데이터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CBDC 관련 기술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340% 증가한 23억 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스테이블코인 관련 투자는 156억 달러로 여전히 절대적 규모에서 앞서고 있지만, 성장률은 67%로 상대적으로 둔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CBDC 분야의 성장 잠재력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반영하는 동시에,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성숙도를 시사하는 지표로 해석된다.

## 미래 전망과 투자 시사점

2026년을 향한 디지털 화폐 생태계의 전망은 공존과 특화라는 키워드로 요약된다. 국제결제은행의 최신 예측에 따르면, 2028년까지 전 세계 15개 이상의 주요국이 CBDC를 정식 도입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른 글로벌 디지털 결제 시장의 규모는 현재 180억 달러에서 2,400억 달러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동시에 스테이블코인 시장도 규제 명확화와 기관 채택 확대로 인해 현재 1,500억 달러에서 4,0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성장은 상호 배타적이 아닌 상호 보완적 관계에서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투자 관점에서 주목해야 할 영역은 디지털 화폐 인프라와 서비스 제공업체들이다. 블록(Block Inc., NYSE: SQ)은 캐시앱(Cash App)을 통해 비트코인과 스테이블코인 서비스를 제공하며, 2025년 3분기 암호화폐 관련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5% 증가한 28억 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스테이블코인 기반 P2P 송금 서비스의 월간 활성 사용자가 1,200만 명을 넘어서며 새로운 수익원으로 부상하고 있다. 코인베이스(Coinbase Global Inc., NASDAQ: COIN)는 USDC 보유량 증가와 스테이킹 서비스 확대로 2025년 상반기 수익이 전년 동기 대비 89% 증가한 34억 달러를 달성했다.

그러나 이러한 성장 전망에는 상당한 리스크 요인들도 존재한다. 주요 중앙은행들의 CBDC 도입이 가속화될 경우 스테이블코인의 시장 점유율이 급격히 축소될 가능성이 있으며, 반대로 CBDC 도입이 지연되거나 기술적 문제가 발생할 경우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제 압박이 더욱 강화될 수 있다. 또한 글로벌 경제 불안정성이 증가할 경우 디지털 화폐 전반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할 위험도 있다. 국제통화기금은 2025년 하반기 보고서에서 “디지털 화폐의 대중 채택은 기술적 완성도보다 사용자 경험과 신뢰도에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2025년 말 현재의 디지털 화폐 생태계는 변혁의 초입에 서 있다. CBDC와 스테이블코인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한 경쟁과 협력의 역학 관계가 향후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미래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들에게는 단순한 기술적 우위나 시장 점유율보다는 규제 대응 능력과 실제 사용자 채택률, 그리고 기존 금융 시스템과의 통합 역량이 더욱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될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디지털 화폐 관련 투자는 장기적 관점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영역으로 평가된다.

이 분석은 정보 제공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투자 권유나 특정 종목 추천을 의도하지 않습니다. 모든 투자 결정은 개인의 판단과 책임 하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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