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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배터리 혁신: 2025년 에너지 저장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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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하반기 글로벌 에너지 저장 시장은 한국 기업들의 기술적 혁신을 중심으로 급격한 변화를 맞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5년 3분기 기준 한국의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이 전 세계 배터리 시장 점유율 51.2%를 차지하며, 중국 CATL(31.4%)과 BYD(12.8%)를 크게 앞서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이 보여주는 기술적 우위다. 충청남도 천안에 본사를 둔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10월 차세대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배터리의 상용 생산을 시작했으며, 이는 기존 배터리 대비 에너지 밀도를 15% 향상시키고 수명을 20% 연장시킨 혁신적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배터리 혁신: 2025년 에너지 저장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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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배터리 산업의 성장 배경에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정책과 함께 글로벌 에너지 전환 트렌드가 맞물려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K-배터리 벨트’ 프로젝트는 2030년까지 배터리 산업에 61조 원을 투자하여 세계 1위 배터리 강국 지위를 공고히 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이러한 정책적 뒷받침 하에 한국 기업들은 연구개발(R&D) 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있다. 삼성SDI는 2025년 R&D 예산을 전년 대비 35% 증가한 1조 2천억 원으로 책정했으며, 특히 고체 배터리 기술 개발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경기도 수원에 본사를 둔 삼성SDI의 고체 배터리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 대비 화재 위험성을 90% 줄이면서도 충전 속도를 3배 향상시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글로벌 에너지 저장 시장의 규모는 2025년 현재 약 120억 달러에서 2030년 340억 달러로 연평균 23.2%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급성장의 주요 동력은 재생에너지 확산과 전력망 안정성에 대한 수요 증가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태양광 발전 설비는 2025년 1,400GW를 돌파했으며, 풍력 발전도 950GW에 달한다. 이러한 간헐성 재생에너지의 확산은 필연적으로 대용량 에너지 저장 시스템의 필요성을 증대시키고 있다. 미국의 캘리포니아주는 2025년 11월 현재 총 8.5GWh 규모의 배터리 저장 시설을 운영 중이며, 이는 작년 동기 대비 45% 증가한 수치다. 이 중 한국 기업이 공급한 배터리가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한국 배터리 기술의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기술적 측면에서 2025년 배터리 산업의 가장 큰 화두는 차세대 배터리 기술의 상용화다. 전라북도 완주에 위치한 SK온은 올해 9월 세계 최초로 리튬메탈 배터리의 파일럿 생산을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이 기술은 기존 흑연 음극재를 리튬메탈로 대체하여 에너지 밀도를 40% 향상시키면서도 충전 시간을 절반으로 단축시킨 혁신적 기술이다. SK온의 리튬메탈 배터리는 1회 충전으로 전기차 기준 800km 이상 주행이 가능하며, 10분 충전으로 400km 주행이 가능한 성능을 보여준다. 이는 현재 상용화된 배터리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는 획기적 발전으로, 전기차 대중화의 마지막 걸림돌인 충전 시간과 주행거리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과의 기술 경쟁 심화와 시장 재편

한국 배터리 기업들의 약진에도 불구하고, 중국 기업들의 추격은 여전히 거세다. 중국 푸젠성 닝더에 본사를 둔 CATL은 2025년 10월 ‘기린 3.0’ 배터리를 발표하며 반격에 나섰다. 이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 300Wh/kg을 달성하여 한국 기업들의 최신 기술과 대등한 수준에 도달했다. 더욱 주목할 점은 CATL이 발표한 가격 정책이다. 기린 3.0 배터리의 kWh당 가격을 80달러로 책정하여, 한국 기업들의 평균 가격인 110달러보다 27% 저렴하게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기술 격차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가격 경쟁력으로 시장을 공략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중국의 또 다른 배터리 대기업인 BYD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분야에서 독특한 접근을 보이고 있다. 광둥성 선전에 본사를 둔 BYD는 2025년 상반기 ‘블레이드 배터리 2.0’을 출시하며 LFP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를 기존 대비 20% 향상시켰다고 발표했다. LFP 배터리는 니켈-코발트 기반 배터리보다 안전성이 높고 원재료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어, 중저가 전기차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실제로 2025년 3분기 중국 내 전기차 시장에서 LFP 배터리 점유율은 65%에 달하며, 이는 작년 동기 58%보다 7%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이러한 중국의 LFP 배터리 확산은 한국 기업들에게 새로운 도전 과제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배터리 시장에서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의 테슬라는 네바다주 기가팩토리에서 자체 개발한 4680 배터리의 생산 규모를 2025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테슬라의 4680 배터리는 기존 2170 배터리 대비 에너지 용량을 5배, 출력을 6배 향상시켰으며, 생산 비용은 14% 절감했다고 발표했다. 일론 머스크 CEO는 지난 10월 실적 발표에서 “2026년까지 4680 배터리 연간 생산량을 100GWh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한국 기업들이 주도하던 북미 배터리 시장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에서는 스웨덴의 노스볼트(Northvolt)가 주목받고 있다. 스톡홀름에 본사를 둔 노스볼트는 2025년 9월 독일 헤이데에 위치한 기가팩토리에서 상용 생산을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노스볼트의 배터리는 재활용 소재 비율을 50% 이상으로 높여 탄소 발자국을 기존 배터리 대비 70% 줄인 친환경 배터리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새로운 배터리 규정에 따르면 2030년부터 역내에서 판매되는 배터리는 재활용 소재 비율과 탄소 발자국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데, 노스볼트는 이러한 규제를 오히려 경쟁 우위로 활용하고 있다. 노스볼트는 2025년 상반기 폭스바겐, BMW, 볼보 등 유럽 완성차 업체들로부터 총 550억 달러 규모의 장기 공급 계약을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에너지 저장 시스템 시장의 새로운 기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의 치열한 경쟁과 달리,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 시장은 한국 기업들에게 새로운 성장 동력을 제공하고 있다. 글로벌 ESS 시장 규모는 2025년 현재 약 85억 달러에서 2030년 280억 달러로 연평균 27%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급성장의 배경에는 전력망 현대화와 재생에너지 통합에 대한 전 세계적 수요 증가가 있다. 한국전력공사는 2025년 11월 현재 전국에 총 2.1GWh 규모의 ESS를 설치 완료했으며, 이 중 95% 이상이 국내 배터리 기업의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의 ESS용 배터리는 20년 보증을 제공하며, 실제 성능 데이터에서도 20년 후 용량 유지율이 85% 이상을 기록하고 있어 높은 신뢰성을 입증하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 한국 배터리 기업들의 ESS 사업 확장이 가속화되고 있다. 텍사스주는 2025년 여름 극한 폭염으로 인한 전력 수요 급증에 대비해 총 15GWh 규모의 대용량 ESS 구축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 프로젝트에는 LG에너지솔루션이 40%, 삼성SDI가 25%의 배터리를 공급할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텍사스 ESS 프로젝트는 단일 사이트 기준 세계 최대 규모인 2.5GWh 용량으로, 약 50만 가구에 4시간 동안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이 프로젝트의 성공적 완료는 한국 배터리 기업들이 글로벌 전력 인프라 시장에서 핵심 파트너로 자리매김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상업용 및 산업용 ESS 시장에서도 한국 기업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아마존은 2025년 10월 전 세계 물류센터에 총 5GWh 규모의 ESS를 설치하는 프로젝트를 발표했으며, 이 중 60%를 한국 기업들이 공급할 예정이다. 아마존의 ESS 도입 목표는 2030년까지 물류 운영의 탄소 중립 달성과 전력 비용 30% 절감이다. 삼성SDI가 공급하는 상업용 ESS는 피크 시간대 전력 사용을 저감하여 전력 요금을 평균 25% 절약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한 정전 시 비상 전원으로 최대 8시간 동안 핵심 설비 운영이 가능하여, 물류 운영의 연속성을 보장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가정용 ESS 시장도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독일의 가정용 태양광-ESS 연계 시스템 설치량은 2025년 누적 80만 가구를 돌파했으며, 이는 작년 동기 대비 35% 증가한 수치다. 한국의 SK온은 독일 시장을 겨냥한 가정용 ESS ‘Home Battery Pro’를 출시하여 주목받고 있다. 이 제품은 10kWh 용량으로 일반 가정의 하루 전력 사용량을 충당할 수 있으며, 태양광 패널과 연계하여 전력 자급률을 90% 이상 달성할 수 있다. 독일 정부의 가정용 ESS 보조금 정책과 맞물려, SK온의 독일 내 가정용 ESS 시장 점유율은 2025년 3분기 기준 15%에 달하고 있다.

배터리 재활용 시장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30년 전 세계 폐배터리 발생량은 약 1,100만 톤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대응하여 한국 기업들은 배터리 재활용 기술 개발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충청북도 청주에 연간 2만 톤 규모의 배터리 재활용 공장을 건설 중이며, 2026년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공장에서는 폐배터리에서 리튬, 니켈, 코발트 등 핵심 원재료를 95% 이상 회수할 수 있는 기술을 적용할 예정이다. 재활용된 원재료의 품질은 신규 채굴 원재료와 동일한 수준을 유지하면서도 생산 비용은 30% 절감할 수 있어, 배터리 생산 비용 경쟁력 확보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2025년 하반기 현재 글로벌 배터리 산업은 기술 혁신과 시장 확장이 동시에 진행되는 전환점에 있다. 한국 기업들은 기술적 우위를 바탕으로 시장 선도 지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중국의 가격 공세와 미국·유럽의 자국 기업 육성 정책이라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향후 배터리 산업의 성패는 차세대 기술 개발 속도, 생산 비용 경쟁력, 그리고 지속가능성이라는 세 가지 축에서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배터리 기업들이 이러한 다면적 경쟁에서 지속적인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술 혁신뿐만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와 친환경 생산 체계 구축이 필수적이다.

투자자들에게 배터리 산업은 여전히 매력적인 성장 섹터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이 20% 이상을 유지하고 있으며, 특히 ESS와 재활용 분야는 새로운 수익 창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원재료 가격 변동성과 지정학적 리스크는 투자 시 신중히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다. 장기적으로는 배터리 기술의 지속적 발전과 에너지 전환 가속화가 산업 성장을 뒷받침할 것으로 예상되어, 기술력과 시장 지위를 겸비한 기업들에 대한 투자 매력도는 계속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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