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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글로벌 배터리 저장 시장의 급격한 성장과 한국 기업들의 전략적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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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글로벌 배터리 에너지 저장 시스템(BESS) 시장이 전례없는 성장세를 보이며 에너지 산업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블룸버그 NEF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BESS 시장 규모는 2025년 1,2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전년 대비 45% 증가한 수치다. 이러한 급성장의 배경에는 재생에너지 발전량 증가, 전력망 현대화 필요성, 그리고 각국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유럽연합의 그린딜 정책, 중국의 14차 5개년 계획이 BESS 시장 성장의 주요 동력으로 작용하면서, 관련 기업들의 투자와 기술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2025년 글로벌 배터리 저장 시장의 급격한 성장과 한국 기업들의 전략적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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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들은 이러한 시장 성장의 중심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경기도 오창에 본사를 둔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 3분기 기준으로 글로벌 ESS용 배터리 시장에서 23.4%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회사는 올해 들어 미국 미시간주와 애리조나주에 총 180억 달러 규모의 배터리 공장 건설을 발표했으며, 2026년까지 ESS용 배터리 생산 용량을 현재의 15GWh에서 45GWh로 3배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SDI 역시 경기도 용인에서 시작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헝가리와 말레이시아 공장을 통해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으며, 특히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 기술 개발에 연간 2조원의 연구개발비를 투입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의 공격적인 시장 진출도 주목할 만하다. 닝더시대(CATL)는 푸젠성 닝더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2025년 현재 전 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35.8%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 회사는 올해 상반기에만 ESS 부문에서 전년 동기 대비 78% 증가한 340억 위안(약 47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CATL의 성장 비결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의 원가 경쟁력에 있으며, kWh당 80달러라는 업계 최저 수준의 가격으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선전에 본사를 둔 BYD 역시 자동차용 배터리에서 축적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ESS 시장에 본격 진출하고 있으며, 2025년 ESS 부문 매출 목표를 180억 위안으로 설정했다.

기술 혁신과 성능 경쟁의 새로운 차원

BESS 시장의 기술 경쟁은 단순한 용량 확대를 넘어 효율성, 안전성, 수명 연장의 다차원적 경쟁으로 발전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최근 공개한 차세대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 300Wh/kg을 달성하며 기존 대비 20% 향상된 성능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동일한 공간에서 더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어 설치 면적당 효율성을 크게 높이는 혁신이다. 회사는 또한 AI 기반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을 통해 충방전 사이클을 최적화하여 배터리 수명을 기존 대비 30% 연장하는 기술을 상용화했다.

삼성SDI는 전고체 배터리 기술에서 차별화를 추구하고 있다. 회사가 개발한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 대비 2배 높은 에너지 밀도와 10배 빠른 충전 속도를 자랑한다. 특히 -40도에서 80도까지의 극한 온도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성능을 유지하여 극지방이나 사막 지역의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최적화되어 있다. 삼성SDI는 2026년부터 전고체 배터리의 상업적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며, 초기 생산 용량은 연간 5GWh로 계획되어 있다.

미국 기업들도 기술 혁신에서 뒤처지지 않고 있다. 버지니아주 알링턴에 본사를 둔 플루언스 에너지(Fluence Energy)는 소프트웨어 중심의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회사의 AI 기반 에너지 관리 플랫폼 ‘Mosaic’은 실시간 전력 수요 예측과 최적 충방전 스케줄링을 통해 ESS 운영 효율을 25% 향상시키고 있다. 플루언스는 2025년 현재 전 세계 85개국에 총 18GW 규모의 ESS 프로젝트를 운영 중이며, 올해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2% 증가한 8억 4천만 달러를 기록했다.

테슬라는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생산하는 메가팩(Megapack) 시스템으로 대용량 ESS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3.9MWh 용량의 메가팩은 모듈형 설계로 확장성이 뛰어나며, 테슬라의 독자적인 4680 배터리 셀을 탑재해 20년 이상의 수명을 보장한다. 회사는 올해 상반기 ESS 부문에서 전년 동기 대비 130% 증가한 30억 달러의 매출을 달성했으며, 2026년까지 메가팩 생산 용량을 현재의 40GWh에서 100GWh로 확대할 계획이다.

시장 역학과 지정학적 변화

BESS 시장의 지정학적 구조는 미중 기술 패권 경쟁과 맞물려 복잡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2025년 들어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관세를 기존 7.5%에서 25%로 인상했으며, 2026년부터는 연방 정부 프로젝트에서 중국산 배터리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 변화는 한국 기업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시장에서의 점유율이 2024년 18%에서 2025년 27%로 급상승했으며, 삼성SDI 역시 22%에서 19%로 소폭 감소했지만 여전히 강력한 시장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유럽 시장에서는 지역 내 배터리 공급망 구축이 핵심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유럽연합의 배터리 규정(Battery Regulation)이 2025년부터 본격 시행되면서, 탄소 발자국 공개 의무화와 재활용 비율 최소 기준이 도입되었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들은 유럽 현지 생산과 친환경 공정 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에서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한 배터리 생산을 시작했으며, 삼성SDI는 헝가리 괴드 공장에서 태양광 발전을 통한 탄소중립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시장은 여전히 세계 최대의 ESS 시장으로, 2025년 신규 설치 용량이 25GWh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정부의 ‘더블 카본’ 정책(2030년 탄소 정점, 2060년 탄소중립)에 따라 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까지 25%로 확대하는 목표가 설정되면서, ESS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CATL은 이러한 내수 시장 성장을 바탕으로 해외 진출도 가속화하고 있으며, 독일 튀링겐주와 헝가리에 총 120억 유로 규모의 배터리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신흥 시장의 성장도 주목할 만하다. 인도는 2025년 ESS 시장 규모가 전년 대비 85% 증가한 45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정부의 ‘국가 에너지 저장 미션’에 따라 2030년까지 50GWh의 ESS 설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동남아시아 시장도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급성장하고 있으며, 이 지역의 2025년 ESS 시장 규모는 28억 달러로 추정된다. 한국 기업들은 이들 시장에서 기술력과 품질 우위를 바탕으로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서고 있다.

금융 투자 측면에서 보면, 2025년 상반기 글로벌 ESS 관련 벤처 투자는 총 87억 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34% 증가했다. 특히 차세대 배터리 기술과 AI 기반 에너지 관리 시스템에 대한 투자가 집중되고 있다. 미국의 사모펜드 KKR은 ESS 전문 기업들에 50억 달러 규모의 투자 펀드를 조성했으며, 일본의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도 배터리 기술 스타트업에 3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을 발표했다. 이러한 자본 유입은 기술 혁신을 가속화하고 시장 경쟁을 더욱 치열하게 만들고 있다.

향후 전망을 살펴보면, 2030년까지 글로벌 BESS 시장은 연평균 25%의 성장률을 유지하며 3,500억 달러 규모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성장은 전력망 현대화,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대, 마이크로그리드 구축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뒷받침될 것이다. 한국 기업들은 기술 혁신과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이 성장의 수혜를 받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중국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과 미국 기업들의 소프트웨어 역량에 대응하기 위한 지속적인 투자와 전략적 파트너십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과 순환경제 구현, AI 기반 최적화 솔루션 개발이 향후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본 분석은 공개된 시장 데이터와 업계 보고서를 바탕으로 작성된 것으로, 투자 결정 시 추가적인 실사와 전문가 상담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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