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newable Energy

글로벌 소형모듈원자로(SMR) 시장의 급성장과 한국 에너지 산업의 전략적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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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R 시장의 폭발적 성장과 산업 재편

2025년 12월 현재, 소형모듈원자로(Small Modular Reactor, SMR) 시장이 전 세계적으로 급속한 성장세를 보이며 에너지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2024년 대비 2025년 SMR 관련 투자가 35% 증가한 180억 달러를 기록했으며, 이는 기존 대형 원전 시장의 연간 성장률 8%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특히 주목할 점은 미국 에너지부가 발표한 최신 보고서에서 SMR 시장이 2030년까지 연평균 22%의 성장률을 유지하여 전체 시장 규모가 65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는 점이다.

글로벌 소형모듈원자로(SMR) 시장의 급성장과 한국 에너지 산업의 전략적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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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급성장의 배경에는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 안보 확보라는 이중 과제가 자리하고 있다. 전통적인 대형 원전이 건설 기간 10-15년, 초기 투자비 150억-200억 달러라는 부담을 안고 있는 반면, SMR은 건설 기간 3-5년, 초기 투자비 30억-50억 달러로 상당한 경제적 우위를 보여주고 있다. 웨스팅하우스 일렉트릭(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소재)의 최신 AP300 모델의 경우, 300MW 용량으로 약 25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으며, 모듈식 설계를 통해 필요에 따라 용량을 확장할 수 있는 유연성을 제공한다.

시장 분석 기관인 우드 맥켄지(Wood Mackenzie)의 2025년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적으로 80여 개의 SMR 프로젝트가 다양한 개발 단계에 있으며, 이 중 15개 프로젝트가 2025년 내 건설 허가를 받을 예정이다. 특히 미국의 누스케일 파워(NuScale Power)가 개발한 77MW급 SMR은 2025년 8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최종 설계 승인을 받았으며, 아이다호 국립연구소에서 2029년 상업 운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SMR 기술의 상용화가 현실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이정표다.

한국 시장에서도 SMR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개발 중인 SMART(System-integrated Modular Advanced ReacTor) 기술은 100MW 용량으로 1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으며, 사우디아라비아와 요르단 등 중동 지역으로의 수출 계약을 위한 협상이 진행 중이다. 특히 두산에너빌리티(경상남도 창원시 소재)는 2025년 9월 미국 텍사스주에 SMR 제조 공장 설립을 위해 15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했으며, 이는 한국 기업이 글로벌 SMR 공급망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임을 시사한다.

기술 혁신과 경쟁 구도의 다양화

SMR 기술의 핵심 경쟁력은 안전성과 효율성의 동시 확보에 있다. 기존 대형 원전이 능동적 안전 시스템에 의존하는 반면, SMR은 수동적 안전 시스템을 통해 외부 전원이나 운전원의 개입 없이도 안전하게 정지할 수 있는 고유한 안전 특성을 보유하고 있다. 롤스로이스(영국 런던 소재)가 개발 중인 470MW급 SMR의 경우, 격납용기 내부 압력이 설계 기준을 초과할 경우 자동으로 증기를 응축시켜 압력을 낮추는 패시브 냉각 시스템을 적용했다. 이러한 혁신적 안전 기술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 안전성에 대한 공중의 우려를 해소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경쟁 구도 측면에서 SMR 시장은 기존 원전 산업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통적으로 웨스팅하우스, 제너럴 일렉트릭(현 GE 베르노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소재), 프라마톰(프랑스) 등 대형 원전 제조업체가 시장을 지배했다면, SMR 시장에는 테라파워(미국), X-에너지(미국), 몰튼 솔트 리액터(덴마크) 등 신생 기업들이 혁신적 기술로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특히 빌 게이츠가 창립한 테라파워는 나트륨 냉각 고속로 기술을 기반으로 한 345MW급 Natrium 원자로를 개발하여 2025년 와이오밍주에서 실증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기술적 다양성도 SMR 시장의 특징 중 하나다. 경수로 기반의 전통적 접근법 외에도 고온가스로(HTGR), 용융염 원자로(MSR), 액체금속 냉각로(LMR) 등 다양한 기술 노선이 경쟁하고 있다. 중국의 화룽원(China National Nuclear Corporation, 베이징 소재)이 개발한 ACP100은 125MW 용량의 일체형 경수로로, 2025년 하이난성에서 건설이 시작되었으며 2028년 상업 운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반면 캐나다의 테레스트리얼 에너지(Terrestrial Energy, 온타리오주 소재)는 용융염 원자로 기술을 활용한 IMSR(Integral Molten Salt Reactor)을 개발하여 고온의 열을 활용한 수소 생산이나 산업용 증기 공급이 가능한 차세대 SMR을 선보이고 있다.

한국 기업들의 기술 경쟁력도 주목할 만하다. 한국전력(서울시 소재)의 자회사인 KEPCO E&C는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 건설 경험을 바탕으로 SMR 설계 및 건설 역량을 강화하고 있으며, 2025년 10월 체코 정부와 SMR 기술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또한 두산에너빌리티는 증기발생기, 원자로용기 등 핵심 기기 제조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글로벌 SMR 프로젝트에서 핵심 공급업체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하고 있다. 실제로 누스케일 파워의 SMR 프로젝트에 두산에너빌리티가 주요 기기 공급업체로 참여하기로 한 계약 규모는 약 20억 달러에 달한다.

투자 동향을 살펴보면, 2025년 SMR 관련 벤처 캐피털 투자가 전년 대비 45% 증가한 25억 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등 대형 테크 기업들이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을 위해 SMR 기술에 투자하고 있다는 점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25년 11월 헬리온 에너지와 SMR 기반 전력 공급 계약을 체결했으며, 2028년부터 500MW 규모의 전력을 공급받기로 했다. 이러한 빅테크 기업들의 참여는 SMR 시장의 수요 기반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고 있다.

시장 전망과 투자 기회 분석

SMR 시장의 장기적 전망은 매우 긍정적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2025년 세계 에너지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전 세계 원전 발전량이 현재의 2.5배인 1,200GW까지 확대되어야 하며, 이 중 30-40%가 SMR로 공급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SMR 시장이 향후 25년간 연평균 18-22%의 고성장을 지속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전체 SMR 시장의 45%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며, 한국은 이 지역에서 기술 선도국으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할 기회를 맞고 있다.

지역별 시장 동향을 분석하면, 북미 지역이 2025년 현재 전체 SMR 시장의 40%를 점유하며 선도적 위치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SMR 개발에 대해 kWh당 3센트의 생산세액공제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는 SMR 프로젝트의 경제성을 크게 향상시키고 있다. 캐나다 역시 온타리오주를 중심으로 4개의 SMR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며, 총 투자 규모는 120억 달러에 달한다. 유럽에서는 영국이 가장 적극적으로 SMR을 추진하고 있으며, 롤스로이스의 SMR 프로젝트에 정부가 2억 1,500만 파운드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중국이 가장 빠른 속도로 SMR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2025년 현재 7개의 SMR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으며, 이 중 하이난 창장(Changjiang) SMR 프로젝트는 2028년 상업 운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에 대한 신중한 접근을 유지하고 있지만, 미쓰비시 중공업과 도시바 등이 SMR 기술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을 위해 SMR 도입을 검토하고 있어, 한국 기업들에게 새로운 수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투자 관점에서 SMR 밸류체인을 분석하면, 상류(우라늄 채굴 및 농축), 중류(원자로 제조 및 건설), 하류(운영 및 유지보수)로 구분할 수 있다. 상류 부문에서는 우라늄 가격이 2025년 들어 파운드당 85달러까지 상승하며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SMR 수요 증가와 카자흐스탄, 니제르 등 주요 우라늄 생산국의 공급 불안정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카메코(Cameco Corporation, 캐나다 서스캐처원주 소재)와 우라늄 에너지(Uranium Energy Corp, 미국 텍사스주 소재) 등 우라늄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2025년 들어 평균 35% 상승한 것도 이러한 시장 상황을 반영한다.

중류 부문에서는 SMR 핵심 기기 제조업체들이 가장 큰 수혜를 받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경우 2025년 3분기 SMR 관련 수주가 전년 동기 대비 180% 증가한 35억 달러를 기록했으며, 이는 전체 매출의 25%를 차지한다. 웨스팅하우스 일렉트릭도 SMR 사업 부문 매출이 2024년 8억 달러에서 2025년 15억 달러로 87%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하류 부문에서는 원전 운영 경험을 보유한 전력회사들이 유리한 위치에 있으며, 한국전력의 경우 UAE 바라카 원전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 SMR 프로젝트 운영 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리스크 요인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규제 승인 과정의 복잡성과 장기화가 가장 큰 불확실성 요소다. 미국의 경우 NRC 승인 과정이 평균 3-5년 소요되며, 유럽은 더욱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또한 SMR의 경제성이 아직 완전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의 2025년 연구에 따르면, SMR의 균등화발전원가(LCOE)가 MW당 80-120달러로 기존 대형 원전의 60-90달러보다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대량 생산과 기술 성숙도 향상으로 2030년경에는 경제성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SMR 시장의 성장은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글로벌 에너지 패러다임의 근본적 변화를 의미하며, 한국 기업들이 이 변화를 선도할 수 있는 기술력과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 기회가 매우 크다고 평가된다.

결론적으로, SMR 시장은 2025년 현재 초기 상용화 단계에 진입하면서 급속한 성장 궤도에 올라서 있다. 기후변화 대응, 에너지 안보, 경제성 확보라는 삼중 과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SMR 기술의 특성상, 향후 10년간 연평균 20% 이상의 고성장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한국 기업들이 보유한 원전 건설 및 운영 경험, 핵심 기기 제조 역량, 해외 프로젝트 수행 능력은 글로벌 SMR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핵심 자산이다. 다만 규제 리스크, 기술 검증, 경제성 확보 등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속적인 투자와 기술 개발이 필요하며,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민간 기업의 전략적 협력이 성공의 열쇠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본 분석은 공개된 시장 정보와 업계 보고서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투자 결정 시에는 추가적인 실사와 전문가 상담이 필요합니다. 에너지 시장의 높은 변동성과 규제 환경의 불확실성을 충분히 고려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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