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현재 전 세계 빅테크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투자 규모는 연간 200억 달러를 넘어섰으며, 이 중 태양광 부문이 약 60%를 차지하고 있다.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전 세계 400개 이상의 태양광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으며, 구글은 2030년까지 24시간 무탄소 에너지 달성을 목표로 텍사스와 네바다 지역에 대규모 태양광 단지에 직접 투자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2030년 탄소 네거티브 달성을 위해 사막 지역 태양광 전력구매계약(PPA)을 지속 확대하고 있으며, 메타는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이러한 빅테크의 태양광 투자가 단순히 데이터센터를 태양광만으로 운영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분석한다. 실제로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는 24시간 지속되며, 특히 대규모 언어모델(LLM) 훈련과 추론 작업은 밤낮 구분 없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요구한다. 태양광 발전의 간헐성 문제를 고려할 때, 빅테크 기업들이 태양광을 극찬하는 이유는 훨씬 더 전략적이고 복합적인 배경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ESG 규제 대응을 위한 가장 현실적인 선택
빅테크 기업들이 태양광에 주목하는 첫 번째 이유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규제와 탄소중립 의무에서 가장 빠르고 경제적인 해결책이기 때문이다.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모두 2030년에서 2040년 사이 탄소중립(넷제로) 달성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데이터센터 운영에 사용되는 전력의 탄소 배출량을 대폭 줄여야 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은 약 460TWh로, 이는 아르헨티나 전체 전력 소비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전력원별 탄소 배출량과 구축 속도, 자본지출(CAPEX), 정치적 저항도를 종합적으로 분석해보면 태양광의 우위가 명확하다. 태양광 발전의 탄소 배출량은 kWh당 40-50g CO2eq로 거의 제로에 가깝고, 프로젝트 구축 기간은 6개월에서 18개월로 매우 빠르다. 반면 원자력 발전소는 탄소 배출량은 제로에 가깝지만 건설 기간이 10년 이상 소요되며, 초기 투자비용도 MW당 700만-1200만 달러로 태양광의 100만-150만 달러 대비 5-8배 높다. 천연가스는 구축 속도는 빠르지만 kWh당 490g CO2eq의 높은 탄소 배출량으로 인해 ESG 목표 달성에 부적합하다.
실제로 빅테크 기업들이 체결한 재생에너지 전력구매계약(PPA) 분석 결과, 태양광이 전체의 5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아마존은 2024년 한 해에만 전 세계적으로 8.5GW 규모의 태양광 PPA를 체결했으며, 이는 약 200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 규모다. 구글 역시 2024년 미국과 유럽에서 총 5.2GW의 태양광 프로젝트에 참여했으며, 이를 통해 연간 약 800만 톤의 CO2 배출량 감축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정치적 리스크 최소화와 장기 경제성 확보
빅테크 기업들이 태양광을 선호하는 두 번째 핵심 이유는 정치적 리스크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데이터센터 기업이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추진할 경우 정부 승인 과정에서부터 시민단체의 반발, 복잡한 환경영향평가, 장기적인 규제 리스크 등 수많은 변수를 감안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신규 원전 건설 승인 과정만 평균 7-10년이 소요되며, 건설 과정에서도 지역 주민 반대와 환경단체의 소송 등으로 인한 지연이 빈번하다. 반면 태양광 발전소는 인허가 절차가 상대적으로 간단하고,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적어 지역 사회의 반대가 거의 없다.
또한 태양광 발전의 균등화발전비용(LCOE)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어 장기적으로 가장 경제적인 전력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도 중요한 요인이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의 2024년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기준 태양광 LCOE는 kWh당 3-4센트로 가장 저렴하며, 풍력은 4-6센트, 신규 원자력은 12-18센트, 천연가스는 8-12센트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태양광 모듈 가격은 지난 10년간 85% 이상 하락했으며, 2030년까지 추가로 20-30% 더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빅테크 기업들의 전력 수요 패턴도 태양광과 상당한 시너지를 보인다. 일반적으로 AI 학습 작업은 24시간 지속되지만, 실제 서비스 트래픽과 백엔드 처리 작업은 낮 시간대와 저녁 시간대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구글 클라우드의 내부 데이터에 따르면, 검색과 YouTube 서비스의 전력 수요는 현지 시간 기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사이에 전체 일일 수요의 약 65%가 집중된다. 이는 태양광 발전량이 최대가 되는 시간대와 상당 부분 일치하여, 전력망 운영 효율성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온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러한 부하 패턴 최적화를 위해 AI 워크로드 스케줄링 시스템을 개발해 태양광 발전량이 많은 낮 시간대에 더 많은 연산 작업을 배정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전체 전력 비용을 약 15-20% 절감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아마존 역시 AWS의 일부 배치 처리 작업을 태양광 발전 패턴에 맞춰 조정하여 연간 약 3억 달러의 전력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빅테크 기업들의 궁극적인 목표가 태양광 단독 운영이 아니라 ‘태양광+원자력’ 조합임을 강조한다. 낮 시간대는 태양광으로 비용과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밤 시간대와 기저 부하는 소형모듈원자로(SMR)로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이들의 장기 전략이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는 핵융합 스타트업 헬리온(Helion Energy)과 2028년부터 전력 공급 계약을 체결했으며, 아마존은 펜실베이니아주 서스케하나 원전 인근에 대규모 데이터센터 투자를 발표했다. 구글 역시 캘리포니아 기반 SMR 개발업체인 카이로스 파워(Kairos Power)와 우선 구매권 계약을 체결하여 2030년대 초 상용화 시점에 맞춰 원자력 전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태양광 산업에 대한 빅테크의 대규모 투자는 관련 기업들의 실적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태양광 모듈 제조업체인 퍼스트솔라(First Solar)는 2024년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8% 증가한 8억 7천만 달러를 기록했으며, 이 중 상당 부분이 빅테크 기업들과의 장기 공급 계약에서 비롯됐다고 발표했다. 인버터 전문업체인 엔페이즈 에너지(Enphase Energy) 역시 데이터센터용 대용량 인버터 수요 증가로 주가가 연초 대비 45% 상승했다.
국내 태양광 업계도 이러한 글로벌 트렌드의 수혜를 받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미국 조지아주에 연산 3.3GW 규모의 태양광 모듈 공장을 증설하여 아마존, 구글 등과의 공급 계약을 확대하고 있으며, 2024년 태양광 사업 부문 매출이 전년 대비 35%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발표했다. OCI 역시 말레이시아 폴리실리콘 공장 증설을 통해 북미 태양광 시장 공급망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결국 빅테크 기업들이 태양광 산업을 극찬하는 이유는 데이터센터를 태양광만으로 운영하기 위함이 아니라, ESG 규제 대응, 정치적 리스크 최소화, 장기 경제성 확보,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원자력과의 조합을 통한 최적화된 전력 포트폴리오 구축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이러한 트렌드는 향후 5-10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태양광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견인할 핵심 동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다만 태양광의 간헐성과 저장 비용 문제, 그리고 AI 워크로드의 24시간 전력 수요 특성을 고려할 때, 장기적으로는 원자력과의 결합이 불가피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이 글은 정보 제공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투자 권유나 특정 종목 추천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모든 투자 결정은 개인의 판단과 책임 하에 이루어져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