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newable Energy

한국 에너지 전환의 새로운 국면: 2025년 재생에너지와 원전의 균형잡힌 성장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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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에너지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

한국의 에너지 산업이 2025년 들어 전례 없는 변화의 물결을 타고 있다. 정부의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2038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30.6%까지 확대하고 원전 비중을 32.4%로 유지하는 균형잡힌 에너지 믹스 전략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는 탄소중립 달성이라는 거대한 목표와 에너지 안보 확보라는 현실적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려는 실용주의적 접근으로 평가된다. 한국전력공사(서울 소재)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2024년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전년 대비 12.3% 증가한 86.2TWh를 기록했으며, 이는 전체 발전량의 15.8%에 해당한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구조적 전환이 자리잡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 재생에너지 투자는 1조 8천억 달러를 넘어섰으며, 이 중 아시아 태평양 지역이 60% 이상을 차지했다. 한국 역시 이 흐름에 발맞춰 에너지 전환에 대한 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있으며, 정부는 2025년 에너지 전환 관련 예산을 전년 대비 25% 증가한 15조 원으로 편성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재생에너지와 원전이 대립적 관계가 아닌 상호 보완적 역할을 하는 에너지 포트폴리오 구성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산업계에서는 이러한 정책 변화를 기회로 인식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창원 소재)는 2024년 4분기 원전 부품 수주가 전년 동기 대비 43% 증가했다고 발표했으며, 동시에 해상풍력 사업 부문에서도 3조 원 규모의 신규 프로젝트를 확보했다. 이는 한국 에너지 기업들이 단일 기술에 의존하지 않고 다각화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한화솔루션(서울 소재) 역시 태양광 모듈 생산 능력을 2025년 말까지 18GW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하며, 글로벌 태양광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재생에너지 기술 혁신과 시장 확대

한국의 재생에너지 시장은 기술 혁신을 바탕으로 한 질적 성장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 특히 해상풍력 분야에서의 진전이 눈에 띈다. 울산 부유식 해상풍력 실증단지가 2024년 12월 상업운전을 개시하면서, 한국은 부유식 해상풍력 기술의 상용화 단계에 본격 진입했다. 이 프로젝트는 200MW 규모로, 수심 100m 이상의 깊은 바다에서도 안정적인 전력 생산이 가능함을 입증했다. 한국해상풍력협회에 따르면, 2030년까지 계획된 해상풍력 프로젝트는 총 12GW 규모에 달하며, 이는 약 30조 원의 투자를 수반할 것으로 예상된다.

태양광 분야에서도 혁신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한화솔루션이 개발한 차세대 페로브스카이트 탠덤 태양전지는 실험실 기준 31.2%의 변환효율을 달성했으며, 2026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의 22-24% 대비 획기적인 개선으로, 태양광 발전의 경제성을 크게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동시에 농업과 태양광 발전을 결합한 애그리볼테익(Agrivoltaics) 프로젝트도 확산되고 있다. 전라남도 해남군에 조성된 30MW 규모의 농업태양광 단지는 농작물 수확량 감소 없이 연간 45GWh의 전력을 생산하며, 농가 소득 증대와 재생에너지 확산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성공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에너지저장시스템(ESS) 시장도 급속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 한국전지산업협회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국내 ESS 시장 규모는 4조 2천억 원으로 전년 대비 35% 증가했다. 삼성SDI(수원 소재)와 LG에너지솔루션(서울 소재)은 각각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특히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와 전고체 배터리 기술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2024년 ESS용 배터리 출하량이 23GWh로 전년 대비 28% 증가했으며, 2025년에는 30GWh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성장은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를 해결하고 전력망 안정성을 확보하는 핵심 기술로서 ESS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음을 반영한다.

수소 경제 생태계 구축도 가속화되고 있다. 정부의 제4차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에 따르면, 2030년까지 그린수소 생산량을 25만 톤으로 확대하고, 수소충전소를 660기까지 늘릴 예정이다. 포스코홀딩스(포항 소재)는 2024년 호주 필바라 지역에서 그린수소 프로젝트를 시작했으며, 연간 160만 톤의 그린수소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한국 기업들이 해외 자원을 활용한 수소 공급망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SK이노베이션(서울 소재)은 울산 석유화학단지에 그린수소 생산시설 건설을 발표했으며, 2026년부터 연간 25만 톤의 그린수소를 생산할 계획이다.

스마트그리드와 가상발전소(VPP) 기술도 주목받고 있다. 한국전력공사는 2024년 제주도에서 운영 중인 VPP 시스템을 통해 최대 100MW의 전력 거래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고 발표했다. 이 시스템은 분산된 재생에너지 발전소, ESS, 전기차 충전소 등을 통합 관리하여 전력 공급과 수요를 실시간으로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2025년부터는 이 시스템을 전국으로 확대하여 1GW 규모의 VPP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중앙집중식 전력 시스템에서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하는 중요한 인프라로 평가된다.

재생에너지 분야의 글로벌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중국의 BYD와 CATL, 미국의 First Solar, 덴마크의 Ørsted 등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으며, 한국 기업들 역시 해외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한화솔루션의 경우 미국 조지아주에 태양광 모듈 공장을 증설하여 연산 2.5GW 규모의 생산 능력을 확보했으며,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혜택을 활용해 북미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원전 기술의 부활과 SMR 시장 선점 경쟁

한국의 원전 산업이 새로운 전성기를 맞고 있다. 정부의 원전 정책 정상화 이후 관련 기업들의 수주와 투자가 급증하고 있으며, 특히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술 개발에서 글로벌 선도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24년 미국 뉴스케일 파워와 SMR 공급 계약을 체결했으며, 2030년까지 6기의 SMR 건설에 참여할 예정이다. 이는 총 50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로, 한국 원전 기술의 해외 진출에 있어 중요한 이정표가 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SMR 상용화를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개발한 혁신형 SMR ‘i-SMR’은 2024년 말 표준설계인가 신청을 완료했으며, 2032년 첫 호기 운전 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i-SMR은 170MW 전기출력 용량으로 기존 대형 원전 대비 건설비용을 40% 절감할 수 있으며, 안전성도 크게 향상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피동안전계통을 적용해 외부 전원이나 운전원의 조작 없이도 자동으로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글로벌 SMR 시장에서의 경쟁도 치열하다. 미국의 뉴스케일 파워, 테라파워, 영국의 롤스로이스 SMR, 러시아의 로사톰 등이 각각 독자적인 SMR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80여 종의 SMR 설계가 개발 중이며, 이 중 상당수가 2030년대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원전 운영 경험과 제조업 역량을 바탕으로 SMR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원전 연료주기 기술 개발도 주목받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파이로프로세싱 기술을 활용한 사용후핵연료 재활용 기술 개발에 성공했으며, 2025년부터 실증시설 운영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 기술은 사용후핵연료에서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분리해 재활용하는 기술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95% 이상 줄일 수 있다. 동시에 핵연료 자립도를 크게 향상시킬 수 있어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원전 해체 시장도 새로운 기회로 부상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운영 중인 원전 440여 기 중 상당수가 2030년대 이후 수명이 만료될 예정이며, 이에 따른 해체 시장 규모는 3천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고리 1호기 해체 프로젝트를 통해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 원전 해체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으며, 2024년 벨기에 도엘 원전 해체 프로젝트 입찰에 참여했다. 원전 해체는 높은 기술력과 풍부한 경험이 요구되는 분야로, 한국의 원전 운영 노하우가 경쟁력의 원천이 되고 있다.

핵융합 에너지 기술 개발도 장기적 관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한국의 KSTAR(Korea Superconducting Tokamak Advanced Research) 프로젝트는 2024년 플라즈마 운전 시간 102초를 달성하며 세계 기록을 갱신했다. 이는 핵융합 상용화를 위한 중요한 이정표로, 2050년 핵융합 상용화를 목표로 하는 국제 핵융합실험로(ITER) 프로젝트에서 한국의 기술력을 입증하는 성과다. 정부는 2025년부터 핵융합 기술 개발에 연간 2천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며, 2040년대 핵융합 발전소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의 에너지 전환 전략은 단순히 재생에너지 확대에 그치지 않고,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상호 보완적 역할을 통해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를 동시에 추구하는 균형잡힌 접근법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전략은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전력 공급 불안정성을 최소화하면서도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에너지 시스템 구축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SMR과 같은 차세대 원전 기술과 그린수소, ESS 등 신에너지 기술의 융합은 한국이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기술 선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2025년은 한국 에너지 산업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중요한 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일관된 정책 지원과 민간 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 그리고 지속적인 기술 혁신이 결합되면서 한국이 글로벌 에너지 전환을 선도하는 국가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다만 급변하는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의 경쟁 심화와 기술 개발의 불확실성 등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이 분석은 공개된 시장 정보와 업계 보고서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투자 결정의 근거로 사용되어서는 안 됩니다. 에너지 시장은 정책 변화, 기술 발전, 국제 정세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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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에너지 전환의 새로운 국면: 2025년 재생에너지와 원전의 균형잡힌 성장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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