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현재, 한국 해상풍력 산업이 역사적 전환점을 맞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2030년까지 해상풍력 설비용량을 현재 124MW에서 12GW로 확대한다는 야심찬 목표가 설정되었다. 이는 약 97배 증가를 의미하며, 연평균 성장률 150%라는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성장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 통계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서 추진 중인 해상풍력 프로젝트는 총 8.2GW 규모로, 이 중 3.6GW가 2025-2027년 사이 착공 예정이다.

이러한 급속한 성장 배경에는 탄소중립 2050 목표 달성과 에너지 안보 강화라는 국가적 필요성이 자리잡고 있다. 한국에너지공단 분석에 따르면, 해상풍력은 육상풍력 대비 평균 풍속이 30% 높고 연간 이용률이 35-40%에 달해 경제성이 우수하다. 특히 서해와 남해 일대의 풍력 자원량은 총 94GW로 추정되며, 이는 현재 국내 전체 발전설비 용량(135GW)의 70%에 해당하는 막대한 잠재력을 보여준다. 한국해상풍력협회는 2025년 해상풍력 시장 규모가 전년 대비 180% 증가한 14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발표했다.
메가 프로젝트들의 본격 시동과 경쟁 구도
현재 한국 해상풍력 시장을 주도하는 것은 대규모 프로젝트들이다. 가장 주목받는 것은 전남 신안 해상풍력 단지로, 총 8.2GW 규모의 세계 최대 단일 해상풍력 프로젝트다. 한국전력공사가 주도하는 이 프로젝트는 1단계 2.4GW 규모가 2025년 12월 착공 예정이며, 총사업비는 36조원에 달한다.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연간 2,400만MWh의 전력을 생산해 약 750만 가구가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 한국전력 관계자는 “2027년 상업운전 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현재 터빈 공급업체 선정 과정에서 덴마크의 베스타스(Vestas)와 독일의 지멘스 가메사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두 번째 메가 프로젝트는 울산 동남권 해상풍력으로, 총 6GW 규모다. 이 프로젝트는 부유식 해상풍력 기술을 적용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시범사업으로, 수심 50-200m의 깊은 바다에 설치된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부유식 해상풍력의 발전단가는 현재 MW당 250만달러 수준이지만, 대량 생산 시 150만달러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중공업지주와 삼성중공업이 부유체 제작 경쟁에서 앞서고 있으며, 특히 현대중공업은 노르웨이의 에퀴노르(Equinor)와 기술 협력 계약을 체결해 세계 최고 수준의 부유식 기술 확보에 나서고 있다.
세 번째 주요 프로젝트는 인천 경기만 해상풍력 단지로, 1.8GW 규모다. 이 프로젝트의 특징은 기존 화력발전소 부지를 활용한다는 점이다. 인천시 통계에 따르면, 화력발전소 폐쇄로 인한 지역 경제 손실을 해상풍력으로 상쇄할 경우, 연간 약 3,200억원의 경제적 효과와 2,800개의 일자리 창출이 예상된다. 이 프로젝트에는 덴마크의 오스테드(Orsted)가 개발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어, 세계 1위 해상풍력 개발업체의 노하우가 국내에 본격 전수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메가 프로젝트들의 추진으로 인해 국내 관련 기업들의 실적도 크게 개선되고 있다. 풍력터빈 타워 전문업체인 CS윈드는 2025년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40% 증가한 1,847억원을 기록했다. 회사 관계자는 “해상풍력용 대형 타워 수주가 급증하면서 생산 능력 확충을 위해 추가 투자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두산에너빌리티 역시 해상풍력 터빈 사업 부문 매출이 2025년 상반기 기준 전년 대비 280% 증가했으며, 2026년까지 해상풍력 전용 생산라인을 구축할 계획이다.
기술 혁신과 공급망 현지화 경쟁
한국 해상풍력 시장의 급성장과 함께 기술 혁신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터빈의 대형화가 가속화되고 있는데, 현재 설치되는 터빈의 평균 용량은 15MW급이지만, 2026년부터는 20MW급 초대형 터빈이 본격 도입될 예정이다. 베스타스의 V236-15MW 터빈은 로터 직경이 236m에 달해 축구장 2.5개 크기에 해당하며, 연간 8만MWh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이는 2만 가구가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규모로, 기존 8MW 터빈 대비 2.5배 높은 효율성을 보인다.
한국 기업들도 자체 터빈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25년 10월 자체 개발한 12MW급 해상풍력 터빈의 실증 시험을 완료했으며, 2026년 상반기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회사의 터빈은 한국 해상 환경에 최적화된 내염성 코팅과 태풍 대응 시스템을 적용해 기존 해외 터빈 대비 20% 높은 내구성을 확보했다. 삼성중공업은 부유식 플랫폼 기술에 집중하고 있으며, 자체 개발한 반잠수식 플랫폼은 파고 8m까지 안정적인 발전이 가능해 기존 대비 가동률을 15% 향상시켰다.
공급망 현지화도 중요한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현재 한국 해상풍력 부품의 국산화율은 35% 수준이지만, 정부는 2030년까지 70%로 높인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이를 위해 산업부는 해상풍력 부품 국산화 지원센터를 설립하고, 중소기업 대상 기술 개발 자금 3,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특히 베어링, 기어박스, 전력변환장치 등 고부가가치 부품의 국산화에 집중하고 있으며, 현재 10여개 중소기업이 관련 기술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기계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부품 국산화율 10% 증가 시 연간 1조2,000억원의 수입 대체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설치 및 운영 분야에서도 혁신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의 해상풍력 설치선 보유량은 현재 3척에 불과해 대부분 해외 업체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응해 현대중공업은 2025년 말 1,600톤급 크레인을 탑재한 차세대 설치선 건조를 완료할 예정이며, 이는 20MW급 초대형 터빈 설치가 가능한 아시아 최대 규모다. 설치선 임대료는 일일 50만달러에 달하는 만큼, 자체 보유를 통한 비용 절감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대우조선해양은 부유식 터빈 전용 설치선 개발에 나서고 있어, 향후 부유식 해상풍력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노리고 있다.
운영·유지보수(O&M)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해상풍력 O&M 시장 규모는 2025년 현재 45억달러에서 2030년 180억달러로 4배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는 한국전력기술이 AI 기반 예측 정비 시스템을 개발해 기존 대비 유지보수 비용을 30% 절감하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이 시스템은 터빈 운전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해 고장을 사전에 예측하며, 현재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단지에서 시범 운영 중이다. 한전기술 관계자는 “2026년부터 상용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며, 해외 진출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 해상풍력 산업이 직면한 도전과제도 만만치 않다. 가장 큰 문제는 계통 연계 인프라 부족이다. 한국전력 통계에 따르면, 현재 계획된 8.2GW 해상풍력을 모두 연계하려면 약 15조원의 송전망 투자가 필요하지만, 현재 확정된 예산은 6조원에 불과하다. 특히 서해안 지역의 경우 기존 송전 용량으로는 신안 해상풍력 단지의 전력을 모두 수용하기 어려워, 추가 송전선로 건설이 시급한 상황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송전망 구축 지연 시 해상풍력 프로젝트 지연과 전력 계통 불안정성이 우려된다”고 경고했다.
환경 영향과 어업 갈등도 중요한 현안이다. 해양수산부 조사에 따르면, 해상풍력 단지 건설로 인한 어업 피해 보상 규모가 연간 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신안 지역의 경우 김 양식장과의 공간 경합 문제가 심각해, 일부 어민들이 해상풍력 건설에 반대하고 있다. 이에 대응해 정부는 어업인 대상 보상 기준을 강화하고, 해상풍력 단지 내 양식업 병행 운영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신안군 관계자는 “해상풍력과 양식업의 상생 모델을 개발해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한국 해상풍력 산업의 미래는 기술 혁신과 정책 지원, 그리고 산업 생태계 구축에 달려 있다. 현재의 성장 모멘텀이 지속된다면, 2030년 한국은 중국, 영국에 이어 세계 3위 해상풍력 강국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해상풍력 시장 규모가 2030년 1,570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현재 1%에서 8%로 확대될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연간 약 126억달러의 시장 기회를 의미하며, 관련 일자리도 현재 3,000개에서 15만개로 급증할 전망이다.
투자 관점에서 볼 때, 한국 해상풍력 관련 기업들의 성장 잠재력은 매우 크다. 증권업계는 향후 5년간 관련 기업들의 연평균 매출 성장률이 40-60%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터빈 제조, 해상 구조물, O&M 서비스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 기업들의 주가 상승 여력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초기 투자비 부담과 기술적 리스크, 정책 변화 가능성 등을 고려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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