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13일,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고리2호기 원전의 수명연장을 승인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1983년부터 가동을 시작해 올해로 42년째인 이 원전이 앞으로 10년을 더 운영하게 된다는 건데요. 사실 이 결정을 둘러싼 논란을 보면서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의 복잡한 현실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박종권 탈핵경남시민행동 대표와의 인터뷰를 보니, 고리2호기가 우리나라 전체 전력생산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고작 0.5%에 불과하다고 하네요. 2024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전력생산량 5,956억kWh 중에서 고리2호기는 최근 4년 평균 31억kWh만 생산했다는 겁니다. 이 정도면 삼성전자 한 회사가 1년에 소비하는 260억kWh보다도 적은 수준이에요. 그런데 이런 작은 비중의 노후 원전을 왜 굳이 수명연장까지 해가며 운영해야 하는지 의문이 듭니다.
더 놀라운 건 고리2호기의 가동률이 평균 54%밖에 안 된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 원전 26기 전체 평균 가동률이 83%인 것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죠.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연간 전력생산량을 보면 20억kWh에서 55억kWh까지 들쭉날쭉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는 노후화로 인한 잦은 고장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42년 된 자동차가 고장이 잦은 것처럼, 원전도 마찬가지인 것 같네요.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심사 과정도 문제가 많아 보입니다. 원래 수명연장 신청은 만료 2년 전인 2021년 4월까지 해야 했는데, 당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기조 때문에 신청하지 않았다가 2022년 윤석열 대통령 당선 후 한 달 만에 급하게 신청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3년 4개월간의 안전성 심사를 거쳐 최종적으로 6명 위원 중 5명 찬성으로 수명연장이 결정됐는데, 1명이 안전성 담보 확인이 미흡하다며 반대했다는 점이 우려스럽습니다.
원전 경제성 논란과 실제 비용 구조
한국수력원자력과 정부는 원전이 가장 저렴한 에너지원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세계에너지기구(IEA), 레자드, 한국환경평가연구원 등 에너지 전문기구들의 균등화발전원가(LCOE) 분석에 따르면, 원전이 가장 비싸고 그 다음이 석탄발전이며, 태양광과 풍력이 가장 저렴한 에너지원으로 평가되고 있어요.
특히 원전의 숨겨진 비용들을 고려하면 경제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이 설득력 있게 들립니다. 원전 사고 보험의 경우 피해 예상 금액의 1/1000 수준밖에 가입하지 않고 있는데, 만약 제대로 된 보험에 가입한다면 발전 단가가 현재보다 2.5배까지 오를 수 있다고 합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이 겪고 있는 천문학적 복구 비용을 생각해보면, 이런 지적이 과장된 것만은 아닌 것 같네요.
또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 비용도 미래 세대에 떠넘기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고준위 폐기물 영구처분장도 확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계속해서 핵폐기물을 생산하고 있어요. 이런 비용들을 모두 고려한다면 원전의 실제 경제성은 현재 발표되는 수치와 크게 다를 수 있습니다.
한수원은 2024년 3분기 기준 매출 17조 8,000억원, 영업이익 1조 2,000억원을 기록했지만, 이는 원전 운영에 따른 숨겨진 사회적 비용들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결과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 한화시스템, 두산에너빌리티 등 신재생에너지 관련 기업들은 2025년 들어 태양광, 풍력 발전 시장의 급성장과 함께 매출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글로벌 에너지 전환 트렌드와 한국의 선택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원전 수명연장 정책은 다소 역행하는 모습으로 보입니다. 독일은 2023년 4월 마지막 3기 원전을 영구 정지시키며 완전한 탈원전을 달성했고, 프랑스조차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대폭 축소하며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고 있어요.
미국의 경우 2024년 신규 전력 설비 중 태양광이 60%, 풍력이 25%를 차지했으며, 원전은 신규 건설이 거의 없는 상황입니다. 웨스팅하우스(Westinghouse)조차 기존 원전 유지보수 사업에 집중하고 있고, 신규 원전 건설은 매우 제한적으로만 진행하고 있습니다.
중국도 원전 건설을 계속하고 있지만, 동시에 태양광과 풍력 발전 설비에 대한 투자는 원전의 10배가 넘는 규모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2024년 중국의 신재생에너지 신규 설비 용량은 300GW를 넘어서며, 이는 전 세계 신규 설비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수준이에요.
이런 글로벌 트렌드를 보면, 한국이 42년 된 노후 원전의 수명을 연장하면서까지 원전에 의존하는 정책이 과연 미래지향적인지 의문이 듭니다. 특히 AI와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증가를 이유로 원전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실제로는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가 더 빠르고 경제적으로 전력 공급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일 수 있어요.
박종권 대표는 인터뷰에서 “AI 때문에 원전이 필요하다는 것은 수요 부풀리기”라고 지적했는데,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데이터센터 전력을 100%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습니다. 테슬라의 경우 자사 공장과 슈퍼차저 네트워크를 모두 태양광 에너지로 운영하고 있고, 이런 트렌드는 계속 확산되고 있어요.
향후 5년 내에 고리3·4호기, 월성2·3·4호기, 한빛1·2호기 등 10기의 원전이 수명 만료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고리2호기 수명연장이 선례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이런 일괄적인 수명연장이 과연 안전하고 경제적인 선택인지는 더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것 같네요.
개인적으로는 전체 전력생산의 0.5%밖에 차지하지 않는 노후 원전을 굳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10년 더 운영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입니다. 그 대신 같은 비용으로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소를 새로 건설하는 것이 더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선택일 수 있어요. 특히 부산·경남 지역 300만 시민의 안전을 생각한다면,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좀 더 신중하고 투명한 절차를 거쳐 결정했어야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 글은 오마이뉴스 기사를 읽고, 개인적인 의견과 분석을 더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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