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여성경제신문에서 흥미로운 기사를 하나 읽었는데요. 한국 여성 창업가들의 투자 유치 현실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사실 이런 성별 격차 이야기는 해외에서는 꽤 자주 다뤄지는 주제인데, 국내 데이터로 구체적으로 본 건 처음이라 더 관심이 갔습니다. 근데 막상 내용을 보니까,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이더라고요.
기사에 따르면, 한국의 여성 창업가들이 받는 평균 투자 규모가 남성 창업가 대비 현저히 낮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구체적인 수치를 보면, 여성 창업가가 받는 평균 투자액이 남성 대비 약 60%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하네요. 이게 단순히 창업 분야의 차이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구조적 문제가 있는 건지 궁금해서 좀 더 깊이 생각해봤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격차가 생기는 이유가 여러 겹으로 복합적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먼저 투자자 풀 자체의 성별 구성을 보면, 한국의 벤처캐피털이나 액셀러레이터에서 의사결정권을 가진 사람들 중 여성 비율이 상당히 낮죠. 2024년 기준으로 국내 주요 VC의 파트너급 인사 중 여성 비율이 15% 내외라는 통계도 있었는데, 이런 환경에서는 아무래도 여성 창업가들의 사업 아이템이나 접근 방식을 이해하고 평가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더 중요한 건, 이런 격차가 단순히 ‘공정성’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실제로 해외 연구들을 보면, 여성이 창업한 회사들의 투자 대비 수익률(ROI)이 남성 창업 기업보다 높게 나오는 경우가 많거든요. 보스턴 컨설팅 그룹의 2018년 연구에서는 여성 창업가들이 받는 투자액은 남성 대비 절반 수준이지만, 매출 성과는 10% 더 높다는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즉, 투자 효율성 측면에서 보면 오히려 여성 창업가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줘야 하는 상황인 거죠.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구조적 문제
이 문제를 좀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몇 가지 특징이 보입니다. 먼저 투자 결정 과정에서 ‘네트워킹’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크다는 점이에요. 한국의 벤처 투자는 아직도 인맥과 추천을 통한 딜 소싱이 많은 편인데, 이런 환경에서는 기존 남성 중심의 네트워크에 접근하기 어려운 여성 창업가들이 불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국내 주요 스타트업 커뮤니티나 모임들을 보면, 여전히 남성 참여자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죠. 예를 들어, 국내 대표적인 스타트업 행사인 ‘COMEUP’이나 ‘벤처스퀘어’ 같은 곳에서도 여성 창업가나 투자자의 비율은 20-30%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자연스럽게 여성 창업가들이 투자자들과 만날 기회 자체가 제한될 수밖에 없어요.
또 하나 주목할 점은 투자 분야의 편중 현상입니다. 한국의 벤처 투자는 여전히 IT, 바이오, 핀테크 같은 기술 중심 분야에 집중되어 있는데, 이런 분야들이 전통적으로 남성 진출이 많았던 영역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남성 창업가들이 더 많은 투자를 받게 되는 구조적 문제가 있습니다. 반면 여성 창업가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진출하는 패션, 뷰티, 육아, 교육 등의 분야는 투자 규모 자체가 작은 편이죠.
근데 이런 분야별 편중이 과연 합리적인 건지는 의문입니다. 예를 들어, 국내 K-뷰티 시장의 성장을 보면 2023년 기준 약 8조원 규모로 성장했고, 해외 수출도 연간 100억 달러를 넘어서고 있거든요. 아모레퍼시픽(090430:KR)이나 LG생활건강(051900:KR) 같은 대기업들의 실적을 봐도 이 분야의 성장 잠재력은 분명한데, 정작 이 분야의 스타트업들에 대한 투자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게 현실입니다.
글로벌 트렌드와 한국의 현주소
해외 사례를 보면 이런 성별 투자 격차를 줄이려는 노력들이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2020년부터 여성 창업가 전용 투자 펀드들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2023년에는 전체 벤처 투자의 약 17%가 여성 창업가에게 돌아갔다고 해요. 물론 이것도 아직 50:50에는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2010년대 초반 5% 수준이었던 걸 생각하면 상당한 개선이죠.
유럽은 더 적극적입니다. 독일의 경우 정부 차원에서 여성 창업가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투자 매칭 펀드를 통해 민간 투자를 유도하고 있어요. 프랑스도 2022년부터 일정 규모 이상의 VC 펀드에 대해 투자 포트폴리오의 성별 다양성 보고서 제출을 의무화했습니다. 이런 정책적 개입이 실제로 효과를 보이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반면 한국은 아직 이런 체계적인 접근이 부족한 편입니다. 물론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여성 창업 지원 사업을 하고 있긴 하지만, 대부분 초기 창업 지원에 머물러 있고, 시리즈 A 이상의 본격적인 투자 단계에서는 별다른 정책적 지원이 없는 상황이에요. 이런 상황에서는 초기에 아무리 지원을 받아도, 결국 스케일업 단계에서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죠.
특히 한국의 경우 대기업 중심의 경제 구조 때문에, 스타트업이 성장하려면 결국 대기업과의 협업이나 인수합병(M&A)이 중요한데, 이 과정에서도 네트워킹이나 기존 관계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삼성전자(005930:KR)나 네이버(035420:KR), 카카오(035720:KR) 같은 대기업들의 벤처 투자 부문이나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봐도, 아직은 남성 중심적인 문화가 강한 편이라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평가입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조금씩 변화의 조짐도 보이고 있어요. 예를 들어, 카카오벤처스나 네이버 D2SF 같은 곳에서도 여성 창업가 지원 프로그램을 별도로 운영하기 시작했고, 일부 VC들은 투자 심사 과정에서 성별 다양성을 고려하겠다는 방침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습니다. 물론 아직은 선언적인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지만, 적어도 문제의식은 공유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변화가 단순히 ‘정치적 올바름’을 위한 것이 아니라, 실제 비즈니스적 필요에 의한 것이라고 봅니다. 한국 경제의 성장 동력이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그리고 B2B에서 B2C로 이동하면서, 소비자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고 대응하는 능력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거든요. 이런 관점에서 보면, 여성 창업가들이 가진 시장 통찰력이나 소비자 이해도는 분명히 경쟁 우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국내에서 성공한 여성 창업가들의 사례를 보면, 대부분 기존 시장의 틈새나 미충족 니즈를 정확히 포착한 경우가 많아요. 예를 들어, 뷰티 앱 분야에서는 여성 창업가들이 만든 서비스들이 남성 개발자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면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죠. 이런 사례들을 보면, 투자자들도 점점 성별보다는 시장 기회와 실행 능력에 집중하게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이런 변화가 하루아침에 일어날 수는 없겠죠. 투자 업계 자체의 문화 변화도 필요하고, 여성 창업가들도 기존의 남성 중심적인 피칭 방식이나 네트워킹 문화에 적응하거나, 아니면 새로운 방식을 만들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이런 다양성이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 전체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할 거라고 봅니다. 결국 더 다양한 관점과 아이디어가 경쟁하는 환경이 더 혁신적인 결과를 만들어낼 테니까요.
이 글은 Untitled 기사를 읽고, 개인적인 의견과 분석을 더해 작성했습니다.
면책 조항: 이 블로그는 뉴스 매체가 아니며, 작성된 내용은 저자의 개인적인 견해입니다. 투자 결정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으며, 이 글의 내용을 근거로 한 투자 손실에 대해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