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로봇 시장의 폭발적 성장세
2025년 11월 현재, 협동로봇(collaborative robots, cobots) 시장이 전례없는 성장세를 보이며 제조업 자동화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ABI Research에 따르면, 협동로봇 시장 규모는 2024년 18억 달러에서 2030년까지 110억 달러로 연평균 35.2%의 급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전체 산업용 로봇 시장 성장률 12.3%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로, 협동로봇이 단순한 틈새시장을 넘어 주류 자동화 솔루션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성장의 핵심 동력은 협동로봇의 독특한 특성에 있다. 전통적인 산업용 로봇이 안전 울타리 내에서 독립적으로 작업하는 반면, 협동로봇은 인간 작업자와 동일한 공간에서 안전하게 협업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덴마크 오덴세에 본사를 둔 유니버셜 로봇(Universal Robots)이 2008년 최초로 상용화한 이후, 이 분야는 지속적인 기술 혁신과 시장 확대를 경험해왔다. 특히 2023년 이후 AI 기술의 발전과 함께 협동로봇의 지능화가 가속화되면서, 단순 반복 작업을 넘어 복잡한 조립, 검사, 포장 작업까지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시장 세분화 측면에서 살펴보면, 자동차 산업이 전체 협동로봇 시장의 32%를 차지하며 최대 응용 분야로 자리잡고 있다. 독일 아우크스부르크의 KUKA와 스위스 취리히의 ABB 같은 전통적인 산업용 로봇 제조업체들이 협동로봇 라인업을 대폭 확장하며 시장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KUKA의 LBR iisy 시리즈는 2024년 출시 이후 월 평균 15% 이상의 판매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ABB의 GoFa와 SWIFTI 시리즈 역시 유럽과 북미 시장에서 강력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 시장에서도 협동로봇 붐이 일고 있다. 현대로보틱스는 2024년 3분기 협동로봇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87% 증가한 142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동사의 YL012 모델은 12kg의 페이로드를 지원하면서도 기존 제품 대비 30% 저렴한 가격으로 중소제조업체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국내 협동로봇 시장은 2024년 기준 약 2,800억원 규모로 추산되며, 2027년까지 연평균 28%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은 전망하고 있다.
기술 혁신과 안전성 향상
협동로봇의 핵심 경쟁력은 안전성과 사용 편의성에 있다. 전통적인 산업용 로봇이 ISO 10218 표준에 따라 안전 울타리 내에서만 작동하는 반면, 협동로봇은 ISO/TS 15066 표준을 준수하여 인간과의 직접적인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한다. 이를 위해 협동로봇은 다양한 안전 기능을 내장하고 있다. 힘/토크 센서를 통한 충돌 감지, 속도 및 분리 모니터링, 안전 정지 기능 등이 대표적이다. 유니버셜 로봇의 UR20 모델의 경우, 150N 이하의 접촉력으로 제한되어 있어 인간과의 충돌 시에도 부상 위험을 최소화한다.
최근의 기술 발전은 협동로봇의 지능화에 집중되고 있다. 컴퓨터 비전과 AI 기술의 결합으로 협동로봇은 이제 시각적 인식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일본 야마나시현에 본사를 둔 화낙(FANUC)의 CRX 시리즈는 내장형 비전 시스템을 통해 부품의 위치와 방향을 자동으로 인식하고 적응적으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이는 기존의 사전 프로그래밍된 경로를 따라 움직이는 방식에서 벗어나, 실시간으로 작업 환경에 적응하는 진정한 ‘지능형’ 로봇의 구현을 의미한다.
프로그래밍 방식의 혁신도 주목할 만하다. 전통적인 산업용 로봇이 복잡한 코딩 지식을 요구하는 반면, 현재의 협동로봇은 직관적인 티칭 방식을 지원한다. 작업자가 로봇 팔을 직접 움직여 원하는 동작을 학습시키는 ‘핸드 가이딩’ 방식이 대표적이다. ABB의 Wizard Easy Programming 소프트웨어는 드래그 앤 드롭 인터페이스를 통해 비전문가도 30분 이내에 기본적인 로봇 프로그래밍을 완료할 수 있게 해준다. 이는 중소기업의 로봇 도입 장벽을 현저히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센서 기술의 발전도 협동로봇의 성능 향상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최신 협동로봇들은 6축 힘/토크 센서, 근접 센서, 관절 토크 센서 등 다중 센서 시스템을 통해 주변 환경을 정밀하게 감지한다. 현대로보틱스의 신제품 H-Series는 0.1N의 힘 감지 정확도를 제공하여 정밀 조립 작업에서도 뛰어난 성능을 보여준다. 또한 클라우드 기반 데이터 분석을 통해 로봇의 작업 패턴을 학습하고 최적화하는 기능도 점차 표준화되고 있다.
산업별 적용 사례와 시장 동향
자동차 산업에서의 협동로봇 활용은 가장 성숙한 단계에 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의 사례를 보면, 2024년 하반기부터 엔진 조립 라인에 현대로보틱스의 협동로봇 32대를 도입하여 작업 효율성을 23% 향상시켰다. 특히 볼트 체결과 같은 반복적인 작업에서 협동로봇이 정확한 토크를 적용하면서 인간 작업자는 품질 검사와 예외 상황 처리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협동로봇의 핵심 가치인 ‘인간-로봇 협업’의 전형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전자제품 제조업에서도 협동로봇의 도입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은 2024년 스마트폰 조립 공정에 유니버셜 로봇의 UR10e 모델 150대를 추가 도입했다. 이 로봇들은 0.03mm의 정밀도로 작은 부품들을 정확히 배치하며, 기존 대비 생산성을 35% 향상시켰다. 더 중요한 것은 작업자의 반복성 스트레스 장애(RSI)를 85% 감소시켰다는 점이다. 이는 협동로봇이 단순한 생산성 향상 도구를 넘어 작업자의 건강과 복지 개선에도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의료기기 제조 분야에서도 협동로봇의 활용이 증가하고 있다. 독일의 의료기기 제조업체 B. Braun은 주사기와 카테터 생산 라인에 KUKA의 LBR Med 협동로봇을 도입하여 FDA와 CE 인증을 받은 무균 환경에서의 자동화를 구현했다. 이 시스템은 인간 작업자보다 10배 높은 정밀도를 제공하면서도 필요시 즉시 작업자의 개입을 허용한다. 의료기기 제조의 특성상 요구되는 높은 품질 기준과 유연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솔루션으로 평가받고 있다.
물류 및 창고 자동화 영역에서도 협동로봇이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아마존의 경쟁업체인 미국의 Shopify는 2024년 말부터 주문 처리 센터에 협동로봇 기반의 피킹 시스템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이 시스템은 인간 작업자가 무거운 상품을 처리하는 동안 협동로봇이 가벼운 소품목들을 정확하게 피킹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초기 테스트 결과, 시간당 처리 능력이 40% 증가했으며 오배송률은 65% 감소했다고 Shopify는 발표했다.
중소기업 시장에서의 협동로봇 도입도 가속화되고 있다. 한국의 중소벤처기업부가 실시한 ‘스마트공장 확산사업’을 통해 2024년 한 해 동안 약 1,200개의 중소제조업체가 협동로봇을 도입했다. 평균 투자비용은 대당 8,500만원으로, 전통적인 산업용 로봇 시스템 대비 60% 저렴한 수준이다. 투자 회수 기간도 평균 18개월로 단축되어 중소기업들의 접근성이 크게 개선되었다. 특히 경기도 시흥시의 자동차 부품업체 ㈜대성정밀은 용접 공정에 현대로보틱스 협동로봇 4대를 도입한 후 생산량이 45% 증가했으며, 숙련 용접공 부족 문제도 해결할 수 있었다고 보고했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 구도도 흥미롭게 전개되고 있다. 유니버셜 로봇이 여전히 전체 협동로봇 시장의 약 47% 점유율을 차지하며 선두를 유지하고 있지만, 중국업체들의 추격이 거세다. 상하이에 본사를 둔 Doosan Robotics China는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아시아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2024년 기준 중국 내 협동로봇 시장의 23%를 점유하고 있다. 한편 일본의 화낙은 고정밀 제조업 분야에서 강세를 보이며, 특히 반도체와 전자부품 제조 부문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협동로봇 시장의 미래 전망은 매우 밝다. 인구 고령화와 숙련 노동자 부족 문제가 전 세계적으로 심화되면서 협동로봇에 대한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AI와 5G 기술의 발전으로 더욱 지능적이고 반응성이 뛰어난 협동로봇이 등장하면서, 현재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새로운 응용 분야들이 개척될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자들에게는 이러한 기술 혁신의 최전선에 있는 기업들, 특히 차별화된 기술력과 시장 지위를 확보한 업체들이 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제공할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