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공학

협동로봇 시장의 폭발적 성장: 제조업 자동화의 새로운 패러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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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 현재, 협동로봇(collaborative robot, cobot) 시장이 전례없는 성장세를 보이며 글로벌 제조업의 자동화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협동로봇 시장 규모는 2024년 18억 달러에서 2030년 125억 달러로 연평균 37.1%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전체 산업용 로봇 시장의 평균 성장률 12.3%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로, 협동로봇이 단순한 틈새 시장을 넘어 제조업 자동화의 핵심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협동로봇 시장의 폭발적 성장: 제조업 자동화의 새로운 패러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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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로봇의 급성장은 전통적인 산업용 로봇과는 완전히 다른 접근 방식에서 비롯된다. 기존의 산업용 로봇이 안전 펜스 안에서 고속·고정밀 작업을 수행했다면, 협동로봇은 인간과 같은 공간에서 직접적으로 협력하며 작업을 수행한다. 덴마크 코펜하겐에 본사를 둔 유니버설 로봇(Universal Robots)이 2008년 최초로 상용화한 이 기술은, 현재까지 전 세계에 7만 5천 대 이상이 설치되어 운영 중이다. 특히 2024년 4분기 유니버설 로봇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8% 증가한 8,450만 달러를 기록하며, 협동로봇 시장의 선도 기업으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하고 있다.

이러한 성장의 배경에는 중소기업(SME)의 급속한 로봇 도입이 자리잡고 있다. 국제로봇연맹(IFR)의 2025년 보고서에 따르면, 직원 수 250명 미만 중소기업의 로봇 도입률이 2020년 12%에서 2024년 31%로 급증했으며, 이 중 78%가 협동로봇을 선택했다. 전통적인 산업용 로봇의 평균 도입 비용이 15만-25만 달러인 반면, 협동로봇은 3만-8만 달러 수준으로 중소기업도 접근 가능한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또한 설치 기간이 기존 로봇의 6-8주에서 1-2주로 단축되고, 별도의 안전 설비 없이도 운영이 가능해 초기 투자 부담을 크게 줄였다.

글로벌 경쟁 구도와 기술적 차별화

협동로봇 시장의 경쟁 구도는 기존 산업용 로봇 시장과는 완전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덴마크 유니버설 로봇이 전체 시장의 42% 점유율로 여전히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후발 주자들의 추격이 거세다. 스위스 취리히에 본사를 둔 ABB는 2019년 GoFa와 SWIFTI 시리즈를 출시하며 시장 점유율을 15.3%까지 확대했고, 일본 야마나시현의 화낙(FANUC)은 CR 시리즈를 통해 13.8%의 점유율을 확보했다.

한국 기업들의 성장세도 주목할 만하다. 서울에 본사를 둔 현대로보틱스는 2024년 협동로봇 매출이 전년 대비 156% 증가한 430억 원을 기록하며 아시아 지역 점유율 3위로 부상했다. 특히 현대로보틱스의 Hi6 시리즈는 6kg 페이로드에서 0.03mm의 반복 정밀도를 구현해 기존 협동로봇의 한계로 여겨졌던 정밀 작업 영역까지 확장하고 있다. 인천에 본사를 둔 두산로보틱스 역시 2024년 매출 1,180억 원을 달성하며 전년 대비 89% 성장했고, 특히 M 시리즈의 독특한 관절 구조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기술적 관점에서 협동로봇의 핵심은 안전성과 사용 편의성의 균형에 있다. 현재 시장을 주도하는 모델들은 대부분 ISO 10218-1/2와 ISO/TS 15066 안전 표준을 준수하며, 힘 제한(power and force limiting) 방식을 통해 인간과의 충돌 시에도 안전을 보장한다. 유니버설 로봇의 UR20 모델은 20kg 페이로드에서도 충돌 시 150N 이하의 힘만 가하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ABB의 GoFa 시리즈는 안전 등급 PLd/Cat.3을 달성해 의료기기 조립과 같은 고신뢰성 작업에도 적용되고 있다.

프로그래밍 측면에서도 혁신이 지속되고 있다. 전통적인 산업용 로봇이 복잡한 코딩을 요구했다면, 현재의 협동로봇들은 직관적인 티칭 방식을 지원한다. 현대로보틱스의 Hi6 모델은 드래그 앤 드롭 방식의 그래픽 프로그래밍 환경을 제공하며, 평균적으로 30분 이내에 새로운 작업을 설정할 수 있다. 두산로보틱스의 M1013 모델은 자연어 기반 명령 시스템을 도입해 “부품을 집어서 컨베이어 벨트에 놓아줘”와 같은 일상적인 표현으로도 작업 설정이 가능하다.

산업별 적용 사례와 투자수익률 분석

협동로봇의 실제 적용 사례를 살펴보면, 그 효과는 단순한 노동력 대체를 넘어서고 있다. 독일 뮌헨의 BMW 생산라인에서는 2024년부터 유니버설 로봇의 UR16e 모델 120대를 도입해 차량 도어 핸들 조립 공정을 자동화했다. 이 프로젝트의 결과, 작업자 1명당 생산성이 34% 향상되었고, 품질 불량률은 0.8%에서 0.2%로 감소했다. 더 중요한 것은 기존 작업자들이 해고되지 않고 품질 관리와 시스템 모니터링 업무로 재배치되어, ‘인간-로봇 협업’의 이상적인 모델을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전자제품 조립 분야에서도 협동로봇의 도입 효과가 입증되고 있다. 중국 선전의 폭스콘 공장에서는 2024년 상반기부터 화낙의 CR-35iA 모델 85대를 도입해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 조립 공정에 적용했다. 이 협동로봇들은 0.05mm 수준의 정밀도로 미세 부품을 조립하며, 기존 수작업 대비 처리 속도를 23% 향상시켰다. 특히 야간 작업 시에도 일정한 품질을 유지할 수 있어, 24시간 연속 생산 체제 구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투자수익률(ROI) 측면에서 협동로봇의 경제적 효과는 매우 명확하다. 미국 시카고에 위치한 제조업 컨설팅 기업 플랜트 엔지니어링의 2024년 연구에 따르면, 협동로봇 도입 기업들의 평균 투자 회수 기간은 14.2개월로 나타났다. 이는 전통적인 산업용 로봇의 22.8개월보다 크게 단축된 수치다. 특히 페이로드 5-10kg 범위의 중간급 협동로봇의 경우, 3교대 운영 시 연간 8만 7천 달러의 비용 절감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한국의 중소 자동차 부품업체인 대성전기(경기도 안산)의 사례도 주목할 만하다. 이 회사는 2023년 말 현대로보틱스의 Hi5 모델 3대를 도입해 와이어 하니스 조립 공정을 자동화했다. 총 투자금액 2억 4천만 원 대비, 연간 인건비 절감액 1억 8천만 원과 품질 향상으로 인한 수익 증대 6천만 원을 합쳐 16개월 만에 투자금을 회수했다. 더 중요한 것은 젊은 작업자들의 채용 난을 해결하고, 기존 숙련 작업자들을 품질 관리 업무로 승격시켜 조직 전체의 만족도가 향상되었다는 점이다.

물류 및 창고 자동화 영역에서도 협동로봇의 활용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미국 시애틀의 아마존은 2024년 하반기부터 자사 물류센터에 ABB의 GoFa 모델 500대를 시범 도입하기 시작했다. 이 로봇들은 기존의 키바(Kiva) 로봇과 달리 인간 작업자와 같은 공간에서 피킹 작업을 수행하며, 시간당 처리 능력을 기존 대비 18% 향상시켰다. 특히 크리스마스 시즌과 같은 성수기에 임시 작업자 교육 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어, 운영 효율성 측면에서 큰 장점을 보이고 있다.

의료기기 제조 분야에서의 협동로봇 적용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미국 FDA는 2024년 8월 의료기기 제조에 사용되는 협동로봇에 대한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으며, 이에 따라 관련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독일 튀빙겐의 의료기기 제조업체 칼 슈토르츠(Karl Storz)는 두산로보틱스의 M0617 모델을 도입해 내시경 조립 공정을 자동화했다. 이 협동로봇은 클린룸 환경에서 0.01mm 수준의 초정밀 조립을 수행하며, 기존 수작업 대비 불량률을 90% 감소시켰다.

협동로봇 시장의 성장을 견인하는 또 다른 요인은 인공지능(AI)과의 융합이다. 2024년 현재 출시되는 협동로봇의 80% 이상이 머신러닝 기반의 적응형 제어 시스템을 탑재하고 있다. 현대로보틱스의 최신 모델인 Hi6-AI는 작업 환경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학습하고 최적화된 동작 패턴을 생성한다. 예를 들어, 부품의 위치가 5mm 이상 변경되더라도 별도의 재프로그래밍 없이 자동으로 적응하여 작업을 수행한다. 이러한 기능은 다품종 소량 생산이 일반화된 현대 제조업 환경에서 특히 유용하다.

글로벌 공급망 관점에서도 협동로봇의 중요성이 증대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제조업체들이 공급망 리질리언스(resilience) 강화에 집중하면서, 협동로봇을 통한 생산 자동화가 핵심 전략으로 부상했다.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의 2024년 보고서에 따르면, 협동로봇을 도입한 제조업체들의 공급망 중단 대응 능력이 평균 45%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팬데믹 기간 중 인력 부족 문제를 겪었던 기업들이 협동로봇 도입을 통해 생산 연속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투자 시장에서도 협동로봇 기업들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2024년 한 해 동안 글로벌 협동로봇 스타트업들이 유치한 투자금은 총 23억 달러로, 전년 대비 67% 증가했다. 미국 보스턴의 라이트핸드 로보틱스(Righthand Robotics)는 시리즈 C 라운드에서 6,600만 달러를 유치했고, 중국 상하이의 플렉시브(Flexiv)는 1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한국에서도 두산로보틱스가 2024년 상반기 IPO를 통해 3,200억 원을 조달하며 글로벌 시장 확장 자금을 확보했다.

그러나 협동로봇 시장의 급성장과 함께 새로운 도전과제들도 부상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숙련된 로봇 엔지니어의 부족이다. 국제로봇연맹에 따르면, 2025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약 15만 명의 로봇 전문 인력이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재의 교육 시스템으로는 이를 충족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주요 협동로봇 제조업체들이 직접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유니버설 로봇은 2024년 전 세계 300개 교육기관과 파트너십을 체결해 협동로봇 교육 과정을 제공하고 있으며, 현대로보틱스도 국내 30개 대학과 협력해 로봇공학 전문 인력 양성에 나서고 있다.

사이버보안 문제도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협동로봇이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원격 모니터링과 제어가 가능해지면서, 해킹과 사이버 공격의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 2024년 상반기 독일에서 발생한 제조업체 대상 사이버 공격에서 협동로봇 시스템이 침해된 사례가 보고되면서, 관련 보안 표준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응해 주요 협동로봇 제조업체들은 블록체인 기반의 보안 솔루션과 엔드-투-엔드 암호화 기술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규제 환경의 변화도 시장 발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유럽연합은 2024년 6월 AI Act의 일환으로 협동로봇에 대한 새로운 안전 기준을 발표했으며, 2026년부터 CE 마킹을 받기 위해서는 더욱 엄격한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 미국도 OSHA(산업안전보건청)가 협동로봇 작업장에 대한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준비 중이다. 이러한 규제 강화는 단기적으로는 시장 진입 장벽을 높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술 표준화와 시장 신뢰도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협동로봇 시장의 미래 전망은 매우 밝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의 최신 분석에 따르면, 2030년까지 전 세계 제조업체의 65%가 협동로봇을 도입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성장이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되며, 중국과 인도의 제조업 자동화 수요가 급증하면서 연평균 42%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역시 정부의 ‘로봇산업 발전 전략 2030’에 따라 협동로봇 분야에 향후 5년간 1조 2천억 원을 투자할 예정이어서,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가 기대된다. 협동로봇은 더 이상 미래 기술이 아닌 현재 제조업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잡고 있으며, 이 변화의 물결을 선도하는 기업들이 차세대 산업 혁명의 주역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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