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톰스 하드웨어(Tom’s Hardware)에서 보도한 내용을 보고 정말 놀랐습니다. 지스킬(G.Skill)의 트라이던트 Z5 네오(Trident Z5 Neo) RGB DDR5-6000 64GB 키트가 뉴에그(Newegg)에서 600달러까지 치솟았다는 소식이었거든요. 이게 얼마나 비싼 건지 감이 안 오시죠?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5 디지털 에디션이 399달러,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박스 시리즈 X 디지털 에디션이 569달러인데, 메모리 하나가 이보다 비싸다는 겁니다.

더 충격적인 건 이 가격 상승폭입니다. 지난 9월 20일만 해도 이 제품은 220달러 수준이었는데, 불과 두 달 만에 약 190% 폭등했습니다. 개인적으로 PC 조립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이런 가격 변동은 정말 예상치 못한 일이었어요. 사실 메모리 가격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건 업계에서 흔한 일이지만, 이 정도 수준은 처음 봅니다.
이 현상의 배경을 살펴보면, 전 세계적인 ‘AI 붐’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빅테크 기업들의 메모리 수요가 폭증했고, 반도체 제조사들이 생산 라인을 일반 소비자용 DRAM 대신 수익성이 높은 AI용 고대역폭 메모리(HBM)나 서버용 메모리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일반 PC용 메모리의 공급 부족이 심화된 거죠.
이런 상황을 이해하려면 현재 메모리 시장의 구조를 알아야 합니다. 글로벌 DRAM 시장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Micron) 3사가 약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어요. 이들이 생산 라인을 AI용 HBM으로 전환하면서 일반 소비자용 DDR5 메모리 공급이 줄어든 겁니다. 특히 삼성전자는 2025년 3분기 기준으로 HBM 매출이 전체 메모리 매출의 약 4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발표했습니다.
AI 시장이 메모리 업계에 미치는 파급효과
현재 AI 시장의 성장세를 보면 이런 현상이 왜 일어났는지 더 명확해집니다. 글로벌 AI 칩 시장 규모는 2024년 약 710억 달러에서 2030년 3,470억 달러로 연평균 3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 중에서 메모리는 AI 시스템의 핵심 구성 요소죠. NVIDIA의 H100 GPU 하나에는 80GB의 HBM3 메모리가 탑재되는데, 이 가격만 약 3만 달러에 달합니다.
메모리 제조사들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선택이었을 겁니다. HBM의 GB당 가격은 일반 DDR5의 10배 이상이거든요. 예를 들어 SK하이닉스의 경우, HBM3E 제품의 평균 판매 가격이 일반 DRAM 대비 8-10배 높다고 발표했습니다. 2025년 3분기 기준으로 SK하이닉스의 HBM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30% 증가한 약 7조원을 기록했어요.
삼성전자도 마찬가지입니다. 회사는 HBM 생산 능력을 2024년 대비 2025년에 3배 이상 확대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평택과 화성 라인에서 HBM 전용 생산 라인을 증설하고 있고, 2025년 말까지 HBM4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이런 투자가 일반 소비자용 메모리 생산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거죠.
마이크론도 예외가 아닙니다. 회사는 2025 회계연도(2024년 9월-2025년 8월) HBM 매출이 전년 대비 400%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아이다호와 싱가포르 공장에서 HBM 생산을 확대하고 있고, 일본에도 HBM 전용 라인을 구축하고 있어요.
PC 부품 시장 전반에 퍼지는 공급 부족 현상
문제는 메모리만이 아닙니다. 기사에 따르면 대용량 하드디스크(HDD)의 주문 대기가 최대 2년까지 길어지는 등 PC 부품 시장 전반에 걸쳐 물량 부족 현상이 관측되고 있다고 해요. 이는 AI 데이터센터 구축 붐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시게이트(Seagate)와 웨스턴디지털(Western Digital) 같은 스토리지 업체들은 대용량 엔터프라이즈 HDD와 SSD 주문이 급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시게이트의 경우 2025년 2분기 기준 20TB 이상 대용량 HDD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5% 증가했어요. 이런 기업용 제품에 생산 라인이 집중되면서 일반 소비자용 제품의 공급이 줄어든 겁니다.
그래픽카드 시장도 비슷한 양상입니다. NVIDIA는 AI 칩 수요 급증으로 인해 게이밍용 GPU 생산을 일부 조정하고 있어요. RTX 4090 같은 하이엔드 모델의 공급이 불안정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것입니다. AMD도 마찬가지로 데이터센터용 MI300 시리즈 생산에 집중하면서 라데온 시리즈의 공급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러한 공급난이 단기간에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기업들이 범용 인공지능(AGI) 개발을 목표로 투자를 지속함에 따라, DRAM과 낸드(NAND) 플래시 메모리의 공급 제약은 2026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에요. 개인적으로는 이 전망이 꽤 현실적이라고 봅니다. AI 투자 열풍이 당분간 지속될 것 같거든요.
특히 주목할 점은 메모리 업체들의 자본지출(CAPEX) 계획입니다. SK하이닉스는 2025년 약 18조원, 삼성전자는 약 25조원을 반도체 부문에 투자할 계획인데, 이 중 상당 부분이 HBM과 서버용 메모리 생산 라인에 집중될 예정이에요. 일반 소비자용 메모리 생산 능력 확대는 상대적으로 후순위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PC 조립을 계획하고 있는 소비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개인적으로는 메모리 가격이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특히 64GB나 128GB 같은 대용량 키트는 더욱 그렇고요. 32GB 정도가 현재로서는 가성비 면에서 최적의 선택지가 아닐까 싶어요.
또 하나 고려해야 할 점은 DDR5 메모리의 세대별 성능 차이입니다.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DDR5-6000 이상의 고성능 메모리들은 주로 게이밍과 콘텐츠 제작용으로 설계되었는데, 일반적인 용도로는 DDR5-4800이나 DDR5-5200 정도면 충분합니다. 가격 대비 성능을 고려하면 굳이 최고 사양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거죠.
하지만 이 모든 분석에도 불구하고, 시장 상황은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들이 많습니다. 중국의 AI 칩 개발 동향,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 강화, 그리고 새로운 메모리 기술의 등장 등이 모두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어요. 2025년 11월 현재 시점에서 보면, AI 붐은 아직 초기 단계인 것 같고, 앞으로 몇 년간은 이런 공급 부족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결국 소비자 입장에서는 부품 가격 변동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서, 필요에 따라 적절한 타이밍에 구매 결정을 내리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메모리 하나가 게임 콘솔보다 비싸진 이 기이한 현상이, AI 시대가 가져온 변화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흥미롭기도 하고 걱정스럽기도 하네요.
이 글은 Untitled 기사를 읽고, 개인적인 의견과 분석을 더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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